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나의 책 ‘베갯모 꽃·수’는 조선시대 후기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생활의 공간에서 사용되었던 베갯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80여점의 베갯모에 담겨진 이야기들을 22가지의 주제로 나누었다. 책을 펼치면 먼저 아름다운 꽃수의 색상과 문양에 마음이 뺏길 것이다. 지금은 박물관의 한 모서리를 장식하는 유물이 되어버린 베갯모이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실용품이었다.
이 책은 그 베개에 수를 놓고 사용했던 사람들의 생각들과 교감할 수 있다. 필자는 그 동안 미처 알 수 없었던 한국인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정서를 베갯모의 이야기를 통해 가만히 들려 주려 하였다.
나는 대구에서 ‘자수박물관 수’를 운영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특히 베갯모가 많이 있는데 처음에는 그 베갯모의 한국적인 색채의 아름다움에 끌려서 모았다. 하지만 어느 날 베갯모를 만드는 시간동안 무엇을 기도했을까 싶은 의구심에서 하나 하나 살펴보는 동안 옛 사람들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학도로써 단순한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끌렸던 베갯모 자수 속에 더 아름다운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천착해서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이다. 너무 일상적인 일이어서, 혹은 너무 사소해서 지나쳐 버린 낡은 베갯모의 이야기를 슬며시 들려주고 싶은 것은 현재에도 유효한 우리 모두의 소망들이 베갯의 한 올 한 올에 소중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사랑과 행복의 서사들이 한 뼘의 기도 공간에 빼곡히 담겨있는 사랑스런 베갯모에 한번쯤 우리의 마음을 헹구어 봄직하다. 옛 어머니가 아니더라도 어떤 페이지에서는 문득 공감하고 바늘 한귀에 마음의 실을 꿰어보지 않을까?
필자는 20여년 가까이 베개를 수집하고 또 박물관을 연지 10여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름다운 한국의 자수에 귀를 기울여 왔다. 앞으로도 한국자수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일에 더욱 힘을 기울여 또 다른 책들을 준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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