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8 (수)

[연재소설] 흙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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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흙의 소리<87>

  • 특집부
  • 등록 2022.05.0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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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소리

 

이 동 희

새 걸음으로 <5>

보태평保太平이 있다. 종묘 제례의 영신迎神과 전폐奠幣 초헌례初獻禮의 악무樂舞인데 보태평지악保太平之樂 보태평지무保太平之舞를 줄여서 그렇게 부른다. 모두 11곡과 그에 해당하는 춤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과 악장은 세종대왕에 의하여 회례악會禮樂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건국에 공을 끼친 역대 왕들과 선조들의 문덕文德을 찬양한 내용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창작創作은 아니고 조선 초기의 향악鄕樂을 바탕으로 하여 창제創制한 것이다.

창제는 새로 만들거나 제정하는 것으로 훈민정음訓民正音 서문의 新制二十八字 (새로 스물여듧 자를 맹가노니)라고 한 맹글다 만들다의 제이며 처음 만들었다는 뜻에서 創制이다.

보태평은 뒤에 세조 때에 개작되어 종묘제례악으로 채택되었고 최항崔恒에게 명하여 손질하게 하여 악장 가사歌詞가 축소되고 곡명이 바뀌기도 하였다. 영조 때 왕명에 의하여 편찬된 서명응徐命膺의 대악후보大樂後譜에는 곡이 합쳐지고 인조 때에 첨입添入된 후 별다른 변화 없이 후대까지 전해 내려왔다.

이 몇 줄 요약 설명을 위해, 세종실록 문종실록 세조실록 악학궤범 대악후보 속악원보俗樂源譜 시용무보時用舞譜 등과 장사훈張師勛세종조 음악연구』 『종묘제례악의 음악적 고찰을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그러면 보태평 11곡을 보자.

대저 하느님은 명하심이 쉽지 아니하매 덕이 있으면 흥하나니 / 높으신 우리 여러 성군님네께서 크게 아름다운 명을 받으시어 / 신령하신 계획과 거룩하신 공업이 크게 나타나고 크게 이으시도다 / 운수에 응하여 태평을 이루시고 지극한 사랑으로 만백성을 기르시며 / 우리의 뒷세대를 열어주고 도우시매 / 억만 대 영원까지 이어가고 이어가리 / 이렇듯 장한 일을 무엇으로 나타낼꼬 / 마땅히 노래하여 찬송을 올리오리

첫 곡 희문凞文이다. 인입장引入章이다. 여러 성군들의 문덕文德을 노래하고 있다.

다음은 제1계우啓宇이다. 목조穆祖의 칭송이다.

하늘의 위에 계시사 백성의 소리부터 들은 지라 / 백성의 돌아오는 데에 큰 명을 정하여 주셨네 / 크시도다 거룩하신 목조께서 높으신 그 덕으로써 / 동으로 바다를 건너시어 경흥慶興에 자리를 정하셨도다 / 인심이 모두 사모하여 돌아와 붙은 자 날로 왕성하며 / 크게 문호를 개방하여 영구한 운명을 터 잡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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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제2변 의인依仁인데 익조翼祖의 업을 노래하고 있다.

하느님 밝으시사 백성 살 데 구하여서 / 덕원德源의 깊은 곳에 밝은 덕화德華 내리시니 / 백성들이 따른 지라 어진 이를 잃을 손가 / 꾸역꾸역 몰려드니 저자거리 같았도다 / 저자거리 같았으니 하늘의 준 바로다 / 크신 업을 열었으니 우리 나라 만만세

3변 형광亨光은 익조 도조度祖가 고려 임금을 충성으로 섬기어 임금이 총애하고 가상히 여기는 사연이다.

크시도다 거룩하신 익조께서 거룩한 덕을 밝히시와 / 공손하고 경건하게 그 임금을 섬기셨고 / 거룩하신 도조께서 그 뜻을 이어 맡아 / 처음부터 나중까지 변함이 없으시매 / 고려왕이 총애하여 돌보고 의지하기 더욱 긴밀하였으니 / 충성으로 아름답고 공적으로 빛나도다

다음은 제5변 융화隆化이다. 태조의 위엄과 사랑 평안을 노래하고 있다.

크시도다 거룩하신 태조께서 그 덕을 밝히시와 / 사랑으로 안유하고 의리로 복종시켜 덕화가 남과 북에 퍼지니 / 먼 섬의 되족속과 산 속의 오랑캐들이 면목을 깨끗이 고쳐 모두 모두 잇따른다 / 산 넘고 물을 건너 보물을 바치면서 사방에서 모여 오니 / 빛나는 생명들이 가까운데 평안하고 먼 데까지 조용하였다

9변은 대동大同이다. 조종祖宗들이 대대로 문덕과 예악으로 문화가 빛나리라고 노래한다.

크시도다 우리 조종들께서 천명을 받으심이 이미 넓고 크시도다 / 대대로 문덕을 펴시어서 이로써 사방을 안유하셨네 / 자리를 기울이어 어진 이들을 구하여서 / 문덕을 숭상하고 유술儒術을 중히 여기매 / 미려함을 정하여 좋은 교육을 시행하니 / 정치와 교화가 흡족하게 펴이도다 / 예의와 음악이 극진히 제작되매 / 빛난 문화가 융창하게 열리니 / 자손만대 위한 일 장할사 길이 빛나오리

그리고 11번 째 곡 역성繹成은 인출장引出章이다. 4 6 7 8변의 악장은 생락하였다.

 

하늘이 여러 성군을 나게 하시니 이 나라를 사랑하고 안유하셨네 / 여러 대의 덕화로 애써서 구한 것이 어루만진 공을 잇따라 하심이니 / 공이 이룩되고 정치가 안정되매 신령한 교화가 널리 두루 퍼지도다 / 예의와 음악이 밝게 갖추이매 문덕이 이에 찬란하게 빛나도다 / 왼 편에는 피리이고 오른 편엔 꿩 깃이라 / 노래 곡조가 아홉 번 변하오매 태평하고 화락하옴 아름답고 선하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