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2 (일)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세상에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도 참 많다. 노래방 풍경을 보면 전업가수 뺨치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자고로 우리 민족은 가무음주가 뛰어났다는 이웃나라의 기록도 있고 보면 당연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그 잘한다는 노래들을 보면 대부분 천편일률적이고 서로 오십보백보다. 개성은 뒷전으로 한 채 기존 창법이나 감정을 그대로 되풀이할 뿐이다.
그런데 이 같은 노래 세상의 관행과 타성을 통쾌하게 무너뜨리고 혜성처럼 나타난 소리꾼이 있다. 바로 만인의 심정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며 풍진세상의 애락을 영혼에 실어 위무해 주는 장사익이 곧 그 주인공이다.
나는 장사익의 노래를 참 좋아한다. 아마도 한국사람치고 그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사익의 노래가 있는 곳이면 어데를 가도 열광이요 환호 일색이다. 그러면 만인이 하나같이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백인백색의 답이 있겠지만, 나는 그 뛰어난 소리꾼의 노래를 이렇게 이해하고 있다.
우선 장사익의 소리 빛깔은 소탈하고 털털하다. 목구멍에서 얄팍하게 꾸며내는 가화假花 같은 여느 가수들의 노래와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 전통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선비계층이나 지체 있는 양반들이 즐기던 정가正歌 계통의 투명한 음색이 아니고, 짚방석에 앉아 막걸리잔 기울이며 흙과 더불어 살아가던 소박한 민초들의 분신이랄 판소리적 성색이 곧 그것이다. 소리색은 평범해 보여도 그 소리 세계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정성을 들여 갈고 다듬는다는 뜻의 절차탁마切磋琢磨라는 옛말이 있다. 옥이나 상아 같은 것을 대충 잘라내고 쪼아내는 것이 절切과 탁琢이며, 이를 더욱 정교하게 갈아 다듬는 것이 차磋와 마磨다. 한마디로 초벌작업이 ‘절탁’이고, 정치하게 가다듬는 과정이 ‘차마’다. 바로 장사익의 성음은 여기 절차탁마에서 초벌작업에 해당하는 절탁의 경지에 비견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만큼 그의 성색은 성긴 듯 투박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나 따듯한 온정을 느끼며 교감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질박함이 배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소리꾼 장사익이 언제 목소리로 노래하던가? 그는 결코 목청으로 노래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노래를 두고 성음이 어떻고 하는 얘기들은 모두 겉만 보고 떠드는 자의적인 설왕설래일 뿐이다. 내 말이 틀린 건지 그의 노래를 조용히 음미해 보라.
그는 분명 성색을 앞세워 노래하지 않고, 혼으로 소리를 낸다. 혼과 몸으로 노래하는데 성대를 이용할 뿐이다. 그의 노래가 만인의 마음속 거문고 줄을 그토록 절절히 울려내는 사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여곡절의 인생 역정을 거치면서 깨치고 터득한 인간 본연의 순수무구한 정서의 본령을 영혼의 혼줄로 토해 내는 것이다.
아무튼 장사익의 소리가 있어 우리는 행복하고 우리 시대 역시 그나마 살맛 나는 따뜻한 온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시대의 명가객이자 고마운 은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1996년 현충일부터 지금까지 매년 현충일이면 ‘비목문화제’의 이름으로 호국영령들을 위무하고 기리는 일종의 진혼예술제를 개최해 오고 있다. 그때마다 내로라하는 여러 음악가들이 출연해 왔는데, 20여 년이 넘는 세월이다 보니 장사익 또한 이 행사에 참여한 예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응분의 사례도 못해 온 처지여서 지금도 민망하고 한편 고맙기 짝이 없다.
어느 해였던가, DMZ가 멀지 않은 평화의 댐 북한강 강변에서 현충일 진혼예술제를 거행할 때였다. 그날 장사익은 그 특유의 호소력 있는 창법으로 ‘찔레꽃’을 불렀다. 초여름 햇살이 눈부신 나른한 오후였다. 찔레꽃 가락은 육중한 침묵의 녹음 속으로 파고들며 조국을 위해 산화한 옛 전쟁터의 혼령들을 일깨워 불러냈다. 신록처럼 싱그럽던 못다 핀 인생의 꽃망울들은 우줄우줄 춤을 추며 현신現身했고, 이승의 군중들은 고요한 묵상 속에 잔잔히 밀려드는 비감悲感을 가슴으로 삼키고 있었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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