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1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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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흙의 소리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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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흙의 소리 25

흙의 소리

 

 

이동희

소명<5>

그리고 여러 제사에 대하여 계속 말하였다.

원단圓壇 적전耤田 선잠先蠶 등의 제사는 지금 조정에서는 모두 태주를 사용하는 음악으로 되어 있다. 태주는 지신에 제사 지내는 음악이므로 사직에 이를 쓰는데 원단은 하늘에 빌며 고하는 제사이니 같은 것을 쓰는 것은 미안할 듯하다. 선농先農과 선잠도 선대의 인귀人鬼이니 사직에 제사 지내는 음악을 사용하는 것은 적당하지 못하다. 또 삼제三祭 안에서 당상과 당하에 순전히 태주의 양성만 사용하게 되니 어찌 그것이 마땅한가. 삼제의 음악도 정세하고 당연함을 보지 못하겠다.

산천단山川壇의 음악은 주나라 제도의 유빈을 연주하고 함종을 노래하는 것이 바른 것이다. 지금은 전폐로부터 변두를 철거하기까지 당상과 당하에 모두 대려를 사용하고 있지만 대려는 황종에 합하는 것이요 본래는 천신을 제사하는 데에 사용하였으므로 풍운뇌우의 신에게는 마땅하겠지만 산천에는 전혀 그렇지 못한데 하물며 한 가지 율만 사용하게 되니 심히 못마땅하다. 또 풍운뇌우는 예전 제도에도 천신을 제사하되 산천과 위를 같이 하여 제사지내지 않았는데 지금은 한 단에서 제사를 지내니 그 적당함을 보지 못하겠다. 이것은 산천단의 음악이 합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신을 맞이하는 음악은 신을 섬기는 가장 큰 절목節目이다. 석전과 영신迎神대성악보를 근거하였지만 그 밖의 제향은 모두 근거함이 없다. 봉상악장에도 영신의 절목이 기재되지 않았으며 종묘에는 의범염중儀範簾中에 영신의 절차가 있는데 황종은 구성九聲뿐이다라고 말하였으되 그 구변九變의 법은 말하지 않았으니 이것도 옳지 못하다. 이와 같이 본다면 아악의 사용이 소략하여 자세하지 못한 편이다. 또 대소 사향祀享에 모두 양율만 사용하니 중성이 갖추어지지 못하여 노래와 주악이 적당함을 잃었다. 성음에 감통하는 이치가 있다면 사시의 제사에 순전히 양율만 쓰고서도 어찌 감소感召하는 생각이 없다 하겠는가.

구변은 아홉 곡이 끝남을 이르기도 하고, 종묘 제례의 강신악降神樂에는 희문熙文을 아홉 번 되풀이 연주하고 문묘 제례의 영신악迎神樂에는 황종궁을 세 번 남려궁 두 번 이칙궁 두 번 모두 네 곡을 아홉 번 연주하는데 그런 규칙을 말한다. 감소는 인간의 생각이 하늘을 감응시켜 불러오는 결과를 뜻하는 것 같고 희문은 영신 전폐 초헌의 인입장引入章에 연주되는 보태평지악保太平之樂의 첫 곡이다. 설명을 하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어떻든 인입장은 춤을 추는 사람들이 무대로 들어올 때 연주하는 음악이다. 일무佾舞의 무원舞員이 음악에 맞추어 족도足蹈를 추며 입장하고 영신에서는 헌가軒架, 전폐와 초헌에서는 등가登歌에서 음악을 아뢴다. 세종 때 창제된 이 회례악會禮樂의 노랫말이다. 원문은 생략.

조상님 덕이 우리 후손을 열어 주시리/아아 그 모습과 베푸심을 생각하오면 빛이 나나이다/삼가 깨끗한 제사를 올리오니/우리를 편하게 하시옵고 소원 이루게 하소서(영신)

변변치 않은 물건이오나 가히 정을 통하옵기 바라오며/광주리 받들어 이 폐백을 올리나이다/선조께옵서 이를 즐거이 받아들이시면/공경히 예를 드리는 이 마음 편안하겠나이다(전폐)

여러 성군께옵서 빛나는 국운을 여셨으니/찬란한 문화 정치가 창성하도다/언제나 우리는 성한 아름다움을 찬송하오며/이를 노래에 베풀어 부르나이다(초헌 인입장)

제례 아악에 대한 청원을 마저 보자.

옛날에 사문師文이 거문고를 탈 적에, 봄을 당하여 상현商絃을 타면 서늘한 바람이 뒤따라 이르고 여름을 당하여 우현羽絃을 타면 눈과 서리가 번갈아 내리고 가을을 당하여 각현角絃을 치면 따뜻한 바람이 천천히 돌고 겨울을 당하여 치현徵絃을 타면 햇빛이 뜨거웠으며 궁을 주로 하여 사성四聲을 총합하면 상서로운 바람과 구름이 잠시 동안 모였다 하였으니 오성五聲의 감소로 그렇게 된 것이다. 지금의 공인工人은 사문과 같은 묘수가 있지 않으니 감응하는 효과를 비길 수가 없다. 이제 사람마다 모두 그렇게 하여 날이 오래도록 쌓이면 기운이 어긋나서 화기를 상하게 할지도 모르는데 하물며 임금의 마음에 신을 공경하는 예에도 흠점이 있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니 더욱 염려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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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신문] 이무성 화백의 작화 : [연재소설] 흙의 소리 25

 

 

그리고 박연은 더욱 솔직하게 말하였다.

가난한 서생이 입 속으로 항상 머뭇머뭇하며 주저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지금 성상의 은혜를 입고서 봉상 판관으로 관등을 뛰어 임명되어 악학을 찬집하는 임무를 겸임하였으니 천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알아낸 어리석은 소견으로 어찌 감히 끝내 말이 없이 잠잠히 있겠는가. 또 지금 편집하는 악서는 아가 제일 먼저 있으나 조리가 완전하지 못함이 이와 같으니 만약 다시 새로이 편집하지 않고 구례를 그대로 둔다면, 기록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을 기다리는 것만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주청하였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망령되이 말씀드리건대박연은 그렇게 전제하였지만 더욱 강도 있게 의지를 말하였다. 주관周官의 제도가 서책에 기재되어 있으니 근본을 상고하여 조목 조목 밝히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만일 그렇게 못한다면 중국에 청하여 묻고 이를 시행할 것이다.

"삼가 바라옵건대 성상께서 결재하시어 영전令典을 새롭게 하신다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이 청원은 바로 예조에 내리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