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4 (금)

[PICK인터뷰] 진천아리랑의 전승 과정과 박소정 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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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인터뷰] 진천아리랑의 전승 과정과 박소정 전승자

지역 무형문화유산 지정 논의
전국아리랑전승자협의회 진천 지부
진천아리랑보존회 박소정 회장

올해가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년이 되는 해이다. 국가무형문화재 129호 '아리랑' 등록 이후 원주어리랑(2017년),진도아리랑(2022년),  문경새재아리랑(2022년)이 도문화재 및 향토문화재로 등록이 되었다. 그러나 전국 40여 개 지역에서 활발한 전승활동을 계승하고 있는 보존단체 대부분은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명목만 유지한 체 코로나19로 인해 3년간은 더욱 침체되어 있는 편이다. 전승 종목과 전승단체가 문화유산 지정도 받지 못하고, 전승주체의 리더를 맡아 온 전승자가 사망을 한 지역은 매년 개최 해 온 아리랑제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가장 전승활동이 넓은 지역은 영남지역이다. 대구, 영천, 경산, 부산, 문경, 예천, 밀양, 구미, 상주, 성주 등 25여 개 지부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충청지역에는 청주,공주,진천 3개 지역에 전승공동체가 활동하고 있다. 진천 지역에서는 박소정 회장을 중심으로 보존회원들과 전승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 1월 전국아리랑전승자협의회에서 지부를 받고 진천아리랑을 널리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는 박소정 회장을 20일 진천에서 만나서 현재 전승활동과 전승 계보에 대해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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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아리랑보존회 박소정 회장과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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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아리랑보존회 박소정 회장과 회원들이 진천 농다리축제에서 진천아리랑을 선보였다.

 

Q. 안녕하세요. 지난 해  정선에서 12월 5일 아리랑건립비 10주년 행사 이후, 뵙니다. 언제부터 진천에서 진천아리랑이 불리워졌나요.

A. 일제시대부터 이 지역에서 아리랑이 불리워졌다고 합니다. 최근 발표한 이창식 교수의 논문 기록으로는 이정수(1940년생), 이재복, 박을녀(1930년생) 등이 계십니다. 진천에 사시는 할머니들이 부르시는 것을 보고 한국국악협회 진천 지부장이신 이충로 회장님과 같이 당시 진천읍 장관리에 사시는 당시 90세인 박을녀 할머니가 애창하시는 아라리(충청아리랑)를 채록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중국 동북삼성 정암촌에 사시는 동포들이 고향(진천)에서 가지고 온 아라리를 부른다고 해서 중국 아리랑연구가이신 김봉관 선생님 초청을 받고 정암촌을 방문해서 일주일 동안 '아라리'를 배우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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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아리랑보존회 박소정 회장과 회원들이 2019년 11월 1일 경복궁 아리랑고에 참가했다. 전국 45개 지역 아리랑 단체가 참가했다. 2019.11.01.

 

Q. 그럼 먼저 진천에서 전승되어 오고 있는 아리랑(아라리)를 들려주세요.

A. 진천에서 '초평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불러온 진천봉암리농요보존회장 이정수(1940년생,당시 89세)의 사설입니다.

       

      초평아리랑

시아버지 죽어서 잘 죽었다고 했더니

왕걸저리 떨어지니 또 생각나네

시어머니 죽어서 잘 죽었다고 했더니

[보리]방아 물 버너니[물 부어 놓으니또 생각나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루 넘어간다


날가라네 날가라네 나를 가라하네

무명길쌈 못하는걸 배우면은 하지요

아들딸 못낳는거는 백년두고 웬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루 넘겨주소

 

울타리 밑에 꼴을 비는 저 총각

눈치나 있거던 떡받어 먹지

떡을랑 받더니만 팽개를 치구요

손목을 잡구선 발발 떤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루 넘겨주소


무정세월 여루하여 원수백발 되었으니

에헤라

원통하고 가련하고 불쌍하고도 한심하다

에헤라.(소리:이정수/채록: 이창식/'생거진천 초평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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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아리랑보존회 박소정 회장과 회원들

 

진천아리랑보존회 박소정 회장과 회원들

 

Q. 박을녀 할머니가 애창하시는 아라리도 불러주세요. 

A. 진천에서 오래 대를 잇고 사시는 분인데 곡명을 어느 때는 '충청아리랑'이라고도 하십니다. 

 

진천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날넘겨주게후렴

1.팔라당 팔라당 갑사나 댕기/분때두 안 묻어서 사주가 왔네

2.사주는 받아서 무릎에 놓고/한숨만 쉬어도 동남풍 분다

3.울넘어 담넘어 님숨겨두구/ 난들난들 호박잎에 날속였네 

4.시누이 골난데는 버선 사주구/며느아기 골난데는 홍두깨 뜸질 

5시아버지 골난데는 술받어주구/시어머니 골난데는 이 잡어주지

6.시동생 장가가서 좋댔더니/ 나무가리 줄어드니 또 생각나네

 시누이 시집가서 좋댔더니/ 어린자식 자주우니 또 생각나네 

7시아버지 죽었다고 좋댔더니/왕골자리 떨어지니 또 생각나네 

 시어머니 죽었다고 춤췄더니/ 보리방아 물붜노니 또생각나네

8.날가라네 날가라네 날가라네/ 삼베질쌈 못한다구 날가라네 

삼베질쌈 못하는건 대단하구 /아들딸 낳준건 대단찮나

놀다가세 놀다가세 놀다가세/스므사흘 달뜨도룩 놀다가세 

9.아리랑 타령이 얼마나 좋은지/밥푸다 말고서 엉덩춤춘다 

우리집 시어머니염치도 좋아/저잘난거 낳놓고 다대려왔네 

잘데려왔으면 볶지나 말지/요리볶고 조리볶고 콩볶듯하네


이 아라리는 진천 주변 지역 광혜원면 실원리백곡면 구수리덕산면 구산리석장리 등의 일원에서 채집되고 있는 토속적 지역민요이다. 

충북 진천군 초평면을 중심으로 널리 불렸으나 최근에는 이 노래를 아는 주민이 거의 없다. 진천 국악인협회 이충로 전 회장과 국악인 박소정씨가 2012년 수소문 끝에 '진천 아리랑'을 기억하는 한 할머니(당시 95세)로부터 아리랑을 채록해 겨우 명맥을 이었다. 명대 이창식 교수는 "진천내 초평아리랑과 진천아리랑(충청아리랑)은 상징적 전형이다. 원형적 맥락에서는 지정이 어렵지만 전형 차원에서 가능하고, 충청북도 무형문화재로 충분 조건이 된다."라고 논의했다.(이창식,"진천아리랑유산의 가치인식과 활성화",2016년.)

 

1930년대 중반, 만주척식주식회사는 충북에 사람을 파견하여 이주민을 모집하였다. 당시 조선은 일제의 침탈에 농민들의 생활은 살기가 어려워서 사람들은 조밥이라도 실컷 먹어볼까 해서 정든 고장을 떠났다. "북 간도의 감자는 물동이만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너도나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그때 180세대가 만주로 향했는데 대개 보은, 옥천, 청주, 충주, 괴산과 주변 지역 주민들이었다. 180여 호의 노민들이 청주역에서 만주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3일만에 함북 온성에 도착한 후 걸어서 두만강을 건너 만주 벌판으로 들어갔다. 

이 중 왕청현 대흥구로 1백 세대가 가고, 80세대는 두만강에서 20여 리 떨어진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정암촌(亭岩村)에 정착하였다낯설고 물설은 타국 땅에서 손발이 부르트도록 황무지를 일구다 지치면 아리랑을 부르며 고난과 역경의 고개를 넘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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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 정암촌(亭岩村)마을회관에서 동포들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진천아리랑보존회 박소정 회장, 2016.02.17.

 

Q. 2016년 중국 아리랑연구가 김봉관 선생의 초청으로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도문시 량수진 정암촌(亭岩村)에서 아리랑답사를 하러 다녀오신 이야기 들려주세요.

A. 이충로 지부장님, 정세현교수님 등과 같이 2016년 2월 13 산밑에 자리를 잡은 산골마을 정암촌에 도착했습니다. 대번에 들어보니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더군요. 보자마자 서로 부등켜 안고 울었습니다. 한 눈에 동포라는 느낌이 와 닿고 아리랑을 부르니 더욱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마음이 앞서더군요. 돼지를 잡고, 잔치를 벌려놓고 농악대들이 와서 꾕가리 치고 장구치고 북도 치고 너울너울 어깨춤도 추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Q. 정암촌에서 어떤 아리랑, 민요을 불렀나요.

A. 청주아리랑, 진천아리랑을 아라리 선율로 불렀습니다. 당시 김봉관 선생이 '진천아리랑'이라는 곡명으로 채보를 해주셔서 악보를 받아 가지고 왔습니다. 거기서 부른 진천아리랑을 가지고 와서 진천 지역에서 채록한 아라리와 같이 부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천에서 채록한 사설과 동일해서 놀라웠숩니다.

시집살이 애환 담긴 '진천 아리랑' 문화재 지정 추진 - 2

Q. 한번 불러봐 주세요.

A. 시아버지 죽어서 잘 죽었다고 했더니/왕골자리 떨어지니 또 생각나네/

     시어머니 죽어서 잘죽었다고했더니/보리방아 물궈놓니  또 생각나네/ 

    날가라네 날가라네 나를 가라하네/무명길쌈 못하는걸 배우면은 하지요/

   흰댕기를 다리자니 남이 먼저 알고요/남모르게 삼베속옷 입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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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창식 세명대 교수, 박강철 조선대 명예교수, 김연희 우즈베키스탄 국립대 교수 등 민족학 학자들을 초청해 '진천 아리랑 지역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중국시조협회회장 김철학, 박소정. 중국 아리랑연구가 김봉관, 권소형(회원). 김봉관 선생 부인, 윤덕순(회원) 이충로 회장 이창식 교수. 2016. 06.10.

 

2002년 충북국악협회가 발굴한 중국 정암촌 '청주아리랑'과 '진천아리랑'과의 연관성을 찾기 차원에서 한국국악협회 김준봉 진천군 지부장과 박소정 회장이 2016년 2월 13일 정암촌을 방문하고 돌아와서 진천아리랑 전수사업을 추진했다.

현재 진천에서는 초평아리랑과 진천아리랑(충청아리랑), 그리고 중국 정암촌에서 가져온 진천아리랑이 불려진다. 박소정 회장이 이 사설을 추려서 각편을 통합해서 회원들과 함께 부르고 있다. 사설에는 며느리들이 겪는 애환이 담겨 있다. 시집살이 하면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며느리들이 시부모를 원망하면서도 돌아가신 뒤 그리워하는 충청도민의 심성이 애절하게 표현돼 있다. 가사 내용은 명맥이 끊겼다가 중국에서 발굴된 '청주 아리랑'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런데 당시 아리랑타령 기록에도 '진천'이라는 지역명이 나온다. "아르랑 아르랑 아라리요 진천(鎭川) 방골 큰애기/ 봉채를 받고 뻐들어졌구나" 예전에는 진천에도 한 사람이 앉아서 그 자리에서 백 여수가 넘는 사설을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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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아리랑 지역 무형문화유산 등재'세미나에서 진천아리랑보존회가 진천아리랑을 선보였다. 2016.06.10.

 

2016년 이창식 세명대 교수, 박강철 조선대 명예교수, 김연희 우즈베키스탄 국립대 교수 등 민족학 학자들을 초청해 '진천 아리랑 지역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2016.06.10.

 

2016년 이창식 세명대 교수, 박강철 조선대 명예교수, 김연희 우즈베키스탄 국립대 교수 등 민족학에 저명한 학자들을 초청해 '진천 아리랑 지역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Q. 김봉관 선생이 한국에 오실 때마다 진천에는 반드시 들리고 가셨다는데,....

 A.김봉관 선생이 2016년 진천아리랑학술 세미나 개최에 참가하신 이후, 부인과 함께 진천에 거의 매년 오셔서 저희집에서 진천아리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안타깝게 몇년 전 돌아가셨습니다. 

 

김봉관 선생이 2016년 진천아리랑학술 세미나 개최에 참가하신 이후, 부인과 함께 진천에 매년 한국 방문 때마다 매년 진천에 와서 박소정 회장에게 진천아리랑을 가르쳐 주었다고 전한다. 사진은 박소정 회장 자택에서, 왼쪽부터,박소정, 이충로, 김봉관, 김봉관 부인. 2018년. 어느 여름날 

 

Q. 아리랑제 같은 행사는 몇번이나 이루어졌나요.

A. 그동안 지역에서는 한국국악협회 진천군  이충로 지부장님이 앞장 서서 진천아리랑제, 진천아리랑경창대회 등이 개최되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습니다. 


Q. 최근 5년 간 진천아리랑보존회 전승활동은 

A. 1919년 10월 서울아리랑페스티발 무대에서 공연과 전국아리랑퍼레이드에 참가했습니다. 이어서 10월 전국아리랑워크샾(문경), 11월 경복궁 고유제, 코로나19로 행사를 못하고 있다가.....그리고 작년 8월 밀양에서 한반도아리랑대축제, 유네스코 아리랑 등재 10년기념비 건립식 참가 등입니다.

 

Q.진천 고장에서 특별한 전통문화제에 진천아리랑보존회도 참가하나요.

A. 진천 농다리축제가 있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진천 농다리라고 불리는 진천농교(鎭川 籠橋)는 고려 초기에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돌다리입니다. 충북 진천군 문백면 구산동리 굴티마을 앞을 흐르는 세금천에 놓여 있는 다리입니다. 매년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천상산문화축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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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아리랑보존회 박소정 회장(첫줄 가운데)과 회원들이 사회복지관 4층에서 수업을 마치고 기념촬영. 2023.03.04.

 

Q. 회원들에게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고 계시나요.

A. 배곡면에 있는 진천아리랑보존회 전수관과 진천 사회복지관 4층에서 20여 명에게 매주 월요일고 금요일 2번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생거진천아리랑에서 '생거진천'은 무슨 뜻인가요.

A. '생거 진천’(生居 鎭川 살아서는 진천)이라는 말 그대로 인심 좋고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겁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우선 사단법인화 하고 전국에 충북을 대표하는 진천아리랑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민요현장에서는 전통사회에서 내려오는 아리랑 원형을 그대로 계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새로 지정된 무형유산보호법(2016년 시행)은 원형의 가치보다 전형(典型)의 가치를 사용하고 있다향유층 입장에서 민요 가창자 문화행위의 원형 전승과 소통에 대한 과정을 체험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민속에서 현재 전승하고 있는 전승주체 즉 향유자(가창자)가 없으면 그 민속은 '가짜 민속'이라고 한다. 그만큼 전승주체의 존재 기반은 중요하다. 예전 방식의 가창자는 생업과 관련된 전승자라고 할 수 있는데, 현대사회 도시화 속도에서는 점차 전승 기반은 거의 붕괴되고 있다.  


이창식 교수는 "진천 지역에서만 불리는 토속민요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진천아리랑(초평아리랑)은 문화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지역 관계자들의 무관심으로 전승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라고 전했다. 

 

최근 정부는 '문화가 살아야 지역 소멸을 막는다'는 슬로건을 걸고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그동안 아리랑 관한 논문은 음악적.문학적 중심으로 치우쳐 있는 실정이다. 

현실을 알기 위해서는 현장에 나가야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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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아리랑 등재 10년 기념비 건립식(정선 아우라지)에 진천아리랑보존회도 참가했다. 2022.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