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마음대로의 음악’을 하며 살다 간 드러머이며 미각세서가微刻細書家 김대환 선생. 3월 1일 기일忌日이다. 열아홉 번째 추모 공연이 ‘한국문화의 집(KOUS)’에서 열렸다. 입구에서 오랜만에 남소유 화백를 뵈었다. 너무나 반가웠다. ‘인사동 문화’를 쌓아 온 어른들 중 한분이기에 남다르다. ‘쌀밥이 맛있는 집’ 부산집 식당 주인으로부터 고서점 한국서적 사장까지 또래의 어르신들을 먼저 보낸 헛헛함이 꾸민 모습에서 진하게 느껴졌다.
매번의 추모공연이 그러했듯이 사물놀이 명인 이광수의 비나리 축원덕담과 김대환 선생에 대한 회고담으로 문을 열고,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와 인사말로 여몄다. 인사말에서는 삼일절 일본 출연자가 함께하는 이유를 "음악은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예술"이라며 함께 아리랑 합창으로 여몄다.
그 안에는 김선생과 소시적부터 함께했던 원로 뮤지션과 연배는 차이 있으나 이런 저런 인연을 맺은 젊은 뮤지션들, 일본에서 활동하던 시절 인연을 맺어 매년 추모행사에 참여하는 일본 노가쿠와 부토 연주자의 무대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의외의 출연자가 있었다. 영화 1968년 개봉된 명화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여주인공 문희(본명 이순임李順任)여사의 무대가 있었다.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의 창으로 출연한 것이다. 그 자태와 함께 떨림이 담긴 청은 남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영정 사진과 포스터를 이젤 거치대에 올린 단촐한 무대, 오늘 행사 주제와는 너무 먼 사회자의 너스레, 퓨리 뮤직Free music이란 80년대 일본 재즈계의 이색적인 풍경, 제1회부터의 난해성 짙은 추모행사다. 아니 어쩌면 19년전 연세대학병원 김대환 선생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된 ‘장송 굿판’ 그대이다. 무대 전환마다 다가오는 화면 속 김선생의 모습. 회상은 과거로 달려갔다.
# 인사동 ‘청동시대’의 ‘아리랑’ 액자
1985년은 아리랑운동의 출발인 ‘모임 아리랑’이 활동을 시작하던 때이다. 사무실도 없고, 명확한 조직 체게도 없었지만 아리랑운동의 필요성과 전개에 대한 의지는 분명했다. 자료수집과 현장 답사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이었다. 근거지는 박희준 형이 운영하는 인사동 관훈클럽 지하 까페였다. 회원들이 차茶나 한지韓紙 같은 전통문화 연구자들이고, 전국 답사 중심 단체인 ‘민학회’ 회원들이 많았다. 거의 매일 저녁이면 모여 아리랑운동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인사동 찻집 ‘청동시대’에 특이한 ‘아리랑’ 서예작품 액자가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청동시대’는 통문관과 수도약국 사이에 있는 찻집으로 50년대 명동의 ‘공초 오상순과 청동 다방’에서 딴 것으로 짐작되어 주인은 꽤나 낭만적인 신사일 것이란 상상이 더해져 매우 궁금했다. 또한 이 시기 아리랑 서예 작품이 알려지지 않은 터여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몇몇 회원과 함께 날을 잡아 오후에 찾아가게 되었다.
아리랑 후렴과 1절 가사를 작품화 했다. ‘아’자와 ‘랑’자를 독특하게 표현하였다. 낙관도 격에 맞게 찍혔다. 마침 한문학을 전공한 박희준 형이 낙관을 읽어냈다. "김대환”이다. 함께한 누구도 이 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종업원에게 물었지만 모른다며 주인이 오후에 나오니 그때 물어보라고 했다. 이렇게 서예 작품 아리랑의 존재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작품의 주인공과 그가 누구인지를 사흘 후 간접적으로 알게 되었다. 김대환은 서예가가 아닌 드러머로 알려진 분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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