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김종욱
[3만인의 벗!-‘벙어리 극단 공연을 보고-]
벙어리가 연극을 하다니- 온! 참 , 장님이 극장 구경 간다는 것과 꼭 같군! 하고ㅠ농아극장 ’남 모르는 사상‘ 상연된다고 하자 이렇게 수군거렸었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성황에 있던 것이지만 조선에서는 처음의 일이라 하기는 반신반의. 막이ㅡ올려지는 동안을 안타까웁게 기대리었다. 그리고 꼭 ’어색‘하리리 했던 것인데, 막이 열려 극을 보자 그런 기우杞憂는 전혀 부당하였던 것이다.
아니 기우가 부당했다는 것을 의식했다기보다 보통 연극과 같이 관람할 수 있엇다. 한 막이 끝나자 ‘어색’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을 생각하고 그런 점을 잡아 내리려 하였지만 좀처럼 잡혀ㅐ이지를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구태어 찾아내자니 그 손짓이 좀 기이했다던가 변사의 어조가 유난히 귀에 거실리워서 토키 전 시대의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감은 나왔으나 그 동작에는 조금도 어색이란 느낌을 갖지 않고 볼 수가 있었다.
극평가가 보는 눈으로는 전문적 여러 점의 견해가 있으리오마는 단순한 관객으로서의 인상은 이러하리라고 생각된다. 벙어리가 하니까 일종의 동정이 의식 전면에 나타나기 때문인지는 모르나 확실히 벙어리도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게 되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그들은 전연 소인素人들로서 거의가 다 취직하고 있는 사람들로 없는 여가를 틈타서 만 3개월이란 일자를 꾸준히 노력해왔다는 것을 들을 때 노력과 단결이란 어떤 장벽도 넘을 수 있다는 것 같이 여겨졌다. 이 극의 작자요 연출가요 총자휘자인 정동섭鄭東燮(이도 벙어리)씨가 연습 중 때로는 몽둥이로 통솔하였다는 이야기는 그 열성을 충분히 보여주게 한다. 그래도 그 통솔을 달게 받으며 연기자는 몇 일 밤을 새워가면서도 연마를 했다고 한다. 그들의 심정을 살펴봄에 연극으로 하여금 말 못하고 말 못 듣는다는 그만한 제약을 받는 그들의 자신을 위로함은 물론 조선에 있는 3만의 농아자를 위하여 그들을 계몽하고 그들을 지도하려는 순일한 비통의 결심이 단결과 노력이란 것으로 뭉쳐진 소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농아극은 연기로서는 소인극의 역域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조작자가 없는 인형극같은 특수한 연극이나마 이런 점이 아니라 그들이 무언으로 제시한 그들의 단결과 노력과 규율은 일반 연극인의 좋은 거울이 아닐까. 이 시사가 헛되지 않기와 이들이 자신을 자위하고 자기들 봉어리들 광명의 길로 끌려고 하는 그들의 힘찬 움직임을 기뻐하지 않을 수 없다. (藝術通信 271호. 1946년 8월 24일)
['국전國專‘ 연극 공연, 9월 초순 국도서]: 기보한 바와 같이 국학전문 연극부에서는 동교 창립기념으로 동 연극부 각본계 구성인 '세기의 개가’ 3막 5장을 가지고 제1회 연극발표회를 개최코자 만반의 준비를 거듭해오던 바 드디어 9월 초순부터 열기로 되었다 한다. (藝術通信 271호. 1946년 8월 24일)
[연극학도의 수기-연극이전 (2)] 무대예술연구회 제공
혁명가의 정신 진실에 대한 철저한 노력과 자기 희생 진실을 위해서는 일체이냐 그렇지 않으면 무無라고 생각하는 정신! 혁명을 도웁는 연극의 정신이 또한 이런 혁명가적 정신과 質이 틀림이 없다. 또한 철학적 정신과도!
소시민적 근성에서 근본적 동요를 거쳐 진부하고 앍고 보수적인 모든 것에서 일체 탈각하여 새롭고 우리들의 독립한 진실에 향한 마음일 것이다. 이것이 즉 연극정신이 아닌가? 근본적 동요란 사색과 자기 반성의 노력한 결과이며 비판적 정신에서 나오며 이 독립을 방색防塞하는 모든 박해에 대하여 지지 않고 용감히 반항하여 싸우는 실천의 용기라고 한다. 이럼으로써 완전히 진보적 입장에 서게 되며 태도를 가질 수 있다. 그러므로 ‘연극이란 무엇이냐?’의 해결은 타인의 설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연극을 하는 정신에 있어 나올 것이다. 따라서 연극을 하는 정신에는 겸손, 정직, 진실 등 말로서는 여러 가지 있겠으나 일언이폐지하면 의식과 자기 충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하므로 연극은 유행상품도 아니고 사교적 장식도 아닌 것이 명백하나 정신 없이 논설만을 일삼는 향락주의자가 사랑이 없이 색만 구하는 불량청년과도 같이 연극정신이 없이 연극을 구하려는 도락자道樂者와 위선자가 일하지 않고 놀고 먹자는 해충의 존재와도 같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대상에 화장을 하고나서 빨갛고 푸른 조명에 맞으며 웃는 게 연극이 아니다. 연극을 통하여 정신적 육체적 행동을 근본으로부터 반성하여 낡은 것을 알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여 낡은 것은 낡은 것으로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으로 취사선택하는 영원의 성실을 의미하는 이러한 연극정신이 오래지 않아 혁명적 연극을 낳을 수 있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므로 나로서는 우선 낡은 것의 탈피작용과 새로운 술을 새로운 부대負袋속에라는 이 새로운 부대의 체득에 있다. 위대한 사상가는 결국 자기에 돌아가서 밑으로부터 근본으로부터 무엇이냐? 왜냐? 누구를 위하여? 의 근본원칙을 추구한 사람들이라 말한다. 이것이 없이는 연극정신도 운운할 수 없다. 즉 사상누각砂上樓閣이다.
이것이 연극이전의 것이며 아울러 연극생활 그것일 것이다. 나는 우리들의 요구에 응하여 어떠한 동기라도 자기의 내부에 돌입하여 감득하여 알고 뉘우쳐서 실제에 움직이지 않으면 싸우는 의지를 정말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내가 사모하는 진실에 연극정신에 도달하는 수단 그것의 방법으로서 연극을 생활하는 태도를 일상생활에 있어서 똑바로 선도하고 싶다.
과연 될 수 있을까? 또 꾸준히 반성하여가지 않으면 아니 되겠다(藝術通信 271호. 1946년 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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