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정창관/한국고음반연구회 부회장
전통음악에서 가장 꽃을 피운 분야를 꼽는다면 산조와 판소리이다. 산조는 가야금산조를 시작으로 독주로서의 허튼가락이 명인들에 의해 류파가 만들어졌고 악기마다 활발한 연구와 함께 현재 계승·발전되고 있다. 아쟁산조는 다른 악기보다 늦게 생겼으나 산조아쟁으로의 악기 개량을 통해 장르와 기능이 확대되어 왔다. 철아쟁은 아쟁에 철 줄을 얹은 개량악기로 가야금과 아쟁의 주법이나 음악 어법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으나 그 계승이나 완성도에 있어서는 아직 미진한 실정이다.
이 음반은 ‘다스름-진양-중모리-중중모리-봉등채-엇모리-자진모리-동살풀이·휘모리’로 이어지는 철아쟁산조이다. 철아쟁이지만 활대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뜯고 튕기는 주법으로 연주하는 산조이다. 음반 명은 <윤윤석제 신현식류 철아쟁산조>이다. 이는 일찍이 천재적인 음악성을 인정받았던 스승 윤윤석의 가락들을 계승하고 자신의 기량과 예술세계를 담아 새로운 류파를 탄생시킨 것이다. 윤윤석 명인이 남긴 철아쟁산조는 18여분이다. 명인은 철아쟁으로 즉흥연주를 많이 했으나 음반이나 음원 등 공식적인 자료가 귀한 편이다. 다행히 연주자가 소장하고 있는 레슨 녹음자료에 즉흥연주들이 남아 있어 그 자료를 토대로 가락들을 정리하고 또 연주자가 자기 가락을 덧붙여 40여분의 철아쟁 긴산조를 완성한 것이다.
연주자 신현식은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 신상철(전 전남도립국악단 상임지휘자)과 어머니 선영숙(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제47호 김병호류 가야금산조 예능보유자)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전통예술을 접하며 자랐다. 부친에게 아쟁산조를 배우고 중.고교시절에 윤윤석 명인을 사사하였다. 199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1기로 입학하였다. 대아쟁과 소아쟁을 함께 놓고 연주하는 등 아쟁의 영역과 한계를 뛰어넘고 음악적 역량을 확장해 가는 역할을 해 왔으며 ‘앙상블시나위’의 리더로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예술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윤석 명인의 가락에 더하여 유려한 선율과 날카롭고 섬세한 테크닉으로 구성된 이 철아쟁산조는 스승의 음악세계를 이어받은 연주자의 예술성과 음악성을 가늠할 수 있다. 귀한 철아쟁산조 음반으로 일청을 권한다.
* 관련 음반 : http://www.gugakcd.kr/music_detail.asp?cd_num=CNLR-201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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