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1 (토)
멍석 위에서
민속극에 뜻을 둔 이래 가장 절실했던 것은 둔한 몸을 가지고 직접 춤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들 생활의 분신의 하나인 전통 민속극과 좀처럼 사귀어지지 않았던 불행스런 이유가 내편에 있음은 내자신이 그 앞에 자칫 생소한 손님으로 때로는 우리극 자체가 엉뚱하고 별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게 했던 흥분한 나의 눈에 기인되었기 때문이다.
춤이 꼭 그렇게 만들어져야 했던 사회적 여건 시대상을 비롯한 절실한 생활의식들을 담고있는 우리 무소(舞 素) 속에는 우리의 모든 역사의 분자들이 집약되어 있기도 한 것이다.
대다수 서민들의 생활감정을 밑바탕으로 가장 빨리 흡수하고 가장 빨리 내어 뱉으면서도 자기것을 익혀 만들 어간 몸짓이 바로 디딤과 벌림의 '덧뵈기춤'이라고 본다. 몸 마디마디의 멋(神)을 감고 또는 모으고 또는 꺾고 매쳐서 베긴것을 풀어 내거나 뿌리면서 중심을 잃은 듯한 춤짓들이 여유있게 디뎌가며 벌려나가는 것이 그 특징이 아닌가.
몇 평 안되는 마당에서 좁은 논두렁길 언덕바지에서. 꼬불꼬불 산길 따라 논뚝따라 애환과 갈등들을 질라서 보릿대춤으로 달래며 짓이겨가면서 숨차게 염원했던 우리 조상들의 흔적이 그 속에 엉켜있는 것이다. 춤을 익혀주신 네 분의 연로한 스승들을 한자리에 모시고 그분들의 숙련된 춤사위와 서투른 자신의 모습을 보 여드리며 지극히 지루하나마 조잡히 깨여져가는 어설픈 현대화에 탈춤의 정직한 자료로서 내놓은 것이다.(김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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