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하지만 오늘만 있는 찰나의 인생들이 아니기에 가끔은 내일도 생각해 보고, 인연의 인과율도 음미해 가며 부모님이라는 뿌리에 대한 막중한 연분도 재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일상적으로 느끼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음에 틀림없다.
자식은 마음으로는 부모를 공경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삶의 일상 속에서는 본심과는 달리 적지 않은 괴리가 생긴다. 그러니 옛 선인들의 시조처럼 영별永別 후에 남는 후회만이 되풀이되기 십상이다.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길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전통음악 중에서 부모님의 은덕이나 효행에 관련한 악곡을 꼽으라면 단연 회심곡回心曲이 아닐 수 없다. 회심곡은 원래 불교 계통의 음악이었지만,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사를 윤색하고 여기에 서도소리조 가락을 입혀서 노래하는 곡이다.
한때 조선일보사에서는 매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어김없이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어버이들을 위한 국악대공연을 치루어 왔다. 이때 단골 메뉴로 편성되던 곡이 바로 회심곡이었으며, 그 회심곡은 으레 김영임 명창이 불렀다. 그만큼 경기민요의 김영임 명창은 회심곡의 대명사랄 만큼 회심곡의 절창이었으며 프리 마돈나였다. 지금도 연세가 지긋한 분들의 뇌리 속에는 붉은 띠를 두른 하얀 가사袈裟에 고깔을 쓰고 꽹과리를 치며 낭랑한 성음으로 숙연하게 회심곡 한 자락을 불러제끼는 김 명창의 인상적인 모습이 한 폭의 정물화처럼 선명히 박혀 있을 것이다.
회심곡의 가사에 스스로 감화가 되어서인지, 김영임 명창은 잘 알려진 효부다. 공연예술계에서 인기를 좀 얻으면 우쭐한 기분에 알게 모르게 자만심이 앞서며 주변을 얕보는 경향이 있는데, 김 명창은 그 같은 세태와는 아예 거리가 멀다. 그 바쁜 일정과 화려한 무대생활 속에서도 시부모님을 비롯한 친척분들과 주위 사람들을 정성껏 보살핀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나와의 인연도 얕지 않아서 내가 치러 오는 현충일 추모음악회에 헌신적으로 출연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며, 덕소 이미시문화서원에 내외분이 들러 담소를 나누며 그가 좋아하는 능이버섯탕을 함께 즐긴 적도 꽤 있다.
예부터 효도는 백행지본百行之本, 즉 모든 인간행위의 토대요 근본이라고 했다. 효심孝心 없이 성실한 사람 없고, 효도하는 데 남에게 지탄받는 사람 없다. 효도는 곧 일종의 수기修己다. 효를 통해서 사람 됨됨이를 닦았는데 지탄받을 일을 할 리가 만무하다. 그러고 보면 효도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긴요하기 짝이 없는 현재진행형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여기 김영임 명창의 회심곡 일부를 조용히 음미하며 생각의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성싶다.
일심一心으로 정념精念 아하아미로다 보호옹오…
억조창생億兆蒼生은 다 만민시주萬民施主님네 이내 말삼을 들어보소, 인간세상人間世上에 다 나온 은덕恩德을랑 남녀노소男女老少가 잊지를 마소, 건명전乾命前에 법화法華도 경經이로구나, 곤명전坤命前에도 은중경恩重經이로다.
우리 부모 날 비실 제 백일정성百日精誠이며 산천기도山川祈禱라 명산대찰名山大刹을 다니시며 온갖 정성精誠을 다 드리시니 힘든 남기 꺾어지며 공功든 탑塔이 무너지랴.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부모님전의 복福을 빌고 칠성七星님전 명命을 빌어 열달배설한 후 이 세상에 생겨나니 우리 부모 날 기를제 겨울이면 추울세라 여름이면 더울세라 천금千金 주어 만금萬金 주어 나를 곱게 길렀건만, 어려서는 철을 몰라 부모 은공을 갚을소냐, 다섯하니 열이로다. 열의 다섯 대장부라 인간칠십 고래희古來稀요 팔십 장년長年 구십 춘광春光 백살을 산다 해도 달로 더불어 논論하며는 일천一千하고 이백二百달에 날로 더불어 논論하며는 삼만육천일三萬六千日에 병든 날과 잠든 날이며 걱정근심 다 제除하면 단사십單四十을 못 사는 인생人生 어느 하가何暇 부모 은공 갚을소냐. 청춘靑春 가고 백발 오니 애닯고도 슬프도다, 인간공로人間空老 뉘가 능히 막아내며 춘초연년록春草年年綠이나 왕손王孫은 귀불귀歸不歸라 초로草露 같은 우리 인생 한번 아차 돌아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김영임은 아침 햇살처럼 밝고 가을하늘처럼 청아한 성색과, 춘설이 잦아진 냇가의 버들개지처럼 삽상颯爽하고 유연柔軟한 창법으로 만인의 심금을 공명시키는 대표적 스타 가객이다. 특히 그녀는 한국 전통문화의 좋은 덕목의 하나인 효도를 몸소 수범해 가는 자상하고 사려 깊은 여인으로 널리 칭송되기도 하는데, 효행을 주제로 한 ‘회심곡’이 바로 그녀의 대표적 인기곡이라는 사실 또한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하겠다.
(본 연재는 이지출판사 출간 '한악계의 별들'에서 발췌하여 게재한다. 이를 허락해주신 출판사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도편의 반 이상이 내섬명 이규진(편고재 주인) 내섬시(內贍寺)는 각 궁전에 대한 공상, 2품 이상에게 주는 술, 왜와 야인에게 주는 음식과 직조 등의 일을 맡아보던...
김율희 (강태홍류 산조춤 보존회 회장) 김율희 이사장은 부산에서 태어나 전통춤 4대 가업을 잇는 무용가다. 조부 김동민과 고모 ...
정선아리랑을 쓰다. 한얼 이종선, (2024, 문양에 먹, 34× 34cm) 담뱃불로 벗을 삼고 등잔불로 님을 삼아 님아 님아...
명가의 조건, 남원 몽심재(夢心齋) 우리는 무엇을 명가(名家)라 하며 명문(名門)이라 이르는가 지리산 골골이 짙은 숲들을 지나 남원 견두산 자락 단아한 고택서 죽산박씨 종...
현역 최고령 무용가인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포스트극장에서 열린 '세계 무용사'출판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5...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의 정기공연 '일노래, 삶의 노래' 공연 장면. (사진=국립국악원 ) 2024.05.22. 소박하고 향토적인 ...
세븐틴 일본 닛산 스타디움 콘서트 (사진=위버스 라이브 캡처) "오늘 저희가 (데뷔) 9주년인데, 이렇게 큰 공연장에서 전 세...
임영웅 콘서트 '아임 히어로 - 더 스타디움' (사진=물고기뮤직) 2024.05.26. "이깟 날씨쯤이야 우리를 막을 수 없죠....
5월 8일부터 18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에서 2024 남산소리극축제 ‘여설뎐(女說傳)- 싸우는 여자들의 소리’가 펼쳐졌다. 이 공연에서는 여성이 주체가 되어 극을 주도하는 ...
가수 김연자 (사진=초이크리에이티브랩) "오로지 노래가 좋아 달려온 50년입니다. 여러분의 응원과 사랑에 힘입어 힘든 순간도 다...
2년 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서울연희대전'이란 이름의 한 공연이 있었다. 제1회 '장구대전'이란 부제가 붙어있고, 입장권 전석이 판매 되어 화제가 되었다. 무대에서 오직 '장...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나무 그늘이 우거진 5월의 한복판, 양재동의 한 공원에서 곧 있을 해금플러스 25주년 기념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금연주자 강은일 교수님을 만났다. 지저...
이탈리아 기록유산 복원 전문가인 마리아 레티치아 세바스티아니 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연구소(ICPAL) 소장이 최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9일에서 10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기획 공연 ‘긴산조 협주곡’이 펼쳐졌다. 이태백류 아쟁산조와 원장현류 대금산조 전바탕이 협주곡으로 초연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