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박상진(철학박사,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명예교수, 前 한국동양예술학회 회장)
지난 회에 이어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수학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지난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의 방황했던 학창시절이 주는 의미와 시인을 꿈꾸던 험난한 수학자의 여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와 우리 교육체계와 관련한 각 계의 의견을 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KBS, SBS, MBC, 연합뉴스, 뉴시스 등 보도기사 참조 및 인용)
수학계에서는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한국 수학계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며 탄성을 자아냈다.
금종해 대한수학회 회장 겸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는 "허 교수 연구의 많은 부분이 고등과학원에서 이루어졌다"며 "허 교수가 수학자 최고 영예인 필즈상을 수상한 것은 올해 2월 1일 국제수학연맹이 한국 수학의 국가등급을 최고등급인 5그룹으로 상향한 데 이은 한국 수학의 쾌거"라고 밝혔다.
국제수학연맹 5그룹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독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중국, 캐나다, 프랑스 등 총 12개국이다.
금종해 교수는 "맹자가 이야기한 군자가 누릴 수 있는 세 가지 즐거움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며 "이 즐거움을 누리게 되어 행복할 따름"이라며 축하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양성덕 고려대학교 이과대학장(수학과 교수)는 "(한국이) 세계 수학계와 인류 문명의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당당히 보여준 허준이 교수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축하한다"며 "최근 들어 우리 젊은이들이 여러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이번 필즈상 수상은 그 활약이 학문적 분야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조합론을 비롯한 이산수학(離散數學)을 연구하는 엄상일 교수는 "2010년 허준이 교수가 박사과정 1년차에 와서 놀라운 연구발표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후에도 좋은 연구로 늘 놀라운 연구결과를 만나게 해주어서 고맙다"며 "조합수학과 대수기하학 사이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며 새로운 수학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허준이 교수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수학자로 성장한 것은 천부적 재능과 여러 동인(動因)이 있겠지만, 본인과 주변 지인들이 꼽은 중요한 비결은 심리적 안정감, 자유를 중시한 부모님, 사람들과의 협동심 등이 거론된다.
허 교수는 심리적 안정감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입시 위주의 경쟁적이고 압박감을 조장하는 한국 교육 환경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덕목이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예측 가능한 일상을 만들어 주셨기에 심리적 안정감을 가졌고 그 덕에 수학처럼 추상적인 기초 학문에 관심을 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젊은 수학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연구 환경에 대해서도 안정감과 여유를 강조했다.
허 교수는 제2의 허준이가 나오기 위해 한국 교육에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하고 바뀌어야 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젊은 과학자들이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자유롭게 즐거움을 쫓으면서 장기적인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만한 여유와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자유방임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를 중시하는 부모의 교육 방식도 관심을 받고 있다.
최재경 한국 고등과학원 원장은 "허 교수가 고등학교 때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자퇴하겠다고 얘기를 하니까 부모님이 허락했다"면서 "이러한 부모님의 자유 방임주의라고까지 할 수 있는 자유를 중시하는 교육 방식이 결국 허 교수를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이 연구할 때 아주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특히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는데 이런 시에 대한 흥미가 수학 연구와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최 원장은 독일의 저명한 수학자 카를 바이어슈트라스(1815.10.31 ~ 1897.2.19)가 "시인이 아닌 수학자는 진정한 수학자가 아니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시는 간결한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을, 수학은 논리를 엮어서 아름다움을 만든다"며 "수학자와 시인 사이를 왔다 갔다 한 인물이 허 교수다"라고 평했다.
시의 언어와 수학적 논리로 예술적 아름다움을 강조함으로써 수학은 융합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 원장은 또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푸는 능력을 측정하는 한국의 수학 시험 방식이 변해야 한다는 점도 환기했다. 이제는 여유 있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도록 시험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허 교수는 공동 연구 즉 다른 사람과 함께 협동하는 능력도 자신의 연구 성과의 주요 배경으로 짚었다. 통상 수학자라고 하면 골방에서 혼자 머리를 싸매고 연구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쉬우나 그는 여러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왔던 것이다.
허 교수는 "현대 수학에 있어서 공동 연구가 굉장히 활발해졌다"면서 "그 이유는 무엇보다 혼자 하는 것보다도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멀리 갈 수 있고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효용성 측면뿐만 아니라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경험이 수학 연구자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고 알렸다.
다음 회에서는 허준이 교수와 관련한 마지막 이야기로서 위에서 제시한 문제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 위 내용은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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