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2 (일)
- 기능인의 악기제작, 예능인의 악보제정에 국운을 걸자 -
본지고문 하 정 효
인생(人生)과 음악(音樂)은 남이 아니다. 인생은 자연(自然)에서, 음악은 신체(身體)에서 나온다. 자연과 신체를 등장시키는 곳이 무대(舞臺)요, 인생과 음악을 모시는 자리가 객석(客席)이다. 무대에서는 음악을 연희하고, 객석에서는 인생을 회복한다.
그런데 과연 무대의 음악이 객석의 인생을 회복시키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음악의 과제이다. 음악은 자연과 인간, 인생은 생사와 신체를 내용으로 한다. 자연의 생사, 인간의 신체는 음악의 실체이다. 그래서 무대와 객석은 무료가 될 수 없고 극장과 관람은 만사를 제쳐놓고 가야 하는 것이다. 극장보다 신성한 곳은 없다.
그러나 사정이 다르다. 무대에서는 연희 자들이 온몸을 다해 숨 막히는 공연을 하고 있는데도 객석에서는 단지 귀와 눈! 두 곳만 뜨고 있을 뿐이다. 감동(感動)은 그 뒤에서 졸고 있다. 박수는 쳐 달라 해야 치고, 환호는 시범을 보여야 용기를 낸다. 잠자는 “객석의 감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핵심이다.
그런데 음악 측에서 시인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시대가 음악보다 더 빨리 또 앞서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굳이 전자음악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아니 할 말로 앞으로 AI음악시대도 오지 않겠는가. 갈수록 뒤처지는 음악의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음악에 있어, 길은 악보(樂譜)요, 틀은 악기(樂器)인데, 놀랍게도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악보는 자연과 인생의 대리자요, 악기는 생사와 신체의 대변인인데, 이들의 대리 대변노릇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악기는 공장에서, 악보는 작가에서 출산되고, 그 기술과 학술은 과거전통의 길과 틀 안에서만 제작하라니 문제이다. 그러니 과거의 길과 틀에 매인 공장악기 수제악보에서 어찌 미래음악이 나오고, 나아가 무초유자(無超有自)의 자연과 신사물인(神事物人)의 인생, 전현래생(前現來生)의 생사와 영정자신(靈精自身)의 신체가 가진 음악을 만들 수 있겠는가.
아무리 천재기능 수재예능이 있다한들, 중국의 “궁상각치우”나 이태리의 “도레미파솔라시”에 갇힌 기예로써 어찌 “계천강하호해양(溪川江河湖海洋)”의 흐름과 “천지생령세심체(天地生靈世心體)”의 돌굼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악기제작자나 악보제정자가 아무리 자연과 생사, 인생과 신체의 원천음악을 발굴코자 한들 이미 수십 세기를 두고 법제화, 굳어버린 음계 등을 갖고 어떻게 벗어난 짓을 하겠는가.
갖가지의 관현타악(管絃打樂)도 내 몸 하나로 하는 것이라지만, 몸에는 악기도 악보도 없는 것같이 여긴다. 그러나 몸에는 머리 슴배(가슴 밥배) 어엉(어깨 엉치) 손발이 있고, 이들 4대 체부마다 9개의 체형이 있어, 합36부를 가진 신체가 저마다 악기 악보의 체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몸이라. 이들 체부를 개척, 이를 자연 인생과 연계, 음악화한다면, 몸짓 입소리로만 하고 있는 오늘의 음악에 비하면 상대가 되겠는가. 이제 음악의 대 장정을 열어야 한다.
과거의 조상 민족 강토 조국, 주권 국민 영토 국가시대의 전통위에서 미래의 우주 인류 지구 세계, 대계 생명 만물 현실 나아가 미래 대통의 음악시대를 열어야 한다. 시대는 이미 그리로 가고 있다. 이제 기능인에게 미래악기를, 예능인에게 대통악보를 맡기자.
아무리 양질의 악기에 기발한 악보가 만든 음악이라도, 써보고 불러보면 지난 세월 주기마다 나왔던 그 악기에 그 소릴까 두렵다. 음악의 가치는 경제보다 크다. 제 자리 걸음 때문에 한국음악의 세계선도를 놓치지 말자. 한국의 과거 전통에서 세계의 미래 대통으로 나아가자. 전통의 대통을 위해 기능인의 악기제작, 예능인의 악보제정에 국운을 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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