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2005년 문화재청 발간 보고서 중 ‘강원도 아리랑의 존재양상과 전승실태’에서 경복궁 중수와 아리랑의 확산에 대해서는 기존설을 답습하고 있다. 1930년 총독부 기관지 ‘언문 조선’에 발표된 김지연의 ‘조선민요 아리랑’ 해설에 제시된 주장이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 제시하였다.
"19세기말에 대중의 호응을 넓게 받는 노래로 자리 잡고 있었다면 그 연원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서울과 경기지역에 통속민요 아리랑이 형성된 것은 경복궁 중건 때일 것으로 보인다. 아리랑의 발생을 경복궁 중건 때로 보는 견해는 일찍부터 제기되어 온 바이다. 이를테면 김지연은 아리랑의 발생과 관련된 여러 설을 소개하면서 경복궁 중건시에 팔도에서 부역꾼들이 징발되었는데, 그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연희를 벌였고 이 때 부역꾼들이 각 지방의 노래로 자신들의 심회를 풀어내는 가운데 아리랑이 불렸다는 견해도 제시되었다.”
이 대목에는 세 가지 의미 있는 논점을 담고 있다. 하나는 1800년대 말의 서울 경기지역 아리랑은 ‘통속민요 아리랑’이다. 이미 음악적 장르를 달리한 아리랑이란 말이다. 둘은 이 지역의 통속민요 아리랑 형성은 1865년으로부터 7년간의 공사를 마친 1872년 경복궁 중수 이후라는 것이다. 셋은 공사에 동원된 부역꾼들이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부른 고향의 노래와 함께 아리랑을 부르게 되면서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이상의 논지는 오늘날 일반화 된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공사 현장에서 누가 어떤 아리랑을 불러 확산의 계기를 마련했느냐의 문제이다. 이에 대해 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이사는 「한국의 아리랑문화」에서 심도 있게 논의하였다. 즉, 강원도의 아라리는 남북한 강을 따라 서울 경기 일원에 이른 시기에 전해졌다. 이에 강원도 아라리가 뗏꾼들이나 부역꾼들이 중수 기간에 불러 새로운 아리랑을 형성시켰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수공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박달나무의 대량 공출에 대한 상실감을 호소하는 "문경새재 박달나무~ ”로 시작하는 ‘문경새재소리’ 또는 ‘문경새재아라리’가 영향을 주었다고 하였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음악적으로도 뒷받침이 되고 있다. 통속민요 아리랑으로 첫 번째 형성된 것으로 대표사설이 "문경새재 박달나무~ ”인 경기잦은아리랑(H.B 헐버트 채보)과 음악적으로 제일 가까운 것은 문경새재아리랑이라는 분석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경복궁 중수 현장에서 새로운 아리랑을 형성시키게 한 것은 부역꾼들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문경새재아리랑이란 것이다. 단 전제하는 것은 통속민요 아리랑의 첫 번째를 ‘경기잦은아리랑’이냐 ‘긴아리랑’이냐라는 논란이 있지만 전자가 후자에 앞서 형성된 아리랑으로 본다는 것이다.
경기지역 통속민요 아리랑을 형성시킨 계기가 대규모 장정들이 부역꾼으로 집결한 경복궁 중수 공사장이라는 사실에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어떤 아리랑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강원도아리랑’ 또는 ‘정선아라리’라고 말해왔으나, 이제는 ‘문경새재아리랑’으로 좁혀야 한다. 이에 2005년 문화재청 발간 보고서 ‘지역별 아리랑 전승 실태 조사보고서’ 중 ‘강원도 아리랑의 존재양상과 전승실태’에서 문제의식 없이 서술된 ‘아리랑 발생설’은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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