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오늘은 특별한 내용을 소개하려고 한다. 한국인 수학자가 세계 최고의 필즈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고 하는데, 필즈상은 어떤 상이며 어떤 공로자에게 주고, 특히 지속 가능한 한류와의 연관성 및 예술과의 공통점은 없는지 살펴보고자 한다.(KBS, SBS, 뉴시스, 연합뉴스 등 보도기사 참조)
지난 7월 6일 각 언론을 통해서 낭보가 보도되었다. 수학계의 노벨상 격인 필즈상을 프린스턴 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인 허준이 교수가 수상했다는 것이다. 1936년 제정된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고 앞으로도 업적을 성취할 것으로 보이는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수학 분야 세계 최고의 상으로, 아벨상과 함께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허 교수는 5일 국제수학연맹(IMU)이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것이다.
필즈상은 캐나다의 저명한 수학자인 존 찰스 필즈의 이름을 따 1936년부터 시상되었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함께 1만5000 캐나다 달러(약 1500만원)의 상금을 준다.
허 교수는 수학계의 오랜 난제였던 '리드 추측(Read's conjecture)'과 '로타 추측(Rota Conjecture)' 등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의 방법론을 창의적으로 결합해 문제를 해결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허 교수가 지난 2012년 해결한 ‘리드 추측’은 1968년 이후 50여 년 간 전 세계 누구도 풀지 못했던 수학계의 난제로 꼽혀 왔다. 그러나 허 교수는 2012년 박사 과정을 이수하고 있던 미국 대학원 시절 50년 가까이 지구상 누구도 풀지 못한 수학계의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해 스타로 떠올랐다. 리드 추측은 1968년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제시한 조합론 관련 문제이다.
6년 후에는 이를 확장시킨 또 다른 난제인 '로타 추측'에 이어 '메이슨 추측', '다우링-윌슨 추측' 등 10여개의 난제를 풀었다. 이로 인해 2017년 '블라바트니크 젊은 과학자상', 2019년 '뉴호라이즌상' 등 세계적 권위의 과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이러한 연구 업적들은 수학계는 물론 정보통신, 반도체 설계, 교통,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 여러 응용 분야의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허 교수의 연구 업적이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50~60년이 지나고 나서 현실에 적용되는 등 허 교수 같은 진짜 중요한 연구 결과들은 오늘 내일 바로 응용되는 게 아니라"면서 "필즈상을 받을 정도의 최상층의 업적은 100년 후 정도를 생각해야 한다"라고 수학계는 설명한다.
이쯤해서 허준이 교수의 학창시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허준이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나 2살 때부터 한국에서 살면서 서울 방일초등학교, 이수중학교, 상문고등학교(중퇴) 등 국내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이어 검정고시로 서울대에 진학해서 2007년에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및 물리천문학부 학사학위를, 2009년에는 같은 학교에서 수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인생 궤적은 독특하다. 필즈상 수상자 대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과 달리 허 교수는 어렸을 때 수학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수학 문제집 뒤 페이지에 있는 답지를 베껴 아버지에게 혼난 경험이 있는 등 소위 말하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라고 할 정도로 수학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수학적 재능을 몰라 시인, 과학기자 등 다른 진로를 고민하며 방황하기도 했다. 실제 고등학교 때 시인이 되고 싶어 자퇴한 일화는 유명하다.
허 교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창 시절 과목 중 하나인 수학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정을 못 붙였지만 게임 퍼즐 등 논리적 사고력을 요하는 종류의 문제에는 자연스럽게 끌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렸을 때 수학에 흥미가 있었지만 가장 열정이 많았던 분야는 글쓰기였고, 그중에서도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타고난 글쓰기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어 무엇을 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적당히 만족하며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이 재밌어 과학저널리스트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 (학부를) 그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물리 · 천문학과에 진학했다"며 "대학교 3, 4학년에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업을 쉬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학 수업을 들으며 수학의 매력을 처음 느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대학시절 우울증 때문에 12학기 이상 다녔고, D와 F학점도 많았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보낸 허준이 교수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평범한 학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오히려 공통점이 많았다. 특히 자신의 재능을 미리 발견하지 못해서 진로 또는 전공분야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하던 학창시절의 예술 전공 학생들을 보는 듯했다.
다음 회에서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겠다.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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