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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문화재청, 발굴보다 전승 활성화 대책이 먼저다

논설실
기사입력 2021.07.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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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이 5년간 무형문화유산 100종 발굴·육성 추진한다고 밝혔다. 본보 79일 자 보도로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무형문화유산 중 해마다 20개씩, 5년간 발굴하여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무형문화유산의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여 미래 무형문화유산으로 발굴·육성하겠다는 목표이다.

     

    이 계획 수립에 대한 문화재청의 진단은 타당하다. "현재의 지정문화재를 중점적으로 보호·지원하고 있는 현행 무형문화재 제도 아래에서는 국가 또는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무형문화유산은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해 전승 단절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전통마을 등 전승공동체가 해체되면서 전통 지식이나 생활관습 등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이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전승 단절 위험이 있는 비지정 무형문화유산과 전승공동체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한 것 역시 무형문화유산의 전승 환경 구축을 위해 필요한 조치임은 분명한 것이다.

     

    진단은 옳다. 그러나 그에 따른 무더기 100종목 지정은 급한 감이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지정한 아리랑 외 8종목(김치 담그기/제다/씨름/해녀/장 담그기/제염/온돌문화/어살)의 전승 실상에서 찾을 수 있다. 첫 지정 6년을 맞는 이들 종목의 전승 활성화 방안 수립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보유자 지정 무형문화재의 전승 성과는 검증이 되었지만, 보유자 지정 없는 소위 종목지정의 전승 성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발굴 선정 예정 100종이 주로 보유자 지정 없는 종목지정 대상이라고 볼 때, 이미 지정된 9종의 전승 활성화 성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더기로 선정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대책이 마련되기 전에는 선정 효과를 거둘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랑 종목의 부정적 전승 실상은 전국 30개 아리랑 전승단체 실태에서 확인이 된다. 아리랑 종목의 현상을 일반화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종목지정 첫 사례인 데다 지정 6년 차를 맞고 있어 유의미한 사례가 누적되었고, 이후 순차적으로 지정된 8종이 대개 상업성을 띤 종목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표본 가치가 있다고 보아서다. 이런 아리랑 종목의 경우, 결론부터 말한다면 전승 활성화보다는 오히려 위축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실상의 배경에는 전승 단체에 대한 문화재청의 무관심이 큰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단적으로 2012년 유네스코 등재신청서에 전승 유지에 대한 확인서까지 받고 등재 시킨 후 2년이 지나 국가무형문화재 129호 아리랑으로 지정을 하면서는 보유자와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데에 대한 갈등과 불만이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전승단체에 아리랑이 그 첫 사례가 되리라는 것에 대해 이해시키는 기회를 얻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2015년 지정을 하면서 "각 시·도에서는 해당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 아리랑을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관련 전승자를 보유자나 보유단체로 인정하여 지역 아리랑을 보호·전승할 수 있다.”라고만 하고, 이에 대해 시·도에 지정을 권고하지 않아 지금까지 어떤 시·도도 이를 시행한 곳이 없는 상태이다. 이는 지정은 국가가 하고 재정지원과 관리업무는 시·도에 미룬 꼴이 되니 지자치에서는 지정에 대해 도외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그동안 50여 년 동안 지정된 수많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지원이나 명예 부여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어 전승 의욕을 상실하게 되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문화재청의 무관심은 이뿐만이 아니다. 문화재청 누리집 아리랑 관련 게시문에서도 무성의가 드러난다. 전통민요 또는 통속민요라고 특정하면서도 타이틀 화면에는 직접적인 악보 같은 것이 아니라 영화<아리랑>의 포스터, 그것도 주제곡이 본조아리랑이 된 1926년 개봉 제1편 아리랑도 아닌 60년대 리메이크 영화의 포스터를 배치하였다. 또한 게시문 어디에도 설득력을 줄 만한 음악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

    특히 유네스코 신청서에서 ‘50여 종의 아리랑이라 했으면서도 한갓 이벤트 용어인 ‘3대아리랑’(정선/진도/밀양아리랑) 같은 표현을 비판 없이 사용하고 있어 문화유산의 금기인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오해도 받고 있다. 특히 일부 지자체가 민요(民謠)’를 관요화(官謠化)하여 치적 쌓기에 이용하기도 한다는 등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모르쇠 하는 것도 무관심의 증좌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문화재청의 무성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전국의 아리랑 전승단체 연합체인 전국아리랑전승자협의회가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을 맞아 활성화의 추동력을 얻고자 남북이 아리랑을 공동으로 재등재하자는 내용과 ‘3대아리랑같이 문화유산을 서열화하는 표현을 쓰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문화체육관광부, 통일부, 문화재청에 보냈는데, 문화재청만 이에 대한 답변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라면 문화재청에 대해 실망할 만도 한 상황임이 분명하다.

     

    한편 이 같은 아리랑 전승 저해 요인들은 다음 두 가지 선행 논의에서도 확인된다. 하나는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이 수행한 ‘2020년 종목지정 무형문화재 맞춤형 전승 지원 방안 연구 용역보고서이고, 다른 하나는 전국아리랑전승자협의회 제3기 아리랑학교 종합토론 결과자료이다. 이에 따르면 관련 법 적용의 모호성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17조와 시행령16조를 적용하여 아리랑을 "기능·예능 또는 지식이 보편적으로 공유되거나 관습화된 것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 단체만이 전형대로 체득·보존하여 그대로 실현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보아 보유자 지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논리가 과연 국가무형문화재 제57경기민요등의 위상과 대비할 때 타당한 논리인가를 묻게 된다.

     

    이에 대해 위의 보고서 결론 부분에서 "지역 아리랑의 경우 정선이나 경기민요와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 등을 언급하고 있음. 필요하다면 지정문화재 지정을 검토하거나 경기민요나 남도민요에 속하는 다양한 아리랑 전승과 보급 활동으로 확대, 연계하여 활성화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함.”이라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활성화의 활로가 협소한 실정임을 밝힌 것이 분명하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표에 "각 지역의 대표 문화자원을 육성하고, 나아가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가 강화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고자 미래 무형문화유산 발굴·육성 계획을 밝혔다. 그렇다면 당연히 기 종목지정 문화재 역시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가 강화되는 선순환구조를 구축하여 안정적 전승 활성화의 성과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 동시에 전국 30여 개 아리랑 전승 단체와의 신뢰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이는 기 8종의 종목지정 문화재 전승 단체와 미래의 100종 문화유산 전승 단체에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해결할 일일 것이다. 무형유산 전승 주체인 지역 전승단체와 주무 기관과의 관계는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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