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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헌의 고서이야기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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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헌의 고서이야기 39

  • 특집부
  • 등록 2021.06.02 07:30
  • 조회수 681

 

박대헌  고서점 호산방 주인, 완주 책박물관장

 

 

책박물관 삼례 박대헌

 

 

책례冊禮 - 책씨를 뿌리는 사내가 있다.

그는 책 속에서 산 날이 더 많다.

책농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심례心禮 책 나무가 자라도록 애쓰는 사내가 있다.

그는 책 숲을 거닐며 논다.

책꾼 몸짓에 날이 새는 줄도 모른다.

 

창례創禮 책 열매 거두는 꿈에 부푼 사내가 있다.

그는 책신처럼 책마을을 지킨다.

책달인 경지에서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사진 109. 책박물관의 문자의 바다-파피루스부터 타자기까지 전시장 모습..JPG
[사진 109] 책박물관의 <문자의 바다-파피루스부터 타자기까지> 전시장 모습.

 

세명대학교 이창식 교수가 2013년 내게 보내온 시다. 그는 내가 영월에서 무엇을 하고 싶어 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삼례에 거는 기대도 컸으리라.

 

201365일 책박물관이 영월에서 삼례로 옮겨 새롭게 문을 열었다. 삼례책마을의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볕이 잘 드는 이층 서재에 수천 권의 장서를 갖추고 책속에 파묻혀 살았으면 하던 것이 내 십대 후반의 꿈이었다. 이때부터 고서수집에 뜻을 두더니 1983년 서른 청년에 고서점 호산방을 차리고, 1999년엔 영월에 폐교를 빌려 영월책박물관을 세우고 잘 나가던 광화문의 호산방도 모두 그곳으로 옮겼다.

 

그 후 201012월 영월책박물관 문을 닫고, 호산방을 서울 프레스센터로 옮겼다. 파주 출판도시와 인사동을 거치는 사이 2013년에 완주군 삼례읍에 책박물관을 옮겼다. 그리고 20158월 호산방 마저 삼례로 옮기고 책마을 사업에 매진했다.

 

그러는 동안 서양인이 본 조선』『우리 책의 장정과 장정가들』『고서 이야기』『한국 북디자인 100등 네 권의 책과 몇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에 30여 차례의 고서 전시를 기획하였으니 40년 세월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책과의 모진 인연이다.

 

사진 110. 그림책미술관의 요정과 마법의 숲 전시장 모습..JPG
[사진 110]그림책미술관의 <요정과 마법의 숲> 전시장 모습.

 

현재는 삼례책마을에서 세 개의 전시를 동시에 기획하여 전시 중이다. 책박물관의 <문자의 바다-파피루스부터 타자기까지> 그림책미술관의 <요정과 마법의 숲> 삼례문화예술촌의 <프랑스와 예술의 혁명>전이 그것이다.

 

<문자의 바다-파피루스부터 타자기까지>는 인류 최초의 문자인 고대 오리엔트 쐐기문자를 비롯하여 이집트의 파피루스, 인도네시아 바탁족의 골각문자, 아메리칸 인디언의 암각 그림문자와 세계 여러 나라의 필사본, 타자기 등 모두 1862,775점의 전시이다.

 

<요정과 마법의 숲>은 그림책미술관 개관기념으로 준비했다. 1940년대 영국 동화작가 그레이브스(G. Graves)의 미간행 타자 원고와 아일랜드의 나오미 헤더(Naomi Heather, 1911~1989)의 원화 전시다. 책도 출간했다.

 

<프랑스와 예술의 혁명>전은 제1초현실주의 탄생과 사랑의 폭주-아폴리네르와 그의 연인 마리 로랑생2나폴레옹과 조선 서해안 항해기3그대 프랑스 화가들의 반란으로 구성되었다. 아폴리네르 관련 희귀 도서와 세잔과 외젠 부댕 등 벨 에포크 시대의 오리지널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유물은 모두 호산방 소장품이다. 나는 전시를 통해 책이란 무언인가말하고 싶었다.

 

이제 '박대헌의 고서 이야기'(2000.09. 09~2021.06.02/총 39회)는 여기서 끝을 맺는다. 그동안 많은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신 '국악신문'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

 

사진 111. 삼례문화예술촌의 프랑스와 예술의 혁명전시장 모습..jpg
[사진 111] 삼례문화예술촌의 <프랑스와 예술의 혁명> 전시장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