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1 (화)
"아! 나 광대전 섭외됐다!”
출연한 서의철 소리꾼이 섭외 소식을 받았을 때의 소감을 말했다. ‘판소리 명창대첩 광대전(廣大戰)’은 판소리의 본고장 전주(MBC)에서, 판소리를 지키고 대중화 하고자 2012년 첫 방송을 통해 국악 예능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박애리, 왕기석, 왕기철, 장문희 등의 국악스타를 배출하고, 국악 대중화에 기여해 왔다. 이제 젊은 소리꾼의 꿈의 무대가 되어, 2022년, 6번째 시즌으로 지난 9월 29일(목) 밤 11시20분 시청자를 찾아갔다.
국내 내로라하는 젊은 소리꾼 8인이 A,B 조로 나뉘어 조 대결로, 총 6회로 방영되며, 각 회차 마다 색다른 구성으로 보고 듣는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1회는 민요, 단가, 창극 등으로 겨루었으며, 매 회마다 가장 많이 득표한 우승자도 가린다.
자문위원으로 송재영 명창(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왕기석 명창(국립민속국악원장), 송미경 박사(판소리학회 이사)가 참여했으며,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청중평가단이 심사했다.
출연자들 간의 팽팽한 긴장과 완벽한 무대들은 프로그램의 중심축이다. 시청자들은 다양한 장르의 소리를 감상하고, 승패의 주인공이 누가 될 것인지를 예상하는 재미도 있다. 무대는 전주대사습청 특설무대. 탁 트인 하늘 아래, 무대와 관객은 눈빛까지 교감할 수 있는 거리에 있고, 옛 시절 소리판이 벌려졌던 어느 마당을 떠올린다. 첫 출연자의 무대가 시작됐다.
정승희 / 백발가
애절함이 끓어 오는 첫 소절로 관객을 집중시킨다. 거문고의 연주도 함께 했다.
이 능숙한 젊은 소리꾼은 관객과 눈 맞춤으로 교감하기도, 흥을 돋우기도, 때로는 절절한 감성으로 듣는 이의 눈물을 쏙 빼기도 한다. 눈앞에서 관객의 표정까지 느끼는 예인의 행복감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기대에 찬 외국인들의 표정은 한껏 진지했다.
강길원 / 사철가
"떨림보다는 설레임이 더 있어요. ‘광대전’ 첫 번째부터 시청해왔는데, ‘난 언제 출연하나, 아직 공부가 안됐나’ 했는데, 이번에 연락이 온 거거든요.”라고 출연의 감격을 밝혔다.
가야금(조옥선)과 장고 조용안 명고(전북 무형문화재 제9호 판소리장단 보유자, 2019)도 함께 하는 무대.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 오늘 백발 한심 하구나 /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 반겨한들 쓸 데 있나...”
내공 깊은 젊은 소리꾼은 관객과 눈을 맞추며, 발림은 감성을 담아 여유롭다. 연세 지긋하신 노(老)관객은 눈을 떼지 못한다. 온 에너지를 발산하는 열창은, 곡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그것을 분주하게 카메라에 담는 외국인도 보인다. 관객 앞의 소리꾼은 행복했고, 즐기는 듯 보인다. 곡이 끝나고 관객은 그에 화답하듯 환호했다.
신진원 / 신민요 ‘들국화’, 흥타령
이번 출연자는 신민요로 도전한다. 경쾌한 곡이고 무대 뒤에 작은 연주단도 있어 곡은 더욱 풍성하고,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2022년 젊은 소리꾼의 광대전이 열리는 날이라...’ 등으로 개사하여 듣는 재미도 있다. ‘신민요’라는 국악의 색다른 모습을 만나는 무대였다.
김나니 / 신 사철가
시종일관 웃으며, 관객들과 눈 맞추는 무대매너가 매력인 소리꾼이다. 경쾌한 곡으로 관객의 흥을 만들어간다. 곡의 절정에서 자신이 가진 최대한 것을 뽑아내려는 모습은 소리꾼의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
최호성x서의철 / 춘향가중 ‘방자 편지 전하러 가는 대목‘(창극)
노래와 대사가 있는 창극. 극적인 감동까지 느낄 수 있었다. ,
두 사람의 호흡은 찰떡같았으며, 짧은 시간 해학, 감동을 모두 경험하게 한다. 이들의 찰진 연기로 볼수록 빠져들게 만든다. 당대의 언어유희, 해학까지 느끼는 재미도 있다.
이몽룡 : 너, 어디 사는 애냐 ?
방자 : 다 죽고, 나만 사는데 살아요.
이몽룡 : 이놈아, 이 세상에 너 혼자 사는 데가 어디 있단 말이더냐.
방자 : 아, 나만(남원) 사니께 나만(남원) 산다 안하요.
이몰룡 : 오라, 너 남원 산다는 말이로구나.’
방자 : 오메, 맞췄어 맞춰...
조용안 명고의 "좋다”, "좋지” 등의 추임새는 정겨우면서도, 듣는 이의 흥을 돋운다. 춘향이 전하는 애절한 편지를 읽는 이몽룡의 소리는 슬픔과 애통함마저 느껴진다. 관객들은 때로는 장단을 마주기도, 공감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극의 몰입도는 한층 더 높아졌다.
이소연x유태평양 / 심청가 중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소리꾼 유태평양은 "광대전을 대학교때부터 보면서 자랐거든요. 나도 언젠가 저 무대에 설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했고, 무대에 올라서 첫 인사를 했을 때 그 떨림이 장난 아니더라고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여성의 소리, 시원하고 힘 있는 남성의 소리가 단연 돋보였다. 출연자들의 애절한 연기와 함께 혼신의 힘을 쏟는 대목에서는 더욱 몰입하고, 그 서사와 애절함에 가슴마저 뭉클하다.
"천신이 감동하사 저는 살아 왔삽는데
부처는 영험 없어 눈을 그저 못 보시니
어찌해야 되오리까”
심봉사가 눈 뜨는 대목에서, 감동은 절정에 이르며, 관객은 환호하고 현장은 하나가 된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청중평가단 심사가 이루어진다.
결과 발표에서 승패가 나뉘고, 개인 우승자도 발표되었다. 작창으로 승리의 기쁨을 노래하는 것은 국악 예능에서만 볼 수 있는 백미이다.
1회에서는 소리의 원형을 중심으로 한 대결이었으며, 각 회 마다 색다른 구성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소리를 즐길 수 있다.
기획·연출을 맡은 김현찬 PD는 이 프로그램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재 한류가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데, 언젠가는 국악예술이 각광을 받을 날이 올 겁니다. 그 곳에 가기까지, 이 프로그램이 밀알이 되어 일조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우리 국악이 월드 뮤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작진은 4-6회차 방영분을 위한 녹화에 참여할 청중평가단을 모집 중이다. 녹화는 10월 15일(토) 전주대사습청에서 있을 예정이며, 전주MBC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제작진에 따르면, 평가단에게는 소정의 간식을 제공할 예정이며, 청중평가단 외에도 현장에서 선착순 입장으로 관람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국내 최고 젊은 소리꾼들의 신명나는 무대를 경험 할 수 있을 것이다.
1회 재방송은 10.1(토) 오전 8시20분, 2회부터 본방송은 매주 목요일 밤 11시 20분, 재방송은 토요일 오전 8시 20분에 방영된다. 전주MBC 오리지널 유튜브로 실시간 방송되며, 서울MBC와 국악방송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현재 1회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시청이 가능하다. 회차 별 소제목은 다음과 같다.
2회 ‘판소리 MBTI’
3회 ‘오마주(헌정) 무대’
4회 ‘환상의 호흡Ⅰ’
5회 ‘환상의 호흡Ⅱ’
6회 ‘단짠단짠 대결’ (흥(興)과 한(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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