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토)

[휴일의 詩] (120) 이른 봄의 시/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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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의 詩] (120) 이른 봄의 시/천양희

  • 특집부
  • 등록 2023.02.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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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봄이 오는 길(사진=신길복)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 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은 안개를 길어 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


추천인:이미준(서울교대 전임강사)

며칠 전에 온 눈이 마지막 눈일까? 그럴 것이다. 해볓 따사로운 모퉁이에 아이들의 웃음소리 골목을 도는 것은 봄이 왔다는 ‘찬란한 소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