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국악신문] (62) 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악신문] (62) 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

이만유의 문경사랑 62

  • 특집부
  • 등록 2023.03.11 07:30
  • 조회수 7,150

이만유/전 문경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1-금줄에 매단 볏짚으로 만든 신물(神物)-철퇴+말+빗자루.jpg
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 금줄에 매단 볏짚으로 만든 신물(神物)-철퇴+말+빗자루 (사진=이만유)

 

민속신앙은 옛적부터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신앙이다. 초자연적인 절대자, 창조자 등에 대해 두려워하고 경건히 여기며 자비사랑의뢰심을 갖는 믿음의 행위로서 단군신앙, 미륵신앙, 조상신성주신조왕신 등 가정신앙과 서낭당산신당장승솟대동제(洞祭) 등 마을신앙, 점복신앙, 풍수신앙, 무속신앙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그중 무속신앙(巫俗信仰)은 신령(神靈)이 실재한다고 믿고 신력(神力)을 얻은 무당(巫堂)을 주축으로 민간에서 전승되고 있는 종교적 토속신앙이다. 무속신앙의 일종인 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은 규모가 큰 마을굿으로 우리의 소중한 무형문화자산이므로 널리 알리고 잘 보존, 전승했으면 한다. ‘오얏골 별신굿10년 주기로 개최하는 별신굿으로 우리 문경지역에서만, 전승되고 있는 독특한 민속문화이며 굿을 하는 날에는 인근 마을 주민은 물론 먼 곳 외지인들까지 모여들어 큰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2-용떡(제물)옮기기.jpg
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에서 용떡 옮기기 (사진=이만유)

 

별신굿은 내륙지역보다는 해안지역에서 많이 열린다. 내륙지역에는 현재 소수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문경지역에는 호계 부곡리 오얏골 별신굿을 비롯하여 산북면 김용리 별신굿’, ‘석봉리 별신굿과 샛골 별신굿’, ‘내화리 화장별신제’, 동로면 적성리 벌재 큰마 별신굿등에서 별신굿을 지냈으나 지금은 호계 오얏골 별신굿만이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다.


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은 호계면 부곡리 오얏골에서 약 300년 전부터 별신굿이 열려 지금까지 이어져 왔으나 1995년 이후 고령화된 농촌의 현실과 굿판을 열 경비를 마련하지 못해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사라져 가는 우리 고유의 민속을 지키고 전통을 되살리려는 마을주민들의 간절한 뜻과 문경시의 지원으로 그 맥을 잇게 되었다고 안도했으나 2007334일에 경상도 내륙지방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큰 정월 대보름 행사로 개최되었다.


 2년 뒤인 200928일과 9일 양일에 걸쳐 호계 부곡 용당(암굴)에서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 재현행사가 열렸다. 마을 어르신이 말씀을 녹취한 것을 보면‘1959년과 1968년에는 점촌 '달판네' 무당이 왔고, 1977년에는 안동 '애숭이' 무당이 왔다. 그러고 나서 1986년에는 예천의 무당이 했고, 1995년의 별신굿에서는 상주의 무당이 왔다라고 하신 것을 보면 10년 주가로 별신굿을 연 것을 알 수 있는데 2009년 이후에는 개최되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3-하당 인사드리기.jpg
마을을 지키는 당목 아래서 하당 인사드리기 (사진=이만유)

 

200712년 만에 개최된 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이 연행(演行)할 때 필자가 현지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되돌아보면,그날 내륙지방에서는 쉽게 보지 못하는 별신굿 취재를 위해 각 매스컴은 물론 민속학자, 사진작가, 외지인 등 500여 명이 찾아와 대성황을 이뤘는데 특히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은 ‘10년에 한 번 열리는 별신굿인데 내 생전(生前)에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으니 꼭 봐야겠다.' 하며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기도 하였다.


오얏골 별신굿에 대한 유래는 기록이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마을에는 두 개의 동굴이 있는데 그중 암굴(용당)에서 흘러나오는 용천수가 가뭄에 나오지 않자, 이 속에 살고 있는 용이 심술을 부려 샘을 막고 있다고 하여 별신굿을 지내기 시작하였다고 전한다. 용천수는 마을의 식수원이면서 농업용수원으로 주민들의 삶과 생업을 좌우하는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재앙을 막기 위한 굿이라 본다.


4-굿하는 모습.jpg
마을 사람들과 함께 부곡리 별신제 굿하는 모습. (사진=이만유)

 

호계 오얏리 별신굿은 경북 내륙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별신굿으로 정체성 있는 전통문화로 계승함은 물론 지역민의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열었다. 별신굿을 준비할 때 칠팔십 대 어르신을 포함하여 남녀노소 100여 명의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여 부정을 막는다고 하여 왼쪽으로 꼰 새끼로 국내 최대 규모인 길이가 300m의 금줄을 친다. 별신굿 당일은 무당 입동(入洞), 상당하당용당의 부정굿, 용떡(제물) 옮기기, 치성굿(소지올리기), 선왕굿, 용당굿, 거리굿 등을 열어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하고 독특한 별신굿을 선보였다.


별신굿의 전 과정을 지면 관계로 다 설명할 수 없지만, 별신굿 첫 행사로 무당 입동을 보면, 당은 정월 열나흘 정오가 조금 지난 무렵에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마을에서는 미리 농악대를 꾸려 무당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가 마을회관 앞에서 풍물을 울리고는 무당을 맞이하러 간다. 무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마주 선 뒤, 마을 사람이 "술렁수"하고 외치면 무당이 "예이"라고 대답한다. 이때 예포를 울리고 한바탕 놀음판을 벌인다.


5-.jpg
부곡리 별신제에서 헌주 올리는 모습. (사진=이만유)

 

별신굿은 보통 5년 또는 10년에 한 번 행해지며 특별히 신에게 즐거움을 고하는 굿이란 뜻에서 붙여진 특별 기원 축제로서 주민들이  공동으로 마을 수호신에게 제사하는 점에서 동제(洞祭)와 유사하나, 동제는 동민 중에서 뽑은 제관이 제사를 주관하지만, 별신제(굿)는 무당이 주재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글을 마치면서 아주 특별하고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문경 호계 오얏골 별신굿을 하회마을 안동 선유 줄불놀이처럼 관광 상품화하여 매년 개최하기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