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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 환타지…도윤희 '베를린'

김바다 기자
기사입력 2022.02.09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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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윤희, 무제 , 2018-2021, 캔버스에 유채, 162 x 130.5 cm. [사진=갤러리현대]

     

    물감과 붓으로 시(詩)를 쓰듯이 작업해온 도윤희(61) 작가가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베를린(BERLIN)'을 열고 있다. 7년 만에 여는 이번 개인전에 작가는 베를린과 서울에서 완성한 신작 40여 점을 풀어놓았다.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다.”

    화가 도윤희의 개인전 'BERLIN(베를린)'은 치명적으로 아름다움 그 자체다. 색 덩어리 실타래를 선으로 점으로 풀어내다가 나중에는 빛으로 다가온다. 

     

    화가의 내면적 속살이 질기고 성긴 재질로 드러난다. 다가가서 만지고 싶을 정도로 자연색을 그대로 재현했다. 배추색 초록빛, 노란 개나리색, 푸른 바다색 같은 원색적 색상이 육감적 체험으로 다가온다.

    이번에 갤러리현대에서 펼친 '베를린' 전시는 7년만이다. 지난 2015년 선보인 작품과 다른 파격미가 압권이다. 2012년 "회화의 특정 방법론에 고착되길 거부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며 찾아간" 베를린에서의 작업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1층 전시장은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 7점이 걸렸다. 2015년 'Night Blossom' 전시로 변신을 꾀한 작가가 한 단계 전진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서정성을 간직한 초기 모델들이다.

    지하 전시장에는 화면의 촉각적 질감과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들이, 2층 전시장에는 팬데믹 이후 대다수 서울에서 작업한, 높이 3m 이상의 대형 작품과 최근작으로 채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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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윤희, 무제 , 2018-2021, 캔버스에 유채, 162 x 130.5 cm.(사진=갤러리현대)

     

    이미지들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커다란 입구처럼 보이며, 형형색색의 꽃덩어리들이 장악한 색의 파노라마와 졸졸 흐르는 시냇불소리가 들리는 듯한 터치는 인상주의 그림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그러다가 다른 그림 앞에 서서 한참 주시하다 보면 우리를 잠시 환타지 세계로 인도한다. 

    작가에 따르면, 이 화면들은 그가 평생 경험한 다양한 시공간이 내면에 쌓였다가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추상적 풍경이라고 전한다.

    화가 도윤희는 40여 년 동안 시적인 시각 언어를 캔버스에 구축했다.  ‘읽을 수 없는 문장’,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으로 연두색 모래알들이 반짝인다’, ‘살아있는 얼음’ 등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섬세한 회화 언어로 포착해왔다.

    지난 2007년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Galerie Beyeler: 20세기 최고 화상/아트 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서울), 서울시립미술관(서울), 아트선재센터(서울), 세계은행(워싱턴 D.C.미국), 필립 모리스(뉴욕, 미국)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은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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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윤희 개인전 '베를린' 전시 전경. (사진 =갤러리현대)

     

    도윤희는 1세대 서양화가이자 '라일락 꽃 그림'으로 유명한 도상봉(1902~1977)의 손녀로 먼저 알려졌다. '도상봉'의 무게를 벗은 건 2011년이다. 갤러리현대에서 연 첫 개인전  'Unknown Signal' 전은 '도윤희'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정물화 대가' 할아버지와 달리, 추상의 세계로 나아간 회화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보는 세포나 고대 공룡들이 살았다가 남겨진 화석의 단면, 거대한 나무의 여러갈래 뿌리와 뿌리들이 엉겨있는 밀림을 연상시키는 미적 황홀함을 선사했다.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5년 첫 개인전을 연 이래 꾸준히 작업해왔다. 20세기 최고 화상이자 아트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인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에서 2007년 아시아 작가로 최초로 개인전을 열어 주목받았다. 

     

    작가는 "개막 직전까지 내 그림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정도였다"며 "그림 하나하나엔 어휘를 쓰지 않았을 뿐, 그 어떤 말이나 글보다 훨씬 적나라하고 내밀한 감정이 담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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