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대를 이어가는 밀양북춤 하보경, 하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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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가는 밀양북춤 하보경, 하용부

밀양백중놀이에서 연행되는 북춤
할아버지에서 손자로 이어가는 밀양북춤의 신명
'진도북춤'과 달리 외북채로 치면서 춤을 춘다.

  • 편집부
  • 등록 2019.01.12 22:02
  • 조회수 194,477

 (밀양북춤-하용부.행사:임수정전통춤판_동동(動動). 일시: 20130604, 장소:국립국악원 우면당, 출연:하용부, 원본소장처 : artskoreatv.com)

 

북춤이란 주로 북을 몸에 걸치고 북을 치면서 춤을 추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춤으로 밀양북춤과 진도북춤이 있으며, 각 지역을 대표하여 명인 명무들이 명작무로 추는 북춤 등도 있다. 밀양북춤이 끈을 어깨에 걸어 손으로 북을 잡고 한 손으로 북을 치며 추는 춤이라면 진도북춤은 어깨와 몸에 북을 고정시켜 두 손으로 북채를 들고 추는 춤이다.

밀양백중놀이는 옛날부터 밀양에서 전래되어 오는 갖가지 민속춤인 양반춤, 병신춤, 범부춤, 오북춤 등을 줄거리로 한 머슴놀이의 일종이다. 이는 농촌에서 힘겨운 세 벌 논매기를 끝내고 칠월 백중날을 전후하여 용날[辰日]을 택해 머슴들이 풍년을 비는 뜻으로 농신農神에 대한 고사를 지낸 다음 호미씻이를 할 때 여흥으로 여러 가지 놀이판을 벌여 온 데서 비롯된 놀이이다. 따라서 밀양북춤은 다섯 사람의 춤꾼이 북을 울러 메고 나와 북춤을 추는 오북춤을 말한다. 이 중 수북(설북, 우두머리 북꾼)이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여 독립적으로 보여 주는 외북놀음(외북춤)이 있어 오늘날 홀춤으로서 밀양북춤을 연행하기도 한다.

오북춤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북을 치면서 나와 다섯 사람이 중앙으로 모여 원이 되고 다시 원 선상으로 돌아가면서 북을 친다. 또 북잽이들은 원의 중심부로 들어가 제자리에서 힘차게 북을 한 번 친 다음 빠른 장단으로 다섯 번 북바퀴를 치고 이어서 북 가죽을 다섯 번 치는 등 힘차고 멋있는 북가락이 이어진다. 이렇게 하여 북잽이들은 회무回舞하면서 원 밖으로 돌아오고 여기서 모든 잽이가 장단을 멈춘 가운데 북잽이들만 자진가락으로 흥을 일으킨다. 이것을 북울림이라 하는데 처음에는 북울림을 쳐서 흥을 돋우기도 한다. 북울림을 한 다음 둥글게 돌아가며 북을 힘차게 치고 나서굿거리장단으로 너울거리며 춤을 추고 까치걸음, 걸어나가기 등 갖가지 허튼춤을 춘다. 다시 자진모리장단에 둥글게 돌아가며 원 안으로 향하여 힘차게 가락을 치며, 북울림을 한 다음 뒤풀이로 어울림가락을 치며 신명을 돋우고 덧배기로 돌다가 북울림을 하고 퇴장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이 춤의 대표적인 춤사위는 황산학사위, 도듬새, 오른팔 날개펴기, 두루거리 변형, 자진걸음, 까치걸음, 덧배기사위, 북배김 등이 있으며, 동작 구성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정리해 볼 수 있다.

1.첫 박에 북을 크게 치고 북채 든 팔을 옆으로 들어 올리면서 매 박자마다 걸어 나가는 춤사위.

2.첫 박에 북을 치고 오른발을 들어 주면서 제자리에 정지한 채 오른팔을 머리 위로 돌려 주는 춤사위.

3.매 박자마다 북을 치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도는 춤사위.

4.북채로 북통을 치면서 토끼 뛰듯이 잔발뛰기를 하는 춤사위.

5.다섯 사람이 각기 북을 마주 붙이고 북을 매 박자에 5번 치고서 다시 북바퀴를 5번 친 후 자진가락으로 맺는 춤사위.

6.맺음 다음에 풀어 주는 형태로써, 오른발을 들고 뒤로 물러나오며 북채를 머리 위로 올려 매 박자마다 한번씩 돌리는 춤사위.

복식은 흰 바지저고리를 입는데,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붙이고 머리에 수건을 매며 맨발로 춘다. 장단은 휘모리-자진모리-굿거리-자진모리-휘모리 순으로 다양한 장단을 사용하여 신명을 돋운다. 사용 악기는 주로 타악기들로 꽹과리, 징, 장고, 북, 물장고, 사장고, 나발 등이다. 이 가운데 물장고와 사장고는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적인 악기이다. 물장고는 입구가 넙적한 독에 물을 담고 그 위에 바가지를 엎어 놓고 두 손으로 바가지를 두드려 장단을 맞추는 것이다. 사장고는 장독 뚜껑 두 개를 각각 장고 가죽으로 씌우고 가운데를 나무로 틀을 짜서 간격을 맞춘 것이다. 나발은 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긴 대롱의 끝에 소라고동 같은 쇠판을 벌여 놓은 모양을 한 악기이다.

밀양북춤의 대가인 하보경은 1980년에 밀양백중놀이가 국가무형문화재 제68호로 지정되면서 보유자 인정을 받았으며 오북춤에서는 수북으로 활동하였다. 현재 하보경의 대를 이어 손자인 하용부과 제자인 김상용, 박동영 등이 전승하고 있다.

특징 및 의의

오북춤은 밀양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춤으로,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놀이의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농악에서 추는 대북놀이에 비해 한결 즉흥적이고 어깨놀림이 유연하며 북잽이들이 원형을 이루어 춤을 추되 큰 보폭과 대담한 동작으로 남성적인 춤을 선보이면서, 간간히 북을 어르는 무태는 매우 힘이 있고 멋들어진, 독특한 멋을 자아낸다. 마치 징을 칠 때 큰소리를 내면서 파동으로 여음을 남기듯 북춤도 첫 박에 힘을 모아 튕기듯이 그 힘이 파동을 그리면서 풀어 나가는 형태라 할 수 있다.

오북춤의 의미는 오행五行과 오기五氣가 순조롭고, 오체五體가 경건하며 오곡五穀이 풍성해 오복五福을 누릴 수 있도록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행은 음양학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원기元氣를 뜻하는 것으로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를 의미한다. 오기는 다섯 가지하늘의 기운을 뜻하는 것으로 비오고, 볕 나고, 춥고, 덥고, 바람이 부는 것을 의미한다. 오체는 사람의 온몸을 의미하며 오곡은 다섯 가지 곡식으로 쌀, 보리, 조, 콩, 기장을 의미한다. 오복은 다섯 가지 복을 뜻하는 것으로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어진 덕을닦는 것), 고종명考終命(천명을 다 살고 죽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오북춤에서 오五의 의미는 전통적인 민간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어원의 본질적인 원형은 풍작을 기원하는 신앙적 제의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오북춤은 휘모리장단, 굿거리장단, 자진모리장단등 세 가지 장단으로 구성되는데 춤은 엇박이 없이 철저하게 장단박자에 일치한다. 모든 춤동작이 다 크다는 점과 오른손과 오른발, 왼손과 왼발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특이하다. 어느 지점으로 한 발을 던져 동작을 맺고 제자리에서 양손으로 어깨춤을 추며 어르다가 그것을 풀어 가는 배김사위 형태가 주된 춤사위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밀양북춤은, 양반들에 대한 서민들의 애환을 풍자와 익살을 부려 시름을 달래고 갖가지 개성있는 춤으로 밀양백중놀이에서 행하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즉흥성과 신명이 가장 잘 어우러진 춤이다.

참고문헌

무형문화재지정조사보고서 제138호 밀양백중놀이(정병호·박진주,중요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16,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1980), 밀양백중놀이의 춤사위(강혜숙, 한국민속학16, 한국민속학회, 1983), 부산·경남 향토무용총론(김온경, 한국평론, 1991), 한국민속무용연구(김온경, 형설출판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