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6 (월)
설날
윤극영(尹克榮, 1903~1988)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들이고
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저고리
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 내시고
우리들의 절받기 좋아 하셔요
우리집 뒤 뜰에는 널을 놓고서
상 들이고 잣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좋아요 정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리 우리 내동생 울지 않아요
이집 저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정말 좋아요
추천인:김석관(무심천문학회 회원)
"그 때는 이 노래뿐이었지요. 이틀 전부터 돌아 온 누이의 고무줄 놀이에서도,
외지에서 빈손으로 왔다고 타박을 받고 부엌에서 나오지 못하는 고모의 훌쩍거리는 눈물속에서도,
객지에서 돌아 온 둘째 형의 하모니카 소리에서도 이 노래뿐이었지요.
그리고 다음날 설날 이른 아침날부터 누이 고모 둘째형이 떠나고서도 이 노래만 불럴지요.
그러다 보름 명절 지나 징소리가 서낭당 옆 상여집으로 들어가면 동내엔 바람소리만 웅웅거렸지요.
가난한 우리 집에는 할머니 담뱃대 터는 소리만 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 입속에서는 그 후 오랫동안 더 맴돌았지요.
떠난 누이 고모 둘째형의 웃음소리 여운이 살아질 때까지 ‘나는 나는 설날이 정말 좋아요’를 옹알거렸지요.
어딘가요. 1년 만에야 만난 식구들이었으니~. 이제, 그 시절도 가물가물하네요.
그럴만하지요. 그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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