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현재 인류무형문화유산 ‘한국의 탈춤’은 18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송파산대놀이·양주별산대놀이·통영오광대·고성오광대·강릉관노가면극(강릉단오제)·북청사자놀음·봉산탈춤·동래야류·강령탈춤·수영야류·은율탈춤·하회별신굿탈놀이·가산오광대 등 13개의 국가무형문화재와 속초사자놀이(강원)·퇴계원산대놀이(경기)·진주오광대(경남)·김해오광대(경남)·예천청단놀음(경북) 등 5개 시도무형문화재이다.
수영야류(水營野遊)는 부산 남구 수영동에서 전승되어온 가면극으로, 1971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현재 수영동 수영공원 내에 전수회관을 두고 있다. 경상남도 낙동강 동쪽의 해안지대인 수영, 동래, 부산진 등에서는 가면극을 '들놀음' 또는 '야류'라고 불렀다. 수영야류는 원래 수영(水營)이라는 지명을 붙이지 않고 '들놀음' 또는 '야류(野遊)'라고 불렀다.
구전에 따르면 수영야류는 약 200년 전 초계 밤마리(현재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오광대의 영향을 받아 시작된다. 당시 수영에는 오늘날의 해군기지라 할 좌수영이 있었는데 그곳의 대장인 수사가 밤마리 대광대를 불러다가 탈놀이를 놀게 하였으며 후에는 군졸들이 배워서 계속 놀게 되었다고 전한다.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에 산신제와 함께 거행되어 그해의 만사형통을 빌었다.
탈놀이를 놀기 전에는 가장행렬, 즉 길놀이가 있었고, 지신밟기와 함께 며칠간 계속 되는 이 기간 중에 탈을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탈을 만들면 탈에 제사를 지내며 무사히 놀이를 마치기를 기원하였다. 일제가 집단적 집회를 금지함에 따라 1935년 전승이 단절되었다. 광복 이후 잠시 수영야류가 복원되었으나 지속되지 못하다가, 1960년대에 복원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국가무형문화재 수영야류보존회와 국가무형문화재 '수영야류'의 형성과정, 유래, 연희 과장, 특성,가면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수영(水營)의 지역적 특성
수영(水營)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선조 때부터 지금의 해군 지역본부에 해당하는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慶尙左道 水軍節度使營)이 현재의 수영구 수영동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원래 좌수영(左水營)의 준말로 폐영이 된 뒤에도 오늘 날까지 관아의 명칭을 줄여서 그대로 부르고 있다. 현재 수영이라고 할 때 좁게는 행정 구역상으로 부산광역시 수영구 수영동 지역이지만, 넓게는 수영동을 중심으로 인근의 망미동, 민락동, 광안동 일대를 포함하기도 한다.
수영지역은 장산과 금련산, 황령산, 배산이 있어 북풍을 막아주고 그 사이에 수영강이 남쪽을 향하여 수영만으로 흐르면서 넓은 평야를 이루고 있었다. 전형적인 배산 임수(背山臨水)의 형국으로 이런 지역은 취락을 이루기에 알맞은 곳이다. 더욱이 수영강 하류지역이 비옥하고 바닷물과 민물이 합수하는 수영만은 어자원이 풍부하여 일찍이 농업은 물론 수산업이 발달 할 수 있는 입지 조건 갖추고 있었다. 이런 생활 여건에서 이 지역 사람들은 일찍이 농경에 관계된 의식을 행하고 이에 따른 놀이들을 하여왔다.
수영야류는 문헌이나 증빙할 만한 물증 자료가 없어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이곳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좌수영수사가 군졸들의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 합천 초계 밤마리의 대광대(竹廣大)패를 데려다가 연희하게 한데서 비롯되었다고도 하고, 수영사람들이 큰 장터인 밤마리에 가서 보고 온 후에 시작되었다고도 한다.
밤마리는 낙동강변의 수로요지(水路要地)로 어염상선(魚鹽商船)이 정박할 수 있는 하항시(河港市)여서 합천, 의령, 초계 등지와 고령, 안동 그리도 전라도지방에서까지 왔다고 한다. 더구나 6월에는 대마(大麻)의 집산지로서 난장을 이루었으니 그야 말로 큰 장터로 약 300호의 대 취락지였다고 한다.
여기에 거상(巨商)들의 비호 아래 유랑 놀이패들이 모여들었던 것이다. 놀이패 중에서도 이른바 대광대 패가 죽방울 받기, 솟대놀이, 줄타기, 땅재주, 무동놀이, 요술 등의 곡예를 하여 관객을 모은 다음 탈놀음을 했을 것이다.
수영야류의 발생과 전파 과정
당시 탈놀음의 내용은 오방신장무, 중, 양반, 영노, 할미·영감, 사자무 등을 연희했다고 하는데 이 탈놀음의 내용이 경남, 부산 각지에 남아 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야류가 밤마리에서 퍼졌다는 전파설은 일리가 있는 것이다.
1933년에 송석하(宋錫夏)는 「오광대 소고」에서 "오광대를 직접 포태(胞胎)한 것은 초계 밤마리의 「대광대」임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좌수영(동래군), 부산, 동래, 김해, 창원(마산), 통영의 오광대 급 야류, 이입계통(移入系統)이 모두 초계에서 원류(源流)를 시작하였다.” 라고 전제하고 구전파의 연대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좌수영은 수영사람들이 초계에 가서 보고 와서 창설한 것이며[동래군 좌수영 최창복씨 담]
동래읍은 수영것을 본 받아 시작한 것이고 [동래군 읍내 이흥욱씨 담]
부산진은 동래·수영의 면(面)을 모방하여 시작했다고 하였다 [부산시 백종기씨 외 제시 담]
오광대 계열도 언급하고 있다. 김해(가락)는 동래 것을 참고로 하여 시작하였고, 창원은 초계 대광대에서 배운 것이며 통영은 창원제(制)에 의하여 만든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진주는 의령군 부림면 신반리 대광대에 의하여 창설 되었다고 하여 그 전파 과정을 정리하고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수영야류는 다른 오광대나 야류보다는 비교적 일찍 연희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밤마리의 유랑 연예단인 대광대 패의 연원(淵源)은 무엇인가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 우리나라 가면극의 역사를 살펴서 대광대 패의 성격을 고찰하여 보면,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濊)의 무천 등과 같은 제천 의식시에 가면을 쓰고 놀았다는 기록은 없으나 삼국시대는 가면놀이가 보인다.
삼국사기 권 32악조에 우륵의 12곡 중 제8곡 사자기(獅子伎)는 바로 사자무인 것이다.
수나라나 당나라의 기악에 고구려의 무악이 고려기라 하여 들어있고,백제의 기악도 오나라에서 전수하여 7세기에는 일본에 전파한 사실(史實)은 1233년에 필사한 음악 서적인 「교훈초」 권4 기악조에 일본의 기악이 백제인 미마자(味摩子)가 가져온 무악이하 하였고, 또 1956년에 편찬한 일본의 연극 사전에도 기악은 고대의 외래예능이며 서기 612년 백제인 미마지가 귀화하여 일본에 전한 것이라는 기록에서 증명된다.
통일신라시대에는 가면극이 더욱 성연되었다.고려시대에는 신라에서 전승된 팔관회라던지 연등회, 나례(儺禮)에서 연행된 가무백희가 성행되는 가운데 이른바 산대잡극이 성립되었고, 교방가무희도 정리 되었다.
조선시대에도 산대잡극과 나례회가 전래되어 이른바 규식지희(規式之戲)와 광대소학지희(廣大笑謔之戱)에 배태(胚胎)되었던 무용이 가면극으로 인형놀이가 인형극으로 창(소리)이 판소리로 분화되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인조에 들면서 산대와 나례 등의 도감에서 관장 실시하던 국가적 행사인 공의(公儀)가 경제난으로 쇠태하기 시작하였다. 때문에 도감에 예속되어있던 광대, 재인들은 생계의 위협을 받게 됨으로써 공의의 쇠태는 심해져서 현종 때에는 금령(禁令)을 내린바 있었고, 영조 20년에는 결국 정파(停罷)되니 전국의 광대들은 각기 생계를 위하여 개별적 활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초계의 대광대패는 이러한 시대적 변천에 의하여 유착한 연예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경남과 부산에 전파한 탈놀음은 산대도감에서 연희하던 광대들의 계통이라 할 것이니 수영야류는 산대도감 계통의 탈놀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전파 과정이나 그 지역적 특성에 따라서 과장(科場)의 설정, 배역 등이 달라지게 되며, 내용과 표현에서 차이가 생겼을 것으로 본다. 사자가무가 동래에는 없으나 수영에 있는 이유는 수영의 지세(地勢) 때문이라 전하는 따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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