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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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서예로 읽는 우리 음악사설 29

간밤의 부던 바람에 눈서리 치단말가

  • 특집부
  • 등록 2021.03.24 07:30
  • 조회수 9,915
이종선-285288..jpg
유벽량선생의 시를 쓰다. 한얼 이종선 (2021, 선지에 먹, 17.8×60.5cm)

  

간밤의 부던 바람에 눈서리 치단말가

낙락장송이 다 기우러 가노매라

하믈며 못 다 픤 곳이야 닐러 무슴 하리오


 

지난 밤 불던 바람에 눈서리가 휘몰아치는구나.

커다란 소나무들이 다 기울어 가는구나.

하물며 아직 피지도 못한 꽃이야 말해 무엇 하리.

 

유응부兪應孚는 조선초의 무신으로 사육신의 한 사람호 벽량碧梁

이 시는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에서

우국충신들을 핍박하는 정황을 자연현상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1453(단종1수양은 계유정변을 일으켜

단종의 원로대신인 김종서황보인 등 중신들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는다.

바람과 눈서리는 계유정변과 수양의 포악함을,

낙락장송은 김종서황보인 등의 중신을,

못다핀 꽃은 젊은 유생들을 나타내고 있다.

정변에서 희생되는 관료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운 심사를 노래했다.

 

광기어린 급변하는 세태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국충절의 비장함을 들여다보며 숙연한 심정으로 썼다.

 

 

 

작가

이종선(李鍾宣)은 한얼과 醉月堂 등을 호로 쓰고 있다.

한국서학회 이사장성신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 초빙교수와

한국서총 총간사를 지냈고,

지금은 경희대 교육대학원 초빙교수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강사,

중국난정서회 서울연구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