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5 (수)
# "인공지능을 아십니까? 모빌리티를 아십니까? 유전자시퀀싱을 아십니까? 블록체인을 아십니까? 엔에프티(NFT)를 아십니까? 메타버스를 아십니까?”
세상 신문, 잡지, 유튜브, 방송, 세미나는 묻는다.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은 그저 좋은 기술자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명인은 도구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적절히 이용해서 본질적 행위에 가까워지는 데 능한 사람이다. 달변가 역시 마찬가지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은 매체일 뿐,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그에 따라 일이 잘 수행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명인전>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 후 당분간 한단 땅에서는, 화가는 붓을 감추고 악사는 비파의 현을 끊고 장인은 줄과 자를 손에 쥐는 것을 부끄러워하였다고 한다.
요절한 일본의 천재 작가 나카지마 아쓰시는 마지막 작품 ‘명인전’에서 장자의 고사를 소재로 한다. 천하제일의 명궁을 꿈꾸던 주인공은, 세세한 기술적 성취에 집착하는 단순한 고수의 단계를 벗어나, 물아일체의 경지를 보여준다. 활 없이 화살을 쏘고, 심지어 활과 화살을 보고 이게 무어냐고 묻는 어떤 경지.
"지위는 행하지 않는 것이고, 지언은 말하지 않는 것이고, 지사는 쏘지 않는 것이다.”
내참, 난 이렇게 살아 오고있꾸만!
# ‘기자들의 교과서’로 불리는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개정 4판이 나왔다. 뉴스같이 보이는 선전들, 사실이면서 편파적인 주류 언론, 공정성 논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공영방송, 폐쇄적이고 공모적인 기자단 운영 등 우리 언론 현실을 배경으로 놓고 보면 사례의 특성과 심각성에 차이가 있을 뿐, 세계의 언론 전문가들은 같은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2001년 초판에 이어 7년을 기다려 나온 개정판에는 ‘확증의 언론’이란 개념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진실을 보도한다면서 당파적으로 흐르는 현대 언론이 어떻게 갈등을 심화하는지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 20년 만에 나온 이 판본은 ‘도덕적 명료성’이란 개념을 소개한다. 이는 퓰리처상을 받은 웨슬리 로우리 기자가 이제는 뉴스의 객관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제시한 대안이다. 저자들은 그러나 기자가 도덕적으로 충실하다고 해서 객관주의가 초래하는 혼란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정성과 균형성이 너무 모호해서 언론의 준칙으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언론학계에 충격을 준 바 있다. 기자의 ‘옮음’이나 뉴스의 ‘좋음’의 문제를 마주하지 않고 취재의 투명함과 기사 내용의 진실성에 주목하는 것만으로 시민을 도울 수 있다고 패기 있게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가 미국의 기자가 쓴 책을 20년동안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교과서’를 아직도, 앞으로도 읽어야만 하는가?”
내참, 그냥 읽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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