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현지시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엄수되었다. 세인트 조지 예배당 내 조지 6세 기념 예배당에 작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필립공 옆에서 영면을 취했다. 대리석에 ‘ELIZABETH II 1926-2022’로 새겨져 장례식은 역사가 되었다.
하루가 지났다. 뉴스 화면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새 국왕인 ‘찰스 3세’, 그 아들 ‘윌리엄 왕자’ 등의 존재, 그리고 관을 실은 ‘총포차’, 세계적인 조문객의 모습도 하루가 지나자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그런데 지루한 장례식 중간 중간에 들렸던 소리는 여운으로 남아있다. 여왕의 관이 런던 하이드파크 코너에 있는 웰링턴 아치로 이동할 때 시계탑인 빅벤이 1분에 한 번씩 추모종을 울렸다. 종소리는 평소와 달리 조종(弔鐘)이기에 가죽을 씌웠음으로 낮은 음으로 울렸다.
왕실 가족 주도의 성 조지(St George's Chapel) 교회 예배에서 찬송가가 불렸다. 첫 곡은 ‘주께서 주신 날은 끝났습니다’이고 이어진 곡은 시편 23편 ‘주님은 나의 목자’였다. 이 두 번째 찬송가는 1953년 필립공과의 결혼식에서도 연주된 곡이라고 한다.
장례식 종반 무렵 묵념 시간, 2분간 나팔소리가 영국 전역에 울려 퍼졌다. 여왕에 대한 감사와 존경, 평온한 안식에의 기원이 담긴 ‘라스트 포스트(Last Post)’ 연주다. 짧지만 장중했다. 그러나 분명 애가(哀歌)였다. 영국 왕립 포병 연대(Royal Horse Parameters and Royal Parameters)의 장례 음악으로 트럼펫으로만 연주된다. 모든 일을 종료했다거나, 전쟁이 끝났다거나, 장례 중 연혼과 영영 이별을 고할 때 연주되는 곡이다.
장례식의 끝을 소리가 장식했다. 여왕이 생전 요청한 왕실 악사에 의한 백파이프 연주, 바로 ‘신이여, 여왕(Queen)을 지켜주소서’이다. 영국 국가(國歌)이다. 국가 ‘신이여, 여왕(Queen)을 지켜주소서’는 마지막으로 불렸다. 이제 국왕이 찰스 3세이니 ‘신이여, 왕(King)을 지켜주소서’로 불리게 된다.
6일의 장례 기간, 이들 ‘소리’들. 이 ‘소리’는 이후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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