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화)
흙의 소리
이 동 희
이듬해 정월에 박연은 다시 제악祭樂에 관한 글을 올리었다.
"제악은 천신天神을 제사할 경우 강신降神함에 4궁宮을 쓰는데 악樂은 6성成으로 변합니다. 육변六變을 쓰는 것은 천제天帝가 진震에서 나옴을 취함이요 진은 묘위卯位에 자리하였으니 묘의 수는 여섯인 것입니다. 따라서 환종궁圜鍾宮을 사용해야 하니 협종夾鍾 2성 황종각黃鍾角 고선궁姑洗宮 2성 태주치太蔟徵 남려궁南呂宮 1성 고선우姑洗羽 대려궁大呂宮 1성이고, 송신送神에는 협종궁 1성을 사용합니다.”
천신을 제사하고 묘악廟樂에는 사성四聲을 쓰라는 것이었다.
제에 따르는 악에 관하여 박연만큼 조예가 있기도 힘들지만 그만큼 관심을 갖고 마음을 쏟아붓기도 어려웠다. 다른 사람-관리 신하 대신-들도 얘기하였지만 그렇게 자세하고 분명하게 낱낱이 의견을 끊임없이 올리고 바로잡자고 청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박연은 예에 어긋나지 않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었기도 하였지만 거기 합당한 악을 사용하고자 하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박연이 집착하는 제악의 원칙이었다. 예악의 실천이었다.
청원은 계속되었다.
지기地祇를 제사할 경우는 강신함에 4궁을 쓰는데 악은 8성으로 변한다. 팔변八變을 쓰는 것은 곤坤이 만물을 기르는 것을 취함이요 곤이 미위未位에 자리하였으니 미의 수는 여덟인 것이다. 따라서 함종궁函鍾宮을 사용하여야 하니 임종林鍾 2성 태주각太蔟角 유빈궁蕤賓宮 2성 고선치姑洗徵 응종궁應鍾宮 2성 남려우南呂羽 유빈궁 2성, 송신에는 임종궁 1성을 사용한다.
인귀人鬼를 제향할 경우는 강신함에 4궁을 쓰는데 악은 9성으로 변한다. 구변九變을 쓰는 것은 금金의 수를 취함이요 금의 물건됨이 잘 화化하되 변하지 않으니 귀신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황종궁黃鍾宮 3성 대려각大呂角 중려궁仲呂宮 2성 태주치太蔟徵 남려궁南呂宮 2성 응종우應鍾羽 이칙궁夷則宮 2성을 사용한다.
"이상과 같이 제사할 때마다 4궁에 강신함과 악무樂舞가 변하는 수는 각각 의거하는 바가 있어 망령되게 더하고 덜하는 것은 불가한 것인데 우리 연간에 모두 다 개혁하였으나 종묘에 친히 제향하는 날을 당하여 강신하는 악무 6성을 권도로 감하여 3성으로 사용하매 4궁이 불비하고 변수마저 결여되어 온당치 못합니다.”
제사 제향에 관하여도 그렇지만 거기에 부합하는 소리와 춤 음音과 성聲의 조합 그리고 변하고 화하여 이루어지는 조화를 누가 그렇듯 맞출 수가 있겠는가. 그 분야의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그것이 틀리지 않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렇듯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끊임 없이 상언을 하여 옳지 못함을 지적하고 바로 세우고 바로잡고자 하는 사람이 또 누가 있는가.
그것이 무슨 역사적이고 국가 대계의 사업이랄 수도 없는 것이었지만 나라에 있어서든 백성에 대해서든 기본적이고 바탕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며 거기에 생을 걸었던 것이다.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뒤의 일이지만 박연은 전라도 땅 오지 산골 고산高山 유배지流配地에서도 가훈家訓 17조를 써서 남겼던 것이다. 아들은 교형絞刑을 당하고 쓸쓸히 말년을 보내면서 가훈이란 무엇이었던가.
"신臣이 이제 다시 전대前代를 상고하여보니…”
당나라 태종 때에 태상시太常寺에 조칙을 내려 ‘천신을 제사하고 지기를 제사하고 종묘를 제향함에 궁의 등급을 올리는 것은 강신할 때마다 사곡四曲, 송신할 때는 일곡一曲을 연주한다’하였으니 어떻게 하여야 하고, 제악고祭樂鼓는 주례周禮의 지관地官 고인조鼓人條에 ‘뇌고雷鼓는 신사神祀에 쳐서 천신을 제사한다’하였고 정사농鄭司農은 팔면고八面鼓라고 하였으나 진양陳暘은 육면六面의 영고靈鼓라고 고쳤다. 사제社祭에 치는 것은 지기를 제사함인데 정씨는 육면이다 하였으나 진씨는 팔면이라고 고쳤다. 노고路鼓는 귀신에게 치는 것으로 인귀人鬼를 제향함인데 정씨와 진씨가 다 같이 사면四面의 진고晉鼓로 금주金奏를 치게 되면 주악이 시작되니 금주는 편종編鐘을 치는 것이다.
그렇게 씌어 있다고 박연이 말하였다. 여러번 얘기하였지만 철저히 문헌 전적典籍에 의거하여 말하였다. 그것이 무기였다기보다 기본 자세가 그랬다. 그저 본 만큼 아는 만큼 말하는 것이다. 그가 논리를 펴는 방법이었다.
박연은 다시 주관周官 운인조韗人條 진양도설陳暘圖說 등을 인용하여 앞에서 말한 뇌고 영고 노고 외에 진고인 도고鼗鼓를 말하며 천신의 제사 지기의 제사 인귀의 제향에 어떻게 뇌도雷鼗 영도靈鼗 노도路鼗를 만들게 하기 바란다고 하였다.
신의 생각으로는 그렇다고 하였다. 예조에 내려 의논하게 하였다.
상언한 것을 다 기록하지 않는다.
그동안 ‘국악의 날 지정을 위한 제언’을 약 5개월에 걸쳐서 연재하였다. 그 내용은 한마디로 ‘악학궤범을 편찬한 날로 정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몇 명의 국악인들이 국...
1916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발행된 애국창가 2011년 8월 24일 문화재청은 ‘애국창가’를 등록유산 제475호로 지정했다. ...
도편의 반 이상이 내섬명 이규진(편고재 주인) 내섬시(內贍寺)는 각 궁전에 대한 공상, 2품 이상에게 주는 술, 왜와 야인에게 주는 음식과 직조 등의 일을 맡아보던...
김율희 (강태홍류 산조춤 보존회 회장) 김율희 이사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전통춤 4대 가업을 잇는 무용가다. 조부 김동민과 고모 ...
현역 최고령 무용가인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포스트극장에서 열린 '세계 무용사'출판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정기공연 '일노래, 삶의 노래' 공연 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2024.05.22. 소박하고 향토적인 ...
세븐틴 일본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 (사진=위버스 라이브 캡처) "오늘 저희가 (데뷔) 9주년인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전 세...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사진=물고기뮤직) 2024.05.26.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죠....
5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2024 남산소리극축제 ‘여설뎐(女說傳)- 싸우는 여자들의 소리’가 펼쳐졌다. 이 공연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극을 주도하는 ...
가수 김연자 (사진=초이크리에이티브랩) "오로지 노래가 좋아 달려온 50년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힘입어 힘든 순간도 다...
2년 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서울연희대전'이란 이름의 한 공연이 있었다. 제1회 '장구대전'이란 부제가 붙어있고, 입장권 전석이 판매 되어 화제가 되었다. 무대에서 오직 '장...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
이탈리아 기록유산 복원 전문가인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ICPAL) 소장이 최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