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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헌의 고서이야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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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헌의 고서이야기 30

  • 특집부
  • 등록 2021.03.31 07:30
  • 조회수 2,146

도서목록에서 인터넷까지

 

                박대헌  고서점 호산방 주인, 완주 책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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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0] 호산방도서목록 제15호(1994)

 

호산방에서는 1988년 1월부터 호산방도서목록을 발행하기 시작했다이것은 이를테면 판매가격을 문서화하여 공개한 것이다나는 그 첫 호에서, "고서의 공정한 평가를 꾀함은 물론고서가격을 공개 전시하여 고서의 유통을 활성화하고 학자 및 수집가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도서목록을 간행하게 됐음을 밝혔다이 목록은 멀리 보아서는 훌륭한 학문적 자료가 될 수 있고가까이는 호산방의 판촉활동이기도 했다.(* 사진 80~82)

 

도서목록에는 보통 도서명·저자·출판사·출판연도·가격과 함께 간략한 서지사항 등의 정보가 수록된다. 물론 이 모든 사항은, 내가 고서를 직접 확인하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어떤 도서목록보다도 정확한 정보를 보장한다. 따라서 그 자체만으로도 연구자와 고객에 대한 훌륭한 서비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호산방도서목록을 전산으로 정리했다. 여기에는 언제 누구한테 얼마에 구입하여 어디로 판매되었다는 정보가 모두 수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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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1] 호산방도서목록 제16호(1995)

 

이러한 운영 방식은 당시로서는 혁명과도 같았다정찰제를 실시하면서 도서목록이 발행되자 일부 수집가와 고서점 주인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어떤 수집가는 고서의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눈치였고특히 흥정의 여지가 없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일부 고서점 주인들은 호산방의 고서 가격을 터무니없이 비싼 것으로 소문내기도 했다그러나 한편으로 호산방도서목록은 이들 모두에게 매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다수집가들은 자신들이 소장한 책들에 대한 평가가 격상된 것에 내심 흡족해 했고다른 고서점들에서는 호산방의 책값을 기준으로 하여 적당한 선에서 판매하니 매우 현실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또 이제 막 고서 수집에 발을 들여놓은 수집가는 나름대로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오히려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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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2] 호산방통신 제19~20호(2007)

 

나는 호산방도서목록을 발행한 후 곧이어 고서 경매전을 개최했다아직도 대부분의 장서가들은 책을 판다는 행위를 썩 떳떳하지 못한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경매전은 그같은 부담을 자연스레 덜어 준다그후 호산방을 영월로 옮기기까지 호산방도서목록을 18호까지 발행했으며고서 경매전도 여러 차례 개최했다.

 

1999년에는 영월책박물관 설립과 함께 호산방도 영월로 옮겼다. 그리고 8, 호산방은 그 동안 박물관 사업에 밀려 명맥만 이어 왔다. 그러던 20069, 호산방을 서울 프레스센터로 이전했다. 박물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의지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 때였다. 그래서 호산방 사업을 서울에서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사진 83)

 

20075, 파주출판도시 호텔 지지향 이층에 호산방을 하나 더 오픈했다.(*사진 84~85) 이와 때를 같이하여 호산방도서목록호산방통신이라 제호를 바꿔 근 10년 만에 제19호를 발행하면서 새로운 사업체제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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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2] 호산방통신 제19~20호(2007)

 

그러나 그간의 고서점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서 수집가도 상당수가 바뀌었고고서점의 운영 방식에도 인터넷 온라인 서점으로 그 중심축이 옮겨 가고 있었다

 


 

온라인 서점으로 말하면 호산방이 그 원조다호산방도서목록을 발행하면서부터 이들을 전산관리하기 시작했으니 벌써 20년이 되었다그러나 지금까지 영월에서 운영하던 방식으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우선 호산방 사이트를 개편하여 새로운 변화를 꾀하기로 했다이에 앞서 인터넷 고서점의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온라인 판매의 구조적 특성은 고객과의 의사소통이 거의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다대부분 상품 사진과 설명에 의존하여 판매가 이루어진다대금 결제에 따른 고객의 불안한 마음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결국 이 모든 문제는 고서를 보는 정확한 안목과 이를 바탕으로 한 성실함으로 풀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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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83] 프레스센터 호산방(2006)

 

따라서 나는 사진과 상품 설명에 보다 사실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적어도 물건에 대한 의문점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따라서 가능하면 많은 사진과 함께 정확한 설명을 곁들이도록 노력하고 있다특히 상태와 관련한 시비를 없애기 위해 흠이 있는 부분을 상세한 사진으로 보여 주면서상태에 따라 매긴 등급을 별도로 알려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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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84] 파주출판단지 호텔 지지향 호산방(2007)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2007년 여름, 미국의 세계적인 경매 사이트에 호산방 사이트를 개설했다. 동시에 기존의 사이트를 전면 개편하여 20081월에 새롭게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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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85] 파주출판단지 호텔 지지향 호산방(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