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9 (수)

[화요연재] 무세중과 전위예술(12) 극단 민족 제2회 공연 '목소리' (1971년)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요연재] 무세중과 전위예술(12)
극단 민족 제2회 공연 '목소리' (1971년)

김세중 (극단 민족 상임연출자·민속극 연구가)

  • 특집부
  • 등록 2024.05.14 07:30
  • 조회수 16,118
극단 민족 제2회공연 목소리 1971.10.8 10 한국일보사 소극장.jpg
극단 민족 제2회 공연 <목소리> 포스터 (사진=대동극회)

 

민족운동의 일환


극단 '민족은 발기취지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민족극 수립을 목표로 창단한 이래 단원 모두 민족극 이념을 체득하는데 경주해 왔다. 우리들은 우리의 좋은 연극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문제점을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인가? 먼저 그 어휘상의 개념을 정의한다든가, 희곡적 현실로부터 연극적 현실에 이르기까지 정밀하게 연구되야 하고 나아가 연극 내용의 수용과 그 예술형식 창조의 상화(相和)에서 이루어져야 할 우리 나름대로의 연극예술의 방향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방향 모색의 행위는 하나의 사회문화운동이요, 민족운 동의 일환에서 부터 근본적으로 출발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연극은 하나의 철저한 메디아(media) 예술로서 민중을 통한 생산의식에 그 목적과 의의가 있다고 보아진다.


민중과 함께, 민중으로 부터, 민중에 의한 민주적이며, 자율적인 풍요사상(豊饒思想)과 그 밑바탕을 일깨우고 그들의 염원을 승화하고 의지를 행동하고 있는, 이른바 민속극의 극예술 형식을 볼때 더욱 오늘의 '마당극'의 타당성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마당극이라 함은 우리의 제반 전통극 속에 나타나는 극형식 (Theatricalism 사회이념 통념)을 생현(生現)하여 그 그릇 속에 오늘을 담고 마당, 거리, 학교 그 어느곳이던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유동성 있게 움직여 나가 관객과 같이 호흡하고 비판하면서 함께 즐기는 극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당연히 상화(Ensemble)로 통하는 서사적 극법(敍事的 劇法=Epic drama)과 시사성(時事性)이 있는 내용과 유형화(類型化)된 사회계층적 인물들의 희화화(戱畵化)를 통한 풍자놀이 내지 투쟁 놀이의 성격을 띄게 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바깥 세계의 추세는 점차 프로쎄니움극장(Proscenium arch)으로부터 소극장으로, 언더그라운 드(Under ground) 연극운동으로 전개되면서 주입적이며 인도주의적 내용과 기승전결(起承轉)의 감상적 인 극법(Aristotle적)으로부터 지양하여 구체적 생활의 단면에 이르는 서사적이고 극히 비판적이며 참여적 극예술(Anti-Aristotle적)의 진보를 고무해가고 있다.


이러한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발전을 본 서구 극예술의 결실(추이)이 오늘날 이미 민주사회의 바탕과 함께 자연 타당성의 연극으로 생선된 우리의 마당극과 모든 면에서 그대로 조인트(Joint)되고 있는 점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 속에 응혈져 있는 연극정신의 평등사상(平等思想)과 극예술 형식을 찾지 못하고 서구형식의 예술과 그 현대성만을 모방하는 안일하고 취향적인 우리 연극 현실에 마당극을 내놓으면서 극단 민족의 마당극에로의 발돋움이 사회진보를 위한 민중의 총회적 의지와 투쟁의 역사를 증언하고, 나아가 민족 광장에로의 점진적 기점이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마당극 '목소리' 풀이


(1) 마당굿의 의의-이번 공연의 서두를 장식하는 남사당의 풍물놀이(농악)로 한바탕 마당굿을 하고 그 다음은 단원 모두가 나와 등거리 잠뱅이 바람으로 그간에 익힌 탈춤의 몇가지 사위로서 굿마당을 흥겹게 놀아 본 다음, 열기 어린 무대 위에 우리 목소리의 진상을 심각하게 풀어놓고 다함께 마당재판을 가져보자는 마당놀이, 우리 연극과 전혀 유리되어 있는 우리의 가락과 사위를 원래의 '굿놀이 속으로 불러드리는 마당극에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2) 어려운 점-극단 민족이 주체적으로 버리는 민족운동의 일환인 마당극 운동은 도시같은 조건하에서는 소극장 운동이라고 볼 수 있기에 보다 많은 뒷일이 요구된다. 때문에 마당극 씨리즈의 두번째가 되는 윤대성작 목소리는 조명과 효과등의 무대 위에서 극복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어디가든 가서 짐을 푸는 곳이 곧 무대가 되어야 할 자세와 훈련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3) 뜻 -첫번째 공연인 연암선생의 호질은 사회계층의 유형화된 인물(Typical personality) 과의 갈등이 빚어내는 민중의 꾸짖는 '소리'라고 보면 '목소리'는 한계상황까지 몰아 세우고 조여드는 소리들을 고발하며 절규하는 소리로 볼 수 있다.


(4) 내용-'목소리'의 내용은 민속극에서처럼 세마당으로 나누어져 각 마당은 마당마다 서로 달리 현 사회의 단상을 그리고 있되 옴니버스(Omni-bus) 형식으로 되어 앙상블(Ensemble)을 이루고 있으며 우리의 진정한 목소리가 한마당 한마당 지날 때마다 점점 그 맥을 잃어가고 있거나 빼앗겨가고 있는 혹독한 사회현실을 고발극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5) 줄거리-부모님의 강경한 고집과 현실주의적 아짐에 의해 성악(聲樂)을 포기하고 아나운서 인생을 선택한 김형서는 진정한 자기 내면의 소리를 빼앗기고 살벌한 황금주의와 기계와 같은 이기주의 물결에 휩쓸려버린 민중들과 그리고 마침내는 고도로 발달된 인간분석의 횡포적 도마 위에까지 끌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를 고발하고 스스로 끌려가 미쳐버리는 현실적 비극을 그리고 있다.


(6) 연출-연출형식은 이러한 내용을 민속극에서 나타나는 고발음(첫 맹세 지꺼리)을 캐내고 일인이역 이상의 배역 (유형적 전달자)을 과감하게 처리하고 장치를 없애고 등 퇴장을 자유롭게하여 객석과 직결한 다음 효과의 공포성을 삽입시켰다. 더욱이 풀이 ①에서처럼 마당굿을 앞뒤에 넣어 강렬한 배합을 꾀하였다.


■「목소리」 공연은 검열관계로 공연되지 못했음.


출연자: 박순종, 백인철, 유경아, 최주봉, 오길주, 최명환, 이인영, 우윤자, 조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