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1 (화)
"동냥왔네 동냥왔네 산골의 중놈이 동냥왔네/
동냥이사 안 내리마는 줄 이가 없어서 몬 주겄네/(중략)
왜 우리가 이러다가 애기를 배며는 어쩔것네/
애기배면 여려운가 뒷동산천 올라가서/
벅누눈을 긁어다가 정술에다가 타묵으며는/
속절없이도 떨어지네."
임동권이 수집했던 남해지방 중타령의 한 대목이다. 비슷한 버전들이 또 있다.
"동냥왔네 동냥왔네 산골 중이 동냥왔네/
동냥은 있네만은 줄 이 없어 몬주겄네/
울어매는 장에 가고 울아부지 들에 가고/
우리올캐 친정 가고 우리오빠 처가가고(중략) 청우에라 섰던 중이 달라든다 달라든다/
못방으로 달라듬서/ 우리 둘이 이러다가 아가 배면 우쩌겄네/
딸이라도 놓거덜랑 물이라꼬 이름짓고/
아들이라 놓거덜랑 산이라꼬 이름짓게/
산에 가서저 부르니 물이 와서 대답하고/
물이라꼬 저 부르니 산이 와서 대답하네." 이 무슨 상황인가? 스님이나 중이란 호명은 어디로 날아가고 중놈이라는 상스런 호칭이 난무한다. 시주를 나온 땡중이 혼자 집을 지키는 소녀를 농락하는 장면을 그리기 때문이다.
민요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퍼져있는 맏딸애기(당금애기를 부르는 호칭 중 하나) 노래 중 일부다. 류경자는 그의 글 "무가 <당금애기>와 민요 '중노래, 맏딸애기류'의 교섭양상과 변이"(한국민요학 제23집)에서 민요 중타령을 인용하며 이렇게 분석한다.
"현실에 기반을 둔 민요는 신화와는 다른 세계이다. 신화적 기반이 없거나 약화된 상황과 마주쳤을 때, 민요는 신화의 서사구조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게 되며, 자신들이 당면한 현실에 이끌림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외양상 신화와는 서사구조가 전혀 다른 파격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파격 치고는 상당히 난해하다. 중의 농락 혹은 소녀와의 음탕한 정사를 노래한 것일까? 하지만 중타령이 제석의 계보를 잇는 신화에서 파생되었음을 주목하면 현상적인 노랫말만으로 이면을 톺아보기 어렵다. 불교의 쇠락과 중에 대한 비하가 기표라면 그 안에 숨은 보다 근원적인 기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금애기 설화의 이미저리
당금애기 이야기는 60여 편의 각편이 있다. 그만큼 다양하다. 지역에 따라 시주 스님이 하룻밤 자고가면서 딸아기가 구슬 세 개를 품에 받는 꿈을 꾸고 잉태하는 버전, 시주를 받아가지고 나가면서 딸아이에게 쌀 세 톨을 먹게 하거나 손목을 잡고 혹은 머리를 만져 잉태하는 버전 등으로 각양각색이다.
맏딸아기가 토굴에 감금되어 그 안에서 잉태하는 사례도 있다. 제주도의 경우는 삼형제가 과거를 봤다가 중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낙방하고 여차여차하여 무제(巫祭)를 받는 신이 되기도 한다. 처한 환경에 따라 종속된 신앙체계나 종교에 따라 스토리를 취사한다. 이들을 종합해보면 단군신화나 주몽신화와 아주 유사하다는 점을 눈치 챌 수 있다. 천상의 양(陽)과 지상 음(陰)의 교합, 지함 혹은 토굴 등 동굴이나 알을 통한 출산과 성장 스토리가 키워드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지극한 비유와 상징을 통한 잉태와 출산 혹은 탄생에 이르는 구도여행이다. 우리나라 무속의 양대 신화인 오구굿의 바리데기, 나아가 세경본풀이의 자청비까지 유사한 이야기 구성이다. 심청가에서 물에 빠진 심봉사를 구출하는 장면, 흥보가에서 명당터를 잡아주는 도승, 심지어 저자거리에서 맏딸애기를 유혹하여 잉태시키므로 민중들의 비난 대상이 되는 땡중의 이미지까지 그 안의 알고리즘은 사실 다르지 않다. 이 이야기는 초상 마당에서 벌어지는 다시래기굿과 판소리, 무속의례의 제석굿, 각종 문학과 예술행위들을 횡단하며 다시 태어남과 거듭남이라는 거대 이미지를 재구성해내고 있다
민요의 현장 논밭에서 일하면서 부르던 노동요 그 현장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희문, 또 여타 실험들에서 민요가 면면히 살아 있을을 확인한다 굿판·노동판·유희판 ...
쏘가리 문양은 문양인데 이규진(편고재 주인) 생선회 중에서 비싸기로 말하자면 쏘가리회를 배놓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 탓인지 나이가 들도록 그동안 한 번도 시식을...
극단 민족 제2회 공연 목소리 포스터 (사진=대동극회) 민족운동의 일환 극단 '민족은 발기취지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민족극...
전통굿거리춤 진주교방춤의 춤맥을 이어온예인 김수악의 예술혼을 담고자 시작된 전통굿거리춤은굿거리장단에 맨손춤과 자진굿거리장단의 수건춤으로 구성된다. 김수악의 구음 원본을 그...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
이탈리아 기록유산 복원 전문가인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ICPAL) 소장이 최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
낮 최고기온이 10∼15도로 예보된 13일 오후 서울 경복궁이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024.3.13 전통 ...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봄 향기가 가득한 5월의 첫날,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우리 정서를 찾아 나서는 앙상블 시나위의 콘서트 ‘고요의 바다’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펼쳐졌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기획공연 '긴산조 협주곡' 무대에 오른 원장현 명인의 모습. (사진=국립국악원 창작악단) 2023.05.03. ...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오는 5월 9일과 1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 '긴산조 협주곡'을 초연한다. 아쟁과 ...
30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국립정동극장예술단 정기공연 '모던정동' 프레스콜에서 출연진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2024.4.30 ...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에서 23일 박병천의 '구음시나위'에 허튼춤 추는 안덕기 (사진=국립정...
국립정동극장이 4월 한달간 진행하는 '세실풍류 : 법고창신, 근현대춤 100년의 여정' 에서 조재혁의 '현~' 공연 모습. (사진=국립정동극장).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