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아리랑칼럼] (27) ‘2005’의 아리랑전국 아리랑 전승실태 조사보고서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리랑칼럼] (27)
‘2005’의 아리랑<1>
전국 아리랑 전승실태 조사보고서

기찬숙/아리랑학회 연구이사

  • 특집부
  • 등록 2021.03.06 22:00
  • 조회수 55,754

2005년 벽두부터 아리랑이 화제에 올랐다. 1월 국악신문은 AP통신을 인용하여 아리랑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로 선정되었다는 내용을 전파시켰고, 4월에는 중국동포 음악인 안계련 선생과 김봉관 선생이 "중국 중앙정부가 아리랑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아마도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 등재를 하려는 것인지도 모르니 서두르라는 제안을 한 것도 이 해였다. 이와 함께 의미를 두어야 하는 아리랑 관련 사항은 문화재청이 전국대상 실태조사 보고서를 낸 사실이다. 제도권에서, 그것도 전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학계와 제도권 일각에서는 정선아리랑이 원형이고, 이를 강원도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했는데 더 할게 있겠는가?’라는 인식 정도였다.

 

이런 어간에 문화재청이 전국을 대상으로 아리랑 전승실태조사를 한 것은 의외였다. 따진다면 이 시기 아리랑의 소관 부처는 문화부이고 담당 부서는 전통문화예술과였다. 아리랑이 문화재로 지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재청 소관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화재청이 이런 대대적인 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의미와 함께 문화재청 조사치고는 무성의 하고 허술하기도 하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해야 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졸속(拙速)조사였던 것인데, 여기에는 이면(裏面)이 있었던 것이다.

 

2005년 문화재청 발간 전국 아리랑 전승실태 조사보고서는 단적으로 졸속임을 보여준다. 조사 취지나 기본 지침조차 없는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이런 억지춘향격인 조사가 이뤄진 배경에는 당시 정치의 힘이 작용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예 의미가 없는 조사였고, 필요 없는 보고서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럴만한 이유, 꼭 짚어 말하면 전문 민간단체의 건의나 요청보다는 정치권이 문화재청을 움직인 결과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그 진상은 다음과 같다.

 

20210306_200211502.jpg
전국 아리랑 전승실태 조사보고서 (사진=국악신문 소장본)

 

2004년 중반, ()한민족아리랑연합회는 문광부, 문화재청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아리랑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필요성이란 정책 건의서를 제출했다. 이 건의서는 전국 27개 지회 회원과 일부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의견 수렴 결과의 반영이었다. 새로운 세기는 문화의 세기로 우리문화의 세계화가 화두였고, 그 과정에 아리랑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게 분출된 시기였다. 그 중에는 아리랑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비등했다

 

자발적으로 전승단체를 설립하여 활동해 온 전국 지역 아리랑 전승자들은 아리랑이 다른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으면서 무시를 당하고 있다고 인식했다. 그래서 아리랑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반대하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예컨대 "애국가가 중요하지 않아 국가 지정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듯이 아리랑도 다른 장르보다 못해서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상의 위상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정함으로 해서 오히려 그 위상을 한정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이다.

 

어떻든 2004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지정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지정 문제까지 건의한 민간단체의 건의서는 정부와 국회 문화관광위에 보낸 건의서 중 반응을 보인 것은 문화관광위 열린우리당 김재홍의원이었다. 이에 김의원실에서는 건의서를 정책보고서로 재구성하여 정책자료로 발간하였다. 동시에 언론을 통해 "아리랑은 민족의 문화로서 우리가 자랑할 만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국가에서 지정하는 중요무형문화재로서의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고 유네스코를 통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문화재청에도 같은 취지를 전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당해년도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으로 질의 하여 공감을 얻어냈다. 그 결과로 문화재청이 2005년에 들어서 공식적 전국대상 아리랑 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

 

2005아리랑 종합 전승실태 조사보고서가 발간되었다. 목차 상에서 보면 서울경기, 강원지역, 충청지역, 전라지역, 경상지역, 제주지역까지 6개 권역으로 나누어 조사했다. 이상의 보고 내용을 순서대로 정리하여 최초의 아리랑 실태가 어떠했는지를 살피기로 한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