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도자의 여로 (77) 어본현열다완편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자의 여로 (77)
어본현열다완편

  • 특집부
  • 등록 2023.01.06 07:30
  • 조회수 50,529

발굴조사를 통해 더 자세한 것이


   이규진(편고재 주인)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리 창기가마터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고려다완이 주문 생산되었다는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 있다알려진 바와 같이 여기서는 오기다완과 이라보다완 등이 발견되고 있다그런데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구기보리이라보(釘彫伊羅保)라고 하는 도편이다이 것을 보면 굽 안 바닥을 나선형으로 굵고 깊게 돌려 파내고 있다그런데 문제는 창기가마터에서 보이는 구기보리이라보라고 하는 도편이 일본에 현존하는 실물 다완과는 굽 안의 회도리 양식이 내가 보기에는 전혀 같아 보이지가 않는다는 점이다그렇다고 하면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내가 이 구기보리이라보라고 하는 도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가마터 답사 이전이니 아주 오래 전 일이다한 번은 선배가 창기가마터에서 나온 도편이라며 구기보리이라보라는 것을 보여 주었는데 보자마자 매혹을 당해 버리고 말았다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도대체가 한국 도자기 역사상 굽 안 쪽을 그처럼 굵고 깊게 돌려 파낸 것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나는 결국 다른 곳에서도 언급을 한 바 있는 것처럼 이것이 마음에 들어 물물교환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창기가마터 답사에 나섰던 것은 그 후의 일이다.

 

KakaoTalk_20230106_013646972.jpg
[국악신문] 어본현열다완편(편소재 소장) 현지름x굽지름x높이 11x6x3.5Cm

 

구기보리이라보라고 하는 도편은 기존에 알려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갖고 있는 것도 굽과 저부 일부만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굽은 모래받침을 하고 있으며 초벌구이편처럼 유약은 입혀져 있지 않다중요한 것은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굽 안 쪽에 굵고 깊게 나선형의 회도리 모양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손가락 같은 것으로 헤집어 돌린 것과 같은 모양은 흡사 팔랑개비라도 돌리고 있는 듯한 자극적인 느낌이다그런데 이 나선형의 회도리 모습을 자세히 보면 굽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뜨인다굽 안에서 시작된 회도리가 굽의 접지면을 가르고 나와 몸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내가 이 것을 구기보리이라보라고 인정치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고려다완 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조선의 그릇이 일본으로 건너가 다완으로 채택된 것과 아예 주문을 해간 것이 그 것이다주문을 해간 다완에는 주로 앞에 어본(御本)이 붙는다이런 다완 중에 어본현열다완(御本玄悅茶碗)이라는 것이 있다그런데 이 다완을 보면 굽에서 시작된 나선형 회도리가 선명하게 굽의 접지면을 가르고 나와 몸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이 것만을 놓고 보면 창기가마터의 구기보리이라보라고 하는 도편의 굽 형태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완형의 구기보리이라보다완의 몸체에서는 이와 같은 회도리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것도 주목된다그렇다고 하면 창기가마터에서 보이는 구기보리이라보라고 하는 도편은 잘못된 명칭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한 가지 맹점은 있다창기가마터에서 보이는 구기보리이라보라고 하는 도편은 알려진 것 모두가 굽과 저부 일부만 남아 있어 전체적인 모습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말하자면 몸체에 회도리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그런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굽을 가르고 나온 회도리로 보아 나는 창기가마터에서 출토되는 구기보리이라보라고 하는 도편들은 어본현열다완편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확실한 것이야 발굴조사를 통해 더 자세한 것이 밝혀져야 하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렇게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