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팝 음악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의 BTS는 국내 외 굵직한 정치적 이슈의 한가운데에서 상징적으로 사용되고 소비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작금의 전반적인 문화적 지형에서 BTS는 이와 같이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 올라선 BTS와 팬덤 아미의 관계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할 정도의 밀접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문화적 사회 현상을 창조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2019년 "MAP OF THE SOUL: PERSONA” 앨범 발매 기자회견장에서 멤버 슈가는 BTS의 특별한 점이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특별한 팬들을 만난 게 우리의 특별한 점이 아닌가 싶다"며 아미의 특별한 점을 BTS가 성공한 이유로 꼽았다. 그뿐만 아니라 멤버 지민은 아미와 자신들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생하는 관계라는 요지의 말로 팬덤 아미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내보였다.
참고로, "MAP OF THE SOUL: PERSONA”는 2019년 4월 12일에 발매된 BTS의 여섯 번째 미니 음반이다. 이 음반의 타이틀 곡은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이다. 이 작품에는 RM, 슈가, 제이홉RM, 방시혁 등이 참여하였다.
그뿐 아니라, BTS의 독특한 점은 인류 공통의 고민에 대한 공감과 위로, 그리고 격려가 메시지에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사람들의 자존감을 세워주려는 메시지가 전 세계 아미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BTS의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사랑’, ‘꿈’. ‘도전’과 ‘괜찮아’ 등인데 그 중 ‘사랑’의 의미는 남녀의 사랑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인정, 지지’를 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찌 보면 이런 가사에 호응하고 환호하는 것은 이와 같은 메시지에 세계 아미들이 목말라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2018년 9월 BTS는 유엔에서 그들의 브랜드 메시지가 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의 내용으로 다시 한번 연설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과 환호를 받았다. 이러한 BTS의 유엔 연설문은 학교의 수업 교재로도 활용될 정도였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유를 묻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BTS는 3년째 유니세프와 함께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개최한 공연 수익을 자선 활동과 함께 기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초청을 받는 유명 음악 그룹으로서 과거 비틀스의 영향력을 넘어선다는 평가까지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BTS의 파급력이 강력한 것은 아름다운 곡과 퍼포먼스도 한몫하고 있지만 더 큰 요인은 그들이 보내는 메시지 때문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하고 열정으로 도전하라는 BTS의 노래는 세계 청소년들을 향한 위로와 힘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을 키우며 늘 입에 붙이고 살아야 할 메시지를 음악을 통해서 우리 가슴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메시지대로 살아가려 노력하는 BTS를 보며 전 세계 BTS 아미들은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에서 자신감과 도전 의식이 생긴다. 『그릿』의 저자 앤젤라 더크워스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의 한계에 낙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정신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근원적 배경에는 전 세계 아미들이 서로 같은 불안을 공유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코로나19 이후 더 큰 빈부의 양극화를 불러왔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최초의 세대가 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우울한 시대에 BTS는 구원과 위안의 메시지를 건네고 있는 것이다. "삶은 아이러니로 가득하고 모든 좋은 투쟁과 눈물의 결과다…팬들의 에너지와 우리의 에너지가 만나서 아이러니를 극복해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팬들을 이용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듯이, 여러분도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BTS를 이용하라.”
미국의 「포브스」, 영국의 「BBC」, 프랑스의 「르 피가로」 등 세계 주류 언론은 BTS를 ‘21세기 비틀스’로 비교하고 수식한다. 이것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영향력 면에서 2020년대 BTS와 1960년대 비틀스가 닮았다는 의미이다. 이지영 교수는 "새로움의 측면이 아니라 공감의 측면이 포인트”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이지영 교수는 "BTS는 세대의 구분을 넘어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굉장히 보편적인 메시지를 말 한다”며 "누구나 할 수 있고, 그리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한 진정성이 전달되며 메시지의 파급력이 더 커지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BTS의 건전한 메시지는 기성세대의 K팝에 관한 거부감을 부드럽게 완화시킨다. ‘우리 아이에게 소개해줘도 해롭지 않다’는 믿음을 지닌 중년층, 노년층 아미가 BTS 콘서트에 의외로 많이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동체를 통한 위로와 공감이라는 측면에서 아미는 일정 부분 종교의 순기능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지행 박사는 "아미의 활동은 나를 성찰하고 나의 변화로 주변이 1인치라도 좋아지는 열렬한 애정과 신념으로 나타난다”고 규정하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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