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4 (화)
8월 20일 창단 15주년 기념 공연 ‘마들향기 바람에 흩날리고’를 앞두고 있는 노원문화원 국악예술단의 활동은 국악이 우리 삶에서 ‘전통’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이 예술단과 창단부터 함께 해 온 김덕수 명인(예술감독), 역시 오래 전부터 생활국악에 뜻을 두고 실천하면서 이러한 가치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에는 창단 15주년 기념 공연 ‘마들향기 바람에 흩날리고’의 출연자들을 만나기로 한다.
김감독의 생활국악에 대한 가능성과 믿음은 예술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예술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활국악은 전통문화의 확장 이상의 가치를 구현하는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단원들 대부분이 노원문화원 강좌 수강생에서 시작하여, 예술단에 합류하게 되었으며, 생업에서 은퇴 했거나 주부들이고, 일부 단원들은 생업과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이 7-8년 이상 예술단에서 활동했고, 창단부터 함께 해 온 분들도 상당수이며, 40대에서 80대까지, 평균 연령 60-70대이지만, 자신의 악기를 모두 가지고 있고,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들의 삶 또한 살아온 세월만으로도 몇 권의 책은 나올 법한 사연을 가지기에 충분할 것이다. 한 분 한 분, 예술단과의 인연을 들어보면, 국악이 이 분들의 삶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 전통음악의 힘을 엿볼 수 있다.
성기순(국악예술단 부단장, 60대)
"노원문화원 생기면서 수업 듣기 시작했어요. 40대 후반 들어와서, 집에 있는 것보다는 뭔가 배우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교우들 몇 명이랑 수강신청 하게 됐죠. 이(경숙) 선생님 제안으로 봉사활동으로 공연 시작했어요. 일상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고, 나가야 할 곳이 있고, 배우고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다른 생각 할 시간 없이 직장인처럼 바쁘게 생활하는 것도 좋고요. 지금은 선생님 수업 도와드리면서 함께 지도하고 있어요.”
김 모씨(주부, 50대)
"어머님께서 많이 편찮으세요. 늘 옆에서 돌봐드리면서, 저도 많이 힘들었는데, 여기 수업 배우고, 예술단 활동하면서 힘을 많이 얻었어요. 집에서 마음가짐도 많이 좋아졌고요.”
신 모씨(80대, 주민 센터 사물놀이 지도, 예술단원 학생회장)
"수업들은 지는 18년 정도 됐고, 예술단 처음부터 함께 활동했어요. 국악 배우고 싶어서 생업 하고 있을 때, 배우기 시작해서 지금은 생업은 은퇴하고, 주민 센터에서 사물 가르치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동료가 ‘인정 많으신 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국악 하면서,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까 활기도 생기고 좋아요.”
정 모씨(주부, 60대)
"어렸을 적부터 국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경숙) 선생님 만나서 예술단에 들어오게 됐고, 잘 끌어주셔서 지금까지 왔어요. 사실 제 아이가 몸이 불편해서, 항상 옆에서 돌봐줘야 해요. 그래서 연습시간에 충분히 있지 못하는데 선생님께서 배려해주시고, 또 제게 ‘마음에 있는 것 다 모두 다 풀고 가라.’라고 격려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이런 활동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임 모씨(올해 정년퇴직, 60대)
"정년 퇴직 앞두고, 올해 3월에 친구(현 예술단원) 따라 문화원 수업 듣게 됐어요. 친구가 중학교 동창이에요. 장구 배우는데, (이경숙) 선생님께서 열정적이시고, 저도 재미있더라고요. 선생님 권유로 예술단에 들어오게 됐어요. 예전에는 민요가 와 닿지 않았는데, 접하다 보니, 마음속에 애잔함 같은 걸 끌어내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드니 이런 것이 끌려요. 진심으로 공감되고, 즐거워요.”
함 모씨(주부, 50대)
"아이 키우면서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문화원 수업 듣게 됐어요. 배운 지 7-8년 되었고, 예술단 활동하면서, 일단 제가 즐거워요. 제가 행복하니까 남편이나 아이들 대할 때도 훨씬 좋아졌어요. 지금은 이(경숙) 선생님 수업 도우면서 조교 역할을 하고 있어요.”
권 모씨(주부, 70대)
"퇴직 후에, 교회에서 어르신 분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것을 찾다가, 국악을 배우게 됐어요. 저도 즐겁게 봉사할 수 있어서 좋고, 제 아이들도 제가 이런 취미생활 즐기니까 좋아해요.”
박 모씨(주부, 60대)
"배운 지는 2년 됐어요. 올해 예술단에 합류했고요. 저는 경기 민요 노래 가락이 너무 좋고, 가사가 마음에 와 닿아요. 제 딸이 외국에서 음악공부 하고 있는데, 거기에서 저랑 같이 거리에서 버스킹 하자고 하더라고요. 하하.”
안 모씨(주부, 60대)
"예술단 활동 한 지는 13년 됐어요. 처음에 친구 따라 국악 배우기 시작했다가, 친구는 나가고 저만 남았죠. (이경숙) 선생님께서 너무 잘 가르쳐주세요. 수업도 재미있고요. 이런 활동이 생활에 활력소에요. 무료하지 않게, 즐겁고, 바쁘게 살게 되니까요.”
박 모씨(주부, 70대)
"예술단 활동은 7-8년 정도 했어요. 이런 활동 하게 되면, 배우면서 노는 거잖아요. 소득 있죠. 악기도 배우고, 행복하고, 또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요.”
이 모씨(주부, 60대)
"어려서부터 국악을 좋아했어요. 혼자 공부하기도 했는데, 15년 전부터 배우기 시작했어요. 저는 이것 없으면 안돼요. 정신 건강에도 좋고, 집에서 짜증이나 스트레스도 덜하고, 생활이 행복해지니까 좋아할 수밖에 없어요.”
문 모씨(올해 2월 정년퇴직, 60대)
"작년에 퇴임을 앞두고, 퇴임 이후 생활을 고민하던 중에, 개인적으로 우리 소리를 배우고 싶더라고요. (이경숙) 선생님께 배우고 싶다고 연락 드렸어요. 퇴근 후에 시간을 내서 ‘창부타령’을 배웠어요. 그렇게 원하던 것을 배우고, 예술단 활동까지 하게 돼서 너무 행복해요.”
최 모씨(생업 종사, 60대)
"8년 전에 예술단에 들어왔어요. 일을 하고 있었지만, 사물놀이를 배우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민요를 배우게 됐어요. 예술단 활동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뭔가가 있어요. 특히 공연 하고 나면 성취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어요. 또 대사나 동작을 외우는 것들이, 우리 같은 나이에 오는 치매에 좋아요. 뇌를 써야 하니까요. 또 활동량이 많아서 운동도 되고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국악에 관심이 많은데, 요즘 TV나 라디오 국악 프로그램에 경기민요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 노래가 정말 좋거든요.”
박 모씨(생업 종사, 50대)
"사물놀이를 배우다, 민요를 배우고 싶어서 여기 문화원에서 배우게 됐어요. 어릴 때부터 국악을 좋아해서 살풀이 같은 한국무용도 1년 정도 배우고, 그 외에도 다양하게 배웠어요. 예술이란 게 음악, 춤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1인 가구인데요, 살면서 종종 외로움을 느껴요. 국악을 배우거나, 예술단 활동이 그런 외로움을 대신 채워줘서 너무 행복해요. 코로나 때, 못해서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요즘 코로나가 심해져서 다시 못 할까봐 걱정되기도 해요. 그 정도로 지금 배우고 활동하는 것들이 너무 좋아요.”
또한, 이 예술단의 공연은 안무가, 조연출, 연기자 등의 역할로 다양한 분야에서 젊은 예인들이 참여하는데, 이들은 예술단 창단 초기부터 함께 했던 김덕수 명인, 이태훈 연출가 등 연륜 있는 예인들이 매개가 되어 합류하게 되었다. 이 역시 문화적 콘텐츠로서의 생활국악의 또 다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점이다. 이태훈 연출가와 함께 14년 전부터 함께 한, 약 20년 경력의 이창순 안무가는 예술단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이렇게 말했다.
이창순(안무가)
"이 분들의 열정에 감동받아요. 저는 전문가이고 생업으로 하고 있지만, 선생님들은 즐기시면서 하시니까 그 열정은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조연출과 객원 배우로 활약한 예인들 또한 자신들의 솔직한 감회를 밝혔다.
송은혜(조연출)
"비전문가 분들이라 안 해보신 것들이고, 반복해서 연습하는 부분도 많은데, 지치시지 않고 더 열심히 해주세요. 또 선생님들끼리 서로 동영상 녹화나 녹음 해주시면서, 연습하시는 것 보면, 감사하면서도 멋지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정동(객원 연기자, 변사)
"예전 공연에 잠깐 합류했었고, 이번에 주연(변사)으로 출연하게 됐는데요, 부모님 세대 분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정말 좋아서, 열정을 가지고 하시는 모습, 이런 감동적인 것들이 관객 분들께 전해질 것이라고 믿어요."
단원들은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동료이자 이웃으로,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연습 중에, 자신의 파트가 아닐 때는 동료를 지켜보며 노래 불러주었으며, 누군가 실수를 반복하더라도, 옆에서 응원해주고, 당사자도 위축되지 않고 마음을 다지곤 했다. 이러한 모습은 전통예술을 매개로 지역 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그 모든 시간들을 즐기고 있었으며, 이후에 돌아갈 일상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었다.
그 분들의 삶은 국악으로 치유되고, 문화 공동체로서 단합하면서, 국악은 각자의 삶 속에서 행복의 중심축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은 영역을 넓혀가며 주변의 소외계층을 찾아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이것이 생활국악이 지향하는 가치이며, 우리 음악, 전통문화의 힘일 것이다. 앞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공유되는 국악과 전통문화가 좀 더 활성화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건강하게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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