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3 (월)
국중성/익산 향토사학자
우리가 불러온 ‘아리랑’의 뜻이 무엇인지 그 근원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학자들로 하여금 많은 연구가 있어 왔으나 아직까지 정설이라는 결론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발생설에 대한 제설의 몇 가지 예를 보면 대략 여섯 가지가 있다. 이외에도 관련설이 많으나 생략하고 필자도 여기에 제시하는 의견 또한 하나 더 보탠다는 의미라 하겠다.
우리 민족이 오래 전부터 불러온 아리랑은 단순한 민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이토록 오랫동안 전 민족 구성원이 불러왔겠는가? 필자는 이에 대해 격암유록 갑을가 중 아리령(아리랑) 기록을 주목하여 왔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아리랑은 ‘후천개벽 천기도가(後天開闢 天機道歌)’이다.
이를 풀이하면 아리랑고개는 ‘아리령’(亞里嶺)이며 ‘아리(亞里)’는 십승의 마을이나 궁을촌으로 가는 고개(嶺)다. 십승촌(十勝村)은 다른 표현으로 ‘천파(千坡) 즉 하늘고개’이다. 그 고개 위에는 정거장이 있는데, 넘어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를 전제로 아리랑 대표사설을 풀이하면 이렇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는 아리(亞里)’로, ‘버금 아(亞)’자에 담긴 십(十)의 형상 그대로 ‘마을 리(里)’는 십승촌=궁을촌=신선 세계를 뜻한다. 곧 아리랑고개 (亞里嶺)는 모든 사람들이 예부터 그렇게 고대하던 극락의 신선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넘어야만 하는 고개(위험한 고비)인 것이다. 바로 하늘 고개(天坡)이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사랑이라는 우주 원리를 저버린 자를 말한다. 사랑을 망각하고 그 영혼이 저급하게 타락한 사람들을 말하며, 십리(십승촌)도 못 가고 발병난다(멸망한다)는 것이다.
이러함에서 아리랑은 천기를 감춘 노래로서 민족의 노래가 되었다. 본래 천손(天孫) 민족이요 신선족이던 한민족의 집단무의식에서 발현한 노래이다. 먼 고대의 도인(道人)들이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부르기 시작한 노래인 것이다. 이를 입증한 하나의 단서가 ‘격암유록(格菴遺錄)’ 갑을가(甲乙歌)에 7언의 아리령(아리랑)을 담아 둔 것으로 본다. 격암유록은 시대적 변화에 묻혀있는 우리 고유한 정신문화를 담은 기록으로 ‘아(亞)’를 주목하였다. 이는 하도(하도)에서 나온 것으로 우리 선현들의 정신문화 요체로소 조선시대 학문적 이념이 되었다. 퇴계 이이선생의 이기론(理氣論) 형성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에 필자는 아리령 대목에 대한 다양한 풀이를 정리하고자 한다.
甲乙歌 아리령(1)
亞裡嶺有停車場 苦待苦待多情任
아리령유정거장 고대고대다정임
亞亞裡嶺何何嶺 極難極難去難嶺
아아리령하하령 극난극난거난령
亞裡亞裡亞裡嶺 亞裡嶺閣停車場
아리아리아리령 아리령각정거장
험난한 산에 수레가 머무는 곳
괴로움이 많으나 뜻에 맡기고
험난해 오르기 힘든 산
어려움을 겪으며 가는 산
아주 험난하고 험난한 산
험난한 산위 수레 머문 곳
甲乙歌 아리령(2)
亞裡嶺有停車場(아리령유정거장) 苦待苦待多情任(고대고대다정임)
亞亞裡嶺何何嶺(아아리령하하령) 極難極難去難嶺(극난극난거난령)
亞裡亞裡亞裡嶺(아리아리아리령) 亞裡嶺閣停車場(아리령각정거장)
아리령에 정거장이 있네
몹시 고대 고대하던 다정한 님
아아리령은 무슨 고개인가
고되고 넘기 어려운 고개일세
아리아리 아리고개
아리령누각이 정거장이로다
甲乙歌 아리령(3)
亞裡嶺有停車場 苦待苦待多情任
아리령유정거장 고대고대다정임
亞亞裡嶺何何嶺 極難極難去難嶺
아아리령하하령 극난극난거난령
亞裡亞裡亞裡嶺 亞裡嶺閣停車場
아리아리아리령 아리령각정거장
乙矢口耶所望所望 人間生死甲乙耶 生死決定龍蛇知
을시구야소망소망 인간생사갑을야 생사결정용사지
아리랑 고개 위에 정차장이 있다
고대하던 다정한 임 부르며
아리랑 고개는 어떤 고개인가
고개 넘어가기 어려운 고개로다
아리 아리 아리랑고개
아리랑고개 전각에 정거장있네
을시구야 아리랑고개 넘기가 소망이로다
인간의 살고 죽음이 갑을 새 질서다
생사가 용과 뱀의 해 결정됨을 알지어라
甲乙歌 아리령(2)는 아리랑 박사 제1호인 박민일 교수(강원대)의 학위논문에서의 해석이다. 甲乙歌 아리령(3)은 4행에 ‘乙矢口耶~ ’를 첨가했다. 3편 모두 같으면서도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모두 ‘亞’를 주목하고 강조한 사실이다. 이는 필자의 소견이기도 하다. 이를 기본으로 격암유록과 아리랑에 대한 맺음말을 하고자 한다.
아리랑의 ‘아(亞)’는 역(易)의 구도(構圖)에서 나왔으며 그 의미는 천체 우주관적인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원리가 담겨있다. 그 뜻이 아리령(亞裏嶺) 이었다.
‘하도’가 중국 땅에서 건너온 낮선 학문이었으나 우리대로의 생활풍토에서 여과의 세월을 거쳐 우리 모습으로 나타난 ‘亞’자 속의 ‘十’자의 과정은 저 멀리 원시 선민적부터 고난의 고개와 고개를 넘고 넘어 이어져온 행로가 한반도에 이르러 아리령(亞裏嶺)의 고개를 넘어 아리랑으로 승화되었던 것이다.
*이 글은 2020년 12월 ‘익산향토문화’에 수록한 논고를 중심으로 새로 작성한 글이다. 그리고 김득황 ‘한국사상사’, 조남현 외 ‘조정래 아리랑연구’ 등을 참고하였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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