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4 (금)
올 한해를 집어삼킨 단어는 ‘코로나19’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새로운 감염병이 불러온 위기 속 대혼란에 빠졌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많은 것이 멈췄고 직격탄을 맞았다. 사상 초유의 국가적 위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 부단히 애썼던 2020년, 우리의 1년을 되돌아 본다.(편집자 주)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 코로나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전세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한류’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힘을 줬다. K-브랜드는 영화·음악·드라마·스포츠·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한류 열풍을 몰고오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했다.
한국 문화 역사상 그리고 한류 역사상 이보다 빛날 순 없었다. 영화 ‘기생충’, 방탄소년단(BTS), ‘킹덤’·‘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드라마, 핑크퐁 아기상어 ‘싱앤댄스’, 국악밴드 ‘이날치 밴드’, K-푸드 세계적 확산, 손흥민·류현진·고진영 선수 등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빛났기에 점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값졌다
정부도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비롯한 한류를 둘러싼 환경변화에 맞서 지난 7월 16일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기존 한류와 달리 한국 문화 전반에서 한류콘텐츠를 발굴하고 연관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상호 문화교류를 지향해 지속성과 파급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올 한해 한류의 위상은 단순히 후발자에서 선발자로 인식되는 것을 넘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실감토록 했다.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BTS 발매곡, 빌보드 핫100 2차례 1위
올해 한국 음반·영화사뿐 아니라 세계 음반·영화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들이 있었다. 바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세계적 흥행과 BTS의 미국 빌보드차트 석권이다. 먼저 ‘기생충’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전 세계 202개국에 판매돼 한국영화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또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고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영화 주류 시장인 북미권을 파고들어 한류의 정점을 찍었다.
BTS의 한국대중음악(K-pop) 열풍은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가 월드클래스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국내 가수가 핫100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는데, BTS는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100에서 총 3회 1위를 했고, 뒤이어 발표된 앨범 ‘비(BE)’와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이 같은 주에 각각 ‘빌보드 200’과 ‘핫100’에서 나란히 정상에 오르며 세계적인 가수답게 기록적인 성과를 써내려갔다. 또한 BTS의 온라인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는 75만 명의 시청자가 몰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됐다.
기생충·BTS 효과, 음반·영상물부터 라면·김치까지 수출액 ‘역대 최대’
기생충·BTS의 효과는 상징에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경제 효과로도 이어졌다. 한국은행이 9월 18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중 지식재산권 무역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저작권 무역수지는 1억 6000만 달러 증가한 10억 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문화예술저작권 중 음악·영상 저작권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가 돋보였다.
케이팝의 인기에 음반과 영상물 수출액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 올해 1~11월 음반·영상물 등 음반류 수출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4.9% 증가한 1억 7000만 달러(약 2030억 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문체부는 9월 7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100 차트’ 1위 정상에 오르면서 불러올 경제적 파급 효과가 1조 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후 ‘다이너마이트’는 2번 더 1위를 차지했고, 후속곡 ‘Life Goes On’도 정상에 올랐으니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K-푸드 인지도 상승으로 농식품 수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기생충’의 해외 영화상 수상으로 ‘짜파구리’ 인기와 함께 한류의 인기가 확산되고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정 내 간편식 소비가 증가하면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매운 라면과 김치의 소비도 함께 증가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짝꿍 식품인 라면과 김치의 수출액이 올해 9월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6.3%, 38.5% 증가해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또 고추장은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세계규격으로 채택돼 수출의 비관세 장벽이 낮아져 세계시장에 한국 식품의 우수성을 폭넓게 알릴 수 있게 됐다.
비대면 시대, OTT 시장 등에 업고 세계시장 접수한 ‘K-콘텐츠’
영화·음악뿐만 아니라 드라마 부문도 전 세계에서 한류 위상을 드높였다. 그 중심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OTT(인터넷으로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TV서비스) 서비스 시장의 다양성과 코로나19로 OTT 시청 시간의 급증 등 요인이 있다. 이로 인해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K-콘텐츠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 명실상부한 한국을 각인시켰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 ‘킹덤’ 연속 기획물은 세계적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27개의 언어로 제공돼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 열도를 관통했으며, ‘사이코지만 괜찮아’와 JTBC ‘이태원 클라쓰’는 넷플릭스에 공개되자마자 아시아권 국가에서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구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누리꾼이 가장 많이 검색한 TV 프로그램에서 한국 드라마가 상위 10위 내에 4개를 차지했다. 영화 부문에서는 한국 영화가 1위를 차지했는데, ‘기생충’이 단연 주인공이었다.
아울러 한국관광공사 해외홍보 영상 ‘한국의 흥을 느껴라(Feel the Rhythm of Korea)’는 다양한 모방댄스와 ‘1일 1범’ 등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는 관광공사의 홍보영상 중 서울편에 등장하는데, ‘하루에 한 번은 꼭 <범 내려온다>를 보고 듣는다’는 의미의 ‘1일 1범’ 열풍을 만들었다.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된 이 영상은 총 5억 4700회의 기록적인 조회 수를 세웠다. 홍보 영상이지만 광고로 느껴지지 않고 재미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K흥’을 잘 보여줘 국악팝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밖에도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핑크퐁 아기상어’ 체조영상(싱앤댄스)이 전세계 유튜브 74억 뷰(11월 기준)를 기록해 역대 최다 조회 영상 1위에 올랐다. 이는 3년 넘게 1위를 차지한 미국 가수 루이스 폰시의 ‘Despacito(데스파시토)’를 제쳐 의미가 컸다. 또 게임 분야에서는 ‘크로스파이어’·‘에픽세븐’·‘로스트아크’ 등이 전 세계 80개국 이용자 6억 7000만 명을 확보하고 누적 사용료(로열티) 수출액 약 3조 5000억 원 달성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손흥민·류현진·고진영 선수, 스포츠 한류로 세계 무대 호령
한국 스포츠 스타들도 올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속에서 세계 무대를 호령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주전 공격수 손흥민 선수는 지난 7일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20’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푸슈카시상’을 받으며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큰 감동과 자긍심을 줬다. 손흥민은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에도 도전한다. 문체부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과 함께 손흥민 선수의 경제적 파급효과 규모가 1조 9885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전성기에 접어든 선수라는 점에서 이번 추산치는 최소치로 분석되며 향후 경제적 파급 효과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류현진 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워렌스판상’을 받았다. 이 상은 메이저리그 역대 좌완 최다승을 기록한 워렌스판의 이름을 딴 상으로 지난 1999년부터 매 시즌 가장 뛰어난 좌완 투수 1명에게 수여된다. 류현진은 MLB 최고의 투수에게 수여하는 ‘사이영상’도 노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고진영 선수는 올 한해 세계랭킹 1위로 시작해서 1위로 마무리했다. 더 놀랄만한 것은 김세영, 박인비 선수가 세계랭킹 2위, 3위에 오르며 세계 정상 자리를 모두 한국 선수들이 싹쓸이했다. 특히 고진영은 지난해 7월 말부터 현재까지 74주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굳걷히 지켰다. 내년에는 역대 한국 선수 최장 세계랭킹 1위 기록도 노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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