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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산융마'와' 평양 기생 모란'> 하응백의 재미있는 국악사설 이야기 5

2013-04-19 16:15:22, Hit : 2557
      http://kukak21.com

[하응백의 재미있는 국악사설 이야기]

                      
                                       5.<관산융마>와 평양 기생 모란

서도 시창(詩唱)으로 부르는 <관산융마>는 조선 영조 때의 문인 석북 신광수(石北 申光洙, 1713-1775)가 과거 때 시험 답안지로 제출한 시이다. 모두 44구의 칠언(七言)으로 되어 있다. 원제목은 <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嘆關山戎馬: 악양루에 올라 관산의 전쟁을 탄식함)>이었고 1746년(영조22년) 가을 한성시(漢城試)에 응시하여 2등에 오른 작품이다. 이 시는
당나라 시대의 시인 두보(杜甫)가 만년에 천하를 유랑하다가 악주(岳州)의 악양루에 올라 안녹산의 난으로 어지러워진 세상을 한탄하며 지은 오언율시인 <등악양루(登岳陽樓)>와 시인 두보의 유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신광수는 과거에 응시하여 2등이 되었지만 벼슬길에 오르지는 못하고 팔도를 떠돌며 시를 짓고 풍류를 즐기게 된다. 신광수는 과거를 치르고 4, 5년이 지난 30대 후반 평양에 유람삼아 놀러 갔다. 그때 평양의 유명한 소리기생인 모란을 만난다. 평양은 뱃놀이가 예로부터 유명했던 곳. 달밤에 신광수와 모란은 술을 배에 싣고 뱃놀이를 하는데 이때 모란이 신광수의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불렀다. 자신이 지은 시를 가사로 하여 노래를 부르다니. 신광수는 감격하지 않
을 수 없었다. 당대의 시인과 당대의 명창이 만나 불꽃이 튀었던 것이다. 그 장면을 후에 신광수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내가 일찍이 평양에서 놀 때 매양 모란과 함께 경치좋은 누각이나 멋진 배를 타고 등잔불 앞과 달 아래에 있었다. 모란이 문득 <관산융마>를 노래하면 그 목소리가 지나가는 구름도 멈추게 하는 것 같았다.

이 기록을 보면 신광수와 모란은‘ 매양’ 늘 함께 붙어 있었다는 것이며 연광정 같은 누각이나 배에서 소리를 듣고 놀았다는 것이다. 모란이 노래를 얼마나 잘 불렀으면 지나가는 구름이 멈추는 것같이 느꼈을까. 모란이 노래를 잘 부르기도 했지만 신광수의 감정이 더 고조되어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신광수는 평양을 떠났고 세월은 흘러 25년이 지나갔다. 신광수는 가난뱅이 시인으로 전국을 떠돌다가 60줄이 넘어 영조의 부름을 받아 승정원 관리가 되었다. 요즘 말로 하면 청와대 비서실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이때 평양 기생 모란이 서울로 올라왔
다. 공연을 하러 온 것이다. 그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수많은 장안의 한량들이 모여들어 그녀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때의 장면을 신광수는 시로 남기고 있다.

평양기생 모란이 이원에서 소리함을 듣고 붙임

명기 모란이 머리 희어 소리하러 서울에 왔네
그 노래 솜씨 만인을 놀라게 한다네
평양 연광정 위에서 듣던 관산융마

오늘밤 다시 들을 수 있을까

청류벽 아래 모란배 타고
노래 소리 듣고 놀기를 몇 번이나 하였던고
서울 장안 오늘밤도
그때 가을 대동강 밤같이 소슬하다

이원은 남으로 광통교에 접하고
지척에 아름다운 여인의 치마, 하지만 신선은 멀다
들으니 그대 고운 노래 소리 여전히 좋은데
아름답던 홍안에는 주름이 잡혔네

2연의‘ 모란배’를 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들이연인 관계임을 암시하는 말일 수도 있다. 여하간에 모란은 머리가 희어 서울에서 옛날의 연인 앞에서 노래를 했다. 그렇다면 모란은 서울에 왜 왔을까. 당시의 여러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평양 기생이 서울에 와서 노래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혹 그제서야 벼슬길에 올라 힘이 좀 생긴 신광수가 마련한 자리가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옛 연인과의 해후와 그 소리와의 해후를 위해 신광수가 애써 마련한 자리였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해서 신광수는 젊은 날 모란에게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관산융마>에는 그들의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문학평론가)

-하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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