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이윤선(문화재청 전문위원)
흥그레타령으로부터 발전한 육자배기가 근대기를 거치면서 전문가들에 의해 재창작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를 통속민요 혹은 남도잡가 등으로 호명한다.
토속민요나 향토민요와 구별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다. 토리권을 주장했던 이보형의 연구에 의하면 남도잡가 육자배기는 '흥그레타령-김매기 산타령-옛 육자배기-근대 육자배기'의 변천과정을 거친다.
나도 이 견해를 받아들여 흥그레에서 육자배기로의 변이를 주장해왔다. 김혜정 교수도 향토형 육자배기와 잡가 육자배기로 나누어 접근한바 있다.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반에 경서도 잡가의 유행에 영향을 받아 잡가로 변화되었다. 흥그레타령에서 출발한 향토민요 육자배기가 당시 유행하던 유랑패들의 영향을 받아 잡가로 재창조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도잡가 '흥타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천안삼거리 흥~ 능수나 버들은 흥~"하는 흥타령이 있다. 이것은 '천안삼거리'에서 유래한 노래로 일명 '경기민요 흥타령'이라 한다. 후대에 와서는 잡가 <흥타령>으로 재창조되어 널리 불렸고 특히 시조형식으로 재창조되어 시가문학의 한 유파를 이룬바 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가 듣는 "아이고 대고 허허~응 허~성화가 났네 헤~"하는 <남도잡가 흥타령>은 어떤 노래인가? 손인애 교수는 이 노래의 형성 시기 및 그 과정이 사당패소리에 근거한 경서도 통속민요와 흡사하다는 점, 따라서 남도 사당패 계승집단 또는 그 영향을 많이 받은 집단이 형성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잡가 육자배기의 재창조과정과 같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남도잡가 흥타령의 정서와 한(恨)의 세계는 육자배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재창조의 과정에 보렴, 화초사거리, 긴육자백이, 자진육자배기, 흥타령, 새타령, 성주풀이, 개고리타령 등이 함께 한다. 오늘날 남도잡가 메들리로 통칭되는 노래들의 존재가 근대기를 거치면서 완연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고 진도아리랑을 덧붙이는 형태로 고정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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