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토)

[국악신문] 국악기의 변신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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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국악기의 변신 어디까지?

우리의 악기들은 어떻게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가?
우리 국악인들은 현대라는 음악환경에 맞춰 얼마나 고뇌를 했는가?

우리 국악기의 과거 고민과 미래비전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회가 국립국악원에 마련됐다.


2022년 4월 19일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된 "국립국악원, 변화와 확장의 꿈"이란 전시회가 그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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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기자간담회가 열린 19일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 음역대가 확대된 해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동식). 2022.04.19.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나팔꽃이 핀 해금이다.

줄이 매어져 있지 않지만 나무 울림통에서 나는 소리가 나팔꽃을 통해 크게 활짝 피어나도록 올림통을 개량해본 것이다. 해금의 소리가 더 크게 맑아지기에 해금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보자는 고민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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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기자간담회가 열린 19일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 음역대가 확대된 중음 태평소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국립국악원). 2022.04.19.

 

 

맑은 소리를 내는 관악기인 태평소에는 서양악기에서 쓰는 키가 달렸다. 태평소 소리의 특성이자 우리 악기들의 특징이 음 간의 유연한 넘어감이지만 필요에 따라 일정한 음정을 낼 수 있는 방안으로 서양의 금관악기가 쓰는 키를 붙여 소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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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기자간담회가 열린 19일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 FRP 재질의 나각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동식), 2022.04.19.

 

하얗고 누런 아주 큰 소라 고둥 두 마리가 갑자기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재질이 FRP, 곧 유리강화플리스틱으로 만든 고둥이다. 나각이란 악기인데 원래 이 악기에 쓰이는 나팔고둥은 국내에서 이만한 크기를 구할 수가 없으니 그 대체재로 FRP를 써서 만들어본 것인데 소리가 거의 똑같이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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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기자간담회가 열린 19일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 음량을 확대한 개량 가야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동식),2022.04.19.

 

[국악신문] (좌)개량 나각, (우)개량 나발 (사진=국립국악원). 2022.04.19.

 

개량 아쟁은 울림을 주는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차례로 뚫려있다. 소리를 강하게 내기 위해 줄을 더욱 당기는 장치를 별도로 만들어 붙이기도 했다. 아쟁은 약간은 가라앉은 음색이 특징이지만 이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없을 까 하는 관점에서 개량해 본 것이다.


19일 개막된 이 전시회는 '변화와 확장의 꿈'이란 제목 그대로 구한말 이후 크게 변화해온 새로운 음악환경에 따라 우리 악기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음악세계를 확장하기 위해 지난 60년 동안 우리 음악인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자리이다.


우리 전통음악은 궁중음악의 경우는 야외에서 공연을 하지만 다른 개인 악기들은 사랑방에서의 연주와 감상을 상정해서 음색과 성량이 결정되어 왔기에 현대에 무대에 오르는 음악환경에서는 아쉬움이 지적돼 왔다. 따라서 소리를 키우고 음역을 확장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가야금, 거문고 등 현악기의 몸체인 울림통을 키우고 소리를 밖으로 내보내는 공명혈 위치를 바꾸거나 개수를 늘리는 등 변화를 꾀했다.

*현도 명주실이 아닌 철현으로 바꾸고, 반음씩 올릴 수 있는 변환장치를 달기도 했다.

*나팔관 모양의 공명 장치로 음량을 키운 개량 해금,

*실내에서도 연주할 수 있도록 음량을 감소시킨 실내악용 태평소,

*조롱목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량 장구 등

 

40여점의 전시물들은 악기 별로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 없음을 느낄 수 있고 그만큼 우리 음악인들이 애를 썼음을 확인하는 실물의 기록역사이다.


국립국악원은 국악기를 현대화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963년 10월 국악기 개량위원회를 발족하고 악기 개량을 위한 첫 발을 내딛였다. 1965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이 창단됐고 이후 여러 국악관현악단이 생겨나면서 다양한 음역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 한옥 사랑방이나 야외 등 제한된 곳에서 규모가 있는 공연장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공간도 변하면서 음량의 확대도 필요했다. 서양 오케스트라 악기 구성을 도입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전통 국악기의 저음역대 표현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졌다. 

 

 

국악기개량위원회가 발족한 지 햇수로 만 60년, 국악원은 1964년부터 1989년까지 총 네 차례의 악기 개량 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31종 228개의 국악기가 개량·개발됐다.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를 한 자리에서 비교하고 앞으로의 방향도 모색해 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국악기 본래의 정서와 특징을 살리면서 악기의 음역을 넓히고 음량 조절이 가능한 형태로 국악기를 개량한 역사이다.


전시에서는 25현 가야금(전통은 12현)과 9현 아쟁(전통은 7현), 저음역을 확대한 대피리와 중·저음 태평소, 저음 나발 등을 선보인다. 타악기에서도 대취타 등에서 연주하는 운라를 개량한 17개·24개(전통은 10개 운라편) 운라와 3가지 음정을 내는 징을 전시했다.


보급형 국악기 등 대량생산을 위한 작업과 환경 변화로 점차 사라져가는 자연 재료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도 볼 수 있다. 천연 대나무 재료로만 제작했던 단소, 소금, 대금, 피리 등 관악기는 각각 PVC(폴리염화비닐)와 철재, 일반 목재 등을 활용한 악기로 만날 수 있다. 희귀한 쌍골죽으로 만들어지던 대금은 대나무의 여러 조각을 합해 만든 합죽으로 제작해 대중적으로 보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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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국립국악원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기자간담회가 열린 19일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 '어'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이동식). 2022.04.19.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우리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는 악기들도 개발되었다. 실로폰, 트라이앵글, 탬버린 등 초등학교 시절 접했던 서양 악기들을 국악기로 만든 코너도 있어 직접 소리를 내볼 수 있다. 독일의 음악가 칼 오르프가 창안했던 교육 시스템이기도 한데, 우리의 환경에 맞춰 자라나는 세대들을 국악의 세계로 이끌 악기들이다.


해금에 나팔꽃 모양이 관이 폈다...국악기 개량 60년 변화
[국악신문] 김영운 국립국악원 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국악박물관에서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국악원).2022.04.19.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국각이 세계로 나가기 위해서는 국악기의 저음 부분을 보완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국악관현악단 연주에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국악기의 저음을 보완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외국인들에게 설명하겠는가? 중저음부를 담당할 (국악기의) 현악기 개발이 시급하다"며 "개량 사업은 악기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개발 과정부터 지휘자, 연주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된다면 실제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김영운 국악원장이 의욕적으로 마련한 이 기획전시 '변화와 확장의 꿈'은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5월15일까지 계속되는데, 개량 악기 40여점을 통해 이들 악기들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는 드문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