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연재소설] 흙의 소리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소설] 흙의 소리 <99>

  • 특집부
  • 등록 2022.07.28 07:30
  • 조회수 1,045

흙의 소리

 

이 동 희

순명順命 <1>

이듬해 정월에 박연은 다시 제악祭樂에 관한 글을 올리었다.

"제악은 천신天神을 제사할 경우 강신降神함에 4을 쓰는데 악6으로 변합니다. 육변六變을 쓰는 것은 천제天帝가 진에서 나옴을 취함이요 진은 묘위卯位에 자리하였으니 묘의 수는 여섯인 것입니다. 따라서 환종궁圜鍾宮을 사용해야 하니 협종夾鍾 2성 황종각黃鍾角 고선궁姑洗宮 2성 태주치太蔟徵 남려궁南呂宮 1성 고선우姑洗羽 대려궁大呂宮 1성이고, 송신送神에는 협종궁 1성을 사용합니다.”

천신을 제사하고 묘악廟樂에는 사성四聲을 쓰라는 것이었다.

제에 따르는 악에 관하여 박연만큼 조예가 있기도 힘들지만 그만큼 관심을 갖고 마음을 쏟아붓기도 어려웠다. 다른 사람-관리 신하 대신-들도 얘기하였지만 그렇게 자세하고 분명하게 낱낱이 의견을 끊임없이 올리고 바로잡자고 청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박연은 예에 어긋나지 않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었기도 하였지만 거기 합당한 악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박연이 집착하는 제악의 원칙이었다. 예악의 실천이었다.

청원은 계속되었다.

지기地祇를 제사할 경우는 강신함에 4궁을 쓰는데 악은 8성으로 변한다. 팔변八變을 쓰는 것은 곤이 만물을 기르는 것을 취함이요 곤이 미위未位에 자리하였으니 미의 수는 여덟인 것이다. 따라서 함종궁函鍾宮을 사용하여야 하니 임종林鍾 2성 태주각太蔟角 유빈궁蕤賓宮 2성 고선치姑洗徵 응종궁應鍾宮 2성 남려우南呂羽 유빈궁 2, 송신에는 임종궁 1성을 사용한다.

인귀人鬼를 제향할 경우는 강신함에 4궁을 쓰는데 악은 9성으로 변한다. 구변九變을 쓰는 것은 금의 수를 취함이요 금의 물건됨이 잘 화하되 변하지 않으니 귀신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황종궁黃鍾宮 3성 대려각大呂角 중려궁仲呂宮 2성 태주치太蔟徵 남려궁南呂宮 2성 응종우應鍾羽 이칙궁夷則宮 2성을 사용한다.


20210825173823_17eb74873f5055fd7795144c53cd3fa7_pfo1.jpg

 

"이상과 같이 제사할 때마다 4궁에 강신함과 악무樂舞가 변하는 수는 각각 의거하는 바가 있어 망령되게 더하고 덜하는 것은 불가한 것인데 우리 연간에 모두 다 개혁하였으나 종묘에 친히 제향하는 날을 당하여 강신하는 악무 6성을 권도로 감하여 3성으로 사용하매 4궁이 불비하고 변수마저 결여되어 온당치 못합니다.”

제사 제향에 관하여도 그렇지만 거기에 부합하는 소리와 춤 음과 성의 조합 그리고 변하고 화하여 이루어지는 조화를 누가 그렇듯 맞출 수가 있겠는가그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였다그러나 그것이 틀리지 않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렇듯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끊임 없이 상언을 하여 옳지 못함을 지적하고 바로 세우고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이 또 누가 있는가.

그것이 무슨 역사적이고 국가 대계의 사업이랄 수도 없는 것이었지만 나라에 있어서든 백성에 대해서든 기본적이고 바탕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며 거기에 생을 걸었던 것이다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었다뒤의 일이지만 박연은 전라도 땅 오지 산골 고산高山 유배지流配地에서도 가훈家訓 17조를 써서 남겼던 것이다아들은 교형絞刑을 당하고 쓸쓸히 말년을 보내면서 가훈이란 무엇이었던가.

"이 이제 다시 전대前代를 상고하여보니

당나라 태종 때에 태상시太常寺에 조칙을 내려 천신을 제사하고 지기를 제사하고 종묘를 제향함에 궁의 등급을 올리는 것은 강신할 때마다 사곡四曲송신할 때는 일곡一曲을 연주한다하였으니 어떻게 하여야 하고제악고祭樂鼓는 주례周禮의 지관地官 고인조鼓人條에 뇌고雷鼓는 신사神祀에 쳐서 천신을 제사한다하였고 정사농鄭司農은 팔면고八面鼓라고 하였으나 진양陳暘은 육면六面의 영고靈鼓라고 고쳤다사제社祭에 치는 것은 지기를 제사함인데 정씨는 육면이다 하였으나 진씨는 팔면이라고 고쳤다노고路鼓는 귀신에게 치는 것으로 인귀人鬼를 제향함인데 정씨와 진씨가 다 같이 사면四面의 진고晉鼓로 금주金奏를 치게 되면 주악이 시작되니 금주는 편종編鐘을 치는 것이다.

그렇게 씌어 있다고 박연이 말하였다여러번 얘기하였지만 철저히 문헌 전적典籍에 의거하여 말하였다그것이 무기였다기보다 기본 자세가 그랬다그저 본 만큼 아는 만큼 말하는 것이다그가 논리를 펴는 방법이었다.

박연은 다시 주관周官 운인조韗人條 진양도설陳暘圖說 등을 인용하여 앞에서 말한 뇌고 영고 노고 외에 진고인 도고鼗鼓를 말하며 천신의 제사 지기의 제사 인귀의 제향에 어떻게 뇌도雷鼗 영도靈鼗 노도路鼗를 만들게 하기 바란다고 하였다.

신의 생각으로는 그렇다고 하였다예조에 내려 의논하게 하였다.

상언한 것을 다 기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