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토)
군사정권 시절의 공문 투(套)는 일본제국주의 시대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제목에 ‘**건(件)’이라고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투(舊套)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공문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것도 첫번째 공문을 그렇게 써 보낸 단체가 있다. 이상한 단체의 이상한 공문인 셈이다.
번호 "22-01”의 지난 8월 11일자 공문 제목은 ‘제27대 *** 이사장 지시 건’으로, 수신자는 ‘16개 시·도 지회장’이다. 번호를 통해 이 공문이 이 단체로서는 첫 공문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 공문의 본문이다. 단 두 문장이다.
"중앙회에서는 2022년 4월 21일(목) 총회를 통해 제27대 (사)한국국악협회 이사장으로 *** 현 이사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각 지회에서는 중앙회의 업무지시를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끝”
첫 문장은 4개월 전의 총회 사실, 이를 통해 단체 이사장을 선출했는데, 그가 ‘현 이사장 ***’이다라는 세 가지를 전하는 3중 복문이다. 그런데 절차상 아직 구성 되지도 않은 ‘중앙회’가 주어가 되는 비문이 되었다. 그래서 ‘이사장으로 ***’와 ‘현 이사장으로 선출’이라는 목적어 없는 문장이 되었다. 이런 우격다짐 문장으로 씌여진 공문을 발송한 주체는 당연히 시대 착오적 인식을 드러내게 되었다. 바로 두 번째 문장에서 확인된다.
"각 지회에서는 중앙회의 업무지시를 따라 주시기 바랍니다. 끝”
대단히 고압적이고 단호한 ‘지시’형 문투이다. 요즘 말 많은 검찰의 20여 년전 공문을 연상시킨다. 전부인지는 확인이 되지 않지만 상명하복의 위계 관계인 요즘의 검찰이나 군대에서도 ‘업무지시’는 ‘협조 요청’이나 ‘주지하시길’이란 표현 등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금년, 그것도 신설 4개월 정도의 단체 공문이라면 분명 시대에 뒤쳐져 있는 단체인 것이 분명한듯하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공문에 ‘업무지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적시되지 않은 ‘지시’ 사항을 따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공문 제목을 보면 미루어 짐작되는 바가 있다. 즉, 이 공문은 앞으로 수신자는 발송처의 지시는 무조건 따르라는 공문인 것이다.
"제목: 27대 *** 이사장 지시 건”에서 분명히 알 수가 있다. 첫 공문이 이런 ‘따르라’식 지시 하달이니, 가히 그 위세가 폭압적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21일, ‘한국의 집’ 총회 때 그 구구함이 이런 발상에서 나온 것이었던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한편, 담당 기자는 자료 요청과 내용 확인차 공문에 있는 전화번호 (02)774-2963으로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였으나 ‘없는 번호’였고, ktma@naver.com으로 메일을 보냈으나 수신자가 없는 정체불명 이메일 주소라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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