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한명희/이미시문화서원 좌장
고란사의 고란초보다
망강루望江樓 죽림 속의
청잎 대보다 더
향기로우셔
속이 곧으셔
검은 학 부려 놀던 왕산악보다
지리산 솔바람에 세월을 잊은
귀금貴金보다 표풍飄風보다, 더
그윽하시여
허허로우셔
고 관재寬齋 성경린成慶麟 선생님 탄신 백 주년을 맞고 보니, 근래에 절감하고 있던 몇 가지 사실들이 새롭게 다가선다.
우선 공경하고 받들 한악계韓樂界의 어른이 없다는 허전함이 그것이다. 이미 나도 칠십 대의 노경으로 접어든 세월의 탓도 있겠지만, 요즘 들어 전통음악계의 앞세대를 바라볼 때 태산처럼 믿고 흠모할 걸출한 어른이 없다는 공허함은 우리 모두의 마음밭을 더욱 고적하게 해 준다.
무엇 하나 갖추지 못한 용렬맞은 후학의 입장에서는 한층 관재 선생님의 개결介潔과 만당晩堂 선생님의 인품과 심소心韶 선생님의 자목慈睦 등이 하늘처럼 느껴진다.
어쩌다 세태는 재승박덕형才勝薄德型의 똑똑이들이 난무하는 풍조이고 보니, 특히 관재 선생님 같은 선대 어른들이 궁행躬行하신 고결한 예도藝道와 풍격風格은 밤하늘의 별처럼 더욱 우러러 그립고 아쉽기만 하다.
난세에는 영웅이 그립고 혼탁한 세상에서는 고절高節의 선비가 그립나니, 관재 선생님 탄신 백 주년을 맞고 보니 새삼 가신 분의 청렴강직한 유덕遺德이 그립고 빈자리가 텅 빈 창공처럼 넓기만 하다.
때마침 금률악회 문하門下들이 심금을 울려 기리나니, 분명 한악계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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