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이규진(편고재 주인)
기침을 많이 하는 터라 선배의 권유로 체질검사를 받아 보았더니 목양체질로 나왔다. 이 체질은 근본적으로 폐가 약하다고 한다. 내 경우에 꼭 들어맞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체질에 따른 음식 조절도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는 육식을 많이 해야 하고 해물은 피하고 잎채소도 멀리 하고 뿌리채소를 가까이 해야 한다고 한다. 해물과 잎채소를 피해야 한다고 하니 갑자기 먹을 음식의 태반이 줄어든 느낌이다. 초밥과 회 등을 좋아 하고 특히 김을 좋아 해 밥상에서 떠날 날이 없었는데 계속 복용시 몸에 안 좋다고 하니 이제는 가급적 피해 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하면 체질에 맞는 도자기의 선호도는 없는 것일까. 도자기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청자면 청자, 분청이면 분청, 백자면 백자를 가려서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좀 더 세분화된 취향 때문일 것이다. 통설에 의하면 대개 초보자는 청자로 시작해 연륜이 깊어지면 백자로 마무리 되는 것이 순서라고 한다. 정치한 청자는 그 아름다움이 아무래도 공예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에 반해 분청을 거쳐 백자에 이르면 정치한 면은 줄어들지만 대체로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이 느껴진다. 그런 편안한 느낌이 정치한 청자보다 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일까. 여하튼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도 청자보다는 백자에서 더 그윽한 울림이라고 할까 깊은 맛이 느껴지고는 한다.
백자의 기종도 여러 가지지만 근래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달항아리다.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중엽에 만들어진 이 백자달항아리는 크기가 40Cm가 넘는 대형이다보니 한 번에 못 만들고 아래 위를 따로 만들어 붙인다. 그런데 이 백자달항아리는 무문이다. 색감도 일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백색을 섞어놓은 느낌이다. 기형도 반듯하지 않고 좌우가 약간씩 일그러져 있다. 한마디로 완벽에 대한 조급성이나 초조함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짧은 입술은 사선으로 작은 각을 이루며 맵시 있게 꺽인 항아리는 입술 아래부터 목 없이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리며 벌어지다 몸체 중앙의 접합부분을 지나 다시 좁아져 입술 지름과 거의 비슷한 크기의 굽으로 마무리 된다. 설명을 해놓고 보면 굽이 좁아 불안정해 보일 것 같은데 실물을 놓고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고 의젓하고도 듬직해 보인다. 왜 그런 것인지, 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 여간 궁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백자호편은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신대리에서 나온 것이다. 신대리 백자가마터는 17세기 중반경에 관요가 있던 곳이다. 따라서 시기로 보아 백자달항아리가 만들어지기 직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백자호편은 이른 시기 달항아리처럼 입술이 예각으로 벌어지며 꺽이지를 않고 말려있다. 이처럼 입술이 말리는 현상은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에서 보이는 백자항아리들의 특징인데 이는 중국 도자기에서는 볼 수 없는 조선 특유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백자호편은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신대리 가마터가 고향이다. 신대리 하면 곤지암에서 개울 건너로 보이는 마을이다. 무려 29곳이나 되는 대단위 백자가마터가 운집한 곳이다. 물론 29호처럼 15세기 말에서 16세기 초에 운영된 가마터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17세기 것들이다. 따라서 광주 일대의 17세기 관요 가마터들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량을 자랑한다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출토된 간지명과 <승정원일기>의 관요 이설 기록 등으로 보아 1665년에서 1676년에 운영된 가마터들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가마터들 중 두 곳이 발굴되었지만 청화는 발견되지 않고 철화만 보이는 것으로 보아 임란 이후 청화 대용으로 철화가 많이 사용된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자호편은 과거 신대리 김해김씨 묘역 인근에서 만난 것이다. 회색이 많이 가미된 백색에 굽은 모래받침이다. 구연은 외반 되며 말린 형태다. 조선 초기부터 시작된 이런 구연부가 말린 형식은 신대리에 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달항아리에서 보이듯 17세기 후기로 가면 입술은 사선으로 작은 각을 이루며 맵시 있게 꺽이는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18세기로 가면 구연부는 직립을 하게 된다. 백자호편은 많은 부분이 깨어져 달아나고 없기도 하지만 남은 부분 또한 굽는 과정에서 주저앉아 구연부와 몸체가 안바닥에 들러붙어 입맞춤을 하고 있는 일그러진 모습이다. 몸체 옆에는 작지만 다른 그릇의 입술도 일부 붙어있다. 태토의 질이나 수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참으로 안쓰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목양 체질이라고 해서 음식을 가려먹게 되었지만 도자기까지 구지 이것저것 가려서 좋아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개인적으로 청자보다는 백자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사실이지만 청자는 또 청자 나름의 미감과 매력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청자고 분청이고 백자고간에 두루두루 좋아할 수 없는 주머니 사정이 문제지 체질별로 가는 것도 아닌데 도자기까지 어찌 편식을 해야 할 이유가 있으랴. 백자호편을 두고 안쓰러움 때문인지 오늘은 너무도 쓸데없는 사설이 길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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