2024.05.09 (목)
임시정부 요인들의 애국가 작사자에 대한 인식은 분명했다. 즉, 윤치호임을 알고 있었고, 애국가를 국가 대용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굳이 작사자를 밝힐 필요는 없었다. 이것이 1945년 환국까지의 기조이다. 이번 회에서는 임시정부의 애국가관, 즉 애국가의 기능과 위상을 살펴 임시정부의 기조를 재확인하고자 한다.
임시정부에서 애국가에 대한 논의는 세 번이나 있었다. 한 번은 ‘임시정부공보’ 1920년 3월 18일 자에 공시된 ‘애국가 수정안’ 논의이다. 이에 대해서는 첫 회 ‘임시정부, 안창호 작사 인식 없었다’에서 살핀 바 있다. 두 번째는 1940년 미주 대한인국민회 신곡보 사용 허가 의결이고, 세 번째는 1942년 ‘국가와 군가 제정 제의안’ 논의이다. 이번 회에서는 이 두 번의 논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상해임시정부는 1932년 상해를 떠나 항주 가흥 진강 장사 광주 유주 기강을 1940년 중경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시 양류가·석관가오·사야항을 거처 연화지에 정착하여 광복을 맞았다. 이 유랑 기간, 중경에 오기 전에는 해외와 우편의 수발도 쉽지 않은 형편이었다. 1940년 12월 미주 대한인국민회가 보낸 허가 요청서를 접수했다. 그것은 ‘조선인 안익태 애국가 신곡보 사용허가 요청서’였다. 안익태가 1935년 11월 작곡한 새 애국가 곡조를 사용함에 있어 임시정부에게 허가를 청했다. 이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이다.
"-愛國歌 新曲譜 許可-북미 대한인국민회 중앙집행위원회로부터 安益泰가 作曲한 愛國歌 新曲譜의 使用 許可를 要求하였으므로 大韓民國 22년 12월 20일 國務會議에서 內務部로서 그 使用을 許可하기로 議決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공보’ 제69호, 1940년 2월 1일자 기사 전문이다. 작곡된지 5년 만에 북미 교민 단체의 요청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했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외국곡 ‘올드 랭 사인(AULD LANG SIGN)’에서 안익태가 작곡한 새 곡조로 부르는 것과 함께 국가로 준용되고 있음을 공식화 한 것이기도 하다. 아울러 주목하는 것은 가사(歌詞)에 대해서는 거론이 없었다는 점이다. 안익태 악보상의 가사나 임시정부가 부르는 가사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바로 중경 임시정부는 상해 임시정부의 애국가에 대한 기조를 유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경 임시정부의 안익태 새 곡조 사용 공식화는 1940년 9월 17일 가릉빈관(嘉陵賓館)에서 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典禮)식에서 사용되었다. 애국가로서는 역사적인 날이다. 한 나라의 군대 창설식에서 연주된 것이니 그 위상이 확인된 것이다. 곧 지금까지의 국가 대용(代用)에서 준용(準用)으로 제도화한 것이 된다.
1940년 후반기의 이런 상황은 흔들리는 듯했다. 즉, 2년 후인 1942년 11월의 상황인데, ‘대한민국임시정부 공보’ 제76호 11월 30자에는 ‘국가와 군가 제정’ 안(案)이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10월 25일 개원한 의정원 제34회 회의에 신영삼 외 3인에 의해 발의 되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提議案 主文
本院은 國歌와 軍歌를 制定하기로 함
理由
國家의 立國精神을 소리로 表現하는 것은 國歌며, 軍의 精神을 소리로 表現하는 것은 軍歌임으로 本院에서 制定 할 必要가 有하다고 認함
提案者
申榮三 王通 文逸民 韓志成
臨時議政院 議長 閣下
大韓民國 24年 10月 29日"
이때의 논의는 처음으로 국가(國歌)를 "國家의 立國精神을 소리로 表現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새 국가를 제정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정의 대로라면 새 국가에는 임시정부 입국 정신이 담겨야 하나 이미 국기인 태극기도 대한제국 시기에 성안된 것을 사용하고 있듯이 시기에 얽매인 정의를 강조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여튼 이 안은 11월 4일, 의원 40인의 출석으로 상오 9시부터 의장 최동오(崔東旿) 주관으로 속개 되었다. 논의는 먼저 의장이 제의안(提議案)을 낭독(另備 詳文)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의장이 國歌 軍歌制定提案을 朗讀
審査案 報告는 院議로 함이 죠타고 報告
申議員榮三(提案者) 우리는 國歌가 없음으로 愛國歌를 부르는데 그 內容의 言句 가 不美하고 其外 唱歌할 시에는 弊端이 썩 많흐니 制定을 요구합니다.
嚴議員恒燮 院議에 反對는 無할 겄 임니다. 能力不足으로 금일껐 못하는데 곧 통고하면 죠켓소.
金議員鐵男 우리의 國歌를 맨들 人材가 없으니 國歌는 革命 成功後에 해도 죠코 現 愛國歌만 使用해도 죻소.
嚴議員恒燮 軍歌는 無하니 軍內에서 使用할 것이 無하다. 그럼으로 軍歌는 있어 야 하겠소. 最近 中韓文化協會 開式할 時에도 헐 수 업시 愛國歌를 使用한 것이요.
金議員鐵男 國歌는 討論합시다. 軍歌에 對해서는 곳 해도 죠켓습니다.
孫議員斗煥 國歌는 絶對로 必要합니다. 軍歌도 亦 이렀습니다. 原案은 贊成함 니다. 國歌나 軍歌의 作曲 作家는 對外 徵募해도 죠켓소. 直結하기로 同議햇소
嚴議員恒燮 再請
崔議員東旿 三請
議長이 可否를 묻은 바 滿場一致로 通過되다.”
자료에 의한다면 1942년 11월 4일 회의에서 국가와 군가 제정이 공식화 되었다. 특히 제정에 엄항섭 의원이 새 제정에 재청한 사실이 주목된다.(1945년 ‘金九題 大韓愛國歌’ 악보 발간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이 논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제안의 요체는 국가가 없어 애국가를 그대로 부르고 있다. 가사의 일부가 아름답지 못하고 부르기가 어렵다.(실제 가사에 어려운 한 문구가 있다)
둘째, 필요성은 있으나 작사·작곡의 능력이 부족하니 해방 후에 제정하고 愛國歌를 그대로 부르자.
셋째, 작곡과 작사에 대해서는 대외 공모를 하자.
넷째, 국가와 군가 제정안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 안이 통과된 이후 어떻게 진전이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1945년 환국 후 발행된 ‘도왜실기’ 등을 통해 ‘용진가’·‘압록강행진가’·‘광복군아리랑’이 군가로 제정한 것이 확인되고, 이를 통해 볼 때 국가(애국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 결과는 1946년 2월에 발행된 ‘大韓民國臨時政府에 關한 參考文件’과 10월에 발행된 ‘金九題 大韓國愛國歌’에서 확인이 된다. 이 두 문건에는 기존 애국가 가사와 안익태 작곡 악보가 수록되어 있어 결과적으로는 제정을 하지도 않았다. 또한 가사의 수정조차도 하지 않았고 유지하였음이 확인된다.
임시정부에서의 애국가와 국가에 대한 관(觀), 즉 입장을 정리한다. 임시정부공보에 의하면 총 세 번에 걸친 논의가 있었다. 상해 임시정부 초기 ‘애국가 개정안’, 중경 임시정부 초기 ‘안익태 곡보 사용 허가 및 자체 사용’, 그리고 ‘국가 제정안 통과’가 그것이다. 이는 곧 임시정부의 애국가에 대한 입장을 추출할 수 있다.
"임시정부공보에 의하면 임시정부는 애국가 개정안과 국가 제정안을 발의하고 논의 한 바 있다. 최종적으로는 애국가를 폐하고 새 국가를 제정한다는 발의안을 통과시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애국가의 개정도 하지 않았고, 새 국가의 제정도 하지 않았다. 3.1운동 시기 민중이 선택한 애국가를 국가로 대용한다는 대의를 지킨 것으로, 일관되게 ‘애국가 유지’를 기조로 삼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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