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京畿民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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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京畿民謠)

1975년 7월 12일,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지정
서울·경기 지방에 전승되어 오는 민요

  • 편집부
  • 등록 2021.01.11 01:20
  • 조회수 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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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옥(李瓊玉, 예명 묵계월)·이윤란(李潤蘭, 예명 이은주)·안복식 (예명 안비취) 명인

 

1975년 중요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로 지정되었으며, 당시 이경옥(李瓊玉, 예명 묵계월)·이윤란(李潤蘭, 예명 이은주)·안복식 (예명 안비취) 명인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다. 2020년 현재 보유자는 이춘희(李春羲)이다.

 

경기잡가는 서울 문(門) 안과 근교의 장인, 밭장이, 한량(閑良) 출신 소리꾼들에 의하여 전승 발전되어 왔다. 특히 서울 만리재에서 청파(靑坡)에 이르는 일대의 소리꾼들이 잡가를 잘하였다 한다. 이들은 겨울에 파를 기르는 움집을 크게 만들었는데, 그 안에 소리방(房)을 꾸미고 여기에 둘러앉아 장고 장단에 맞추어 소리를 하였다.

잡가(雜歌)란 가곡(歌曲)이나 가사(歌詞)와 같은 정가(正歌)에 상대되는 속가(俗歌)라는 뜻으로 쓰였으나, 오늘날에는 속가 가운데 약간 긴 통절형식(通節形式)의 좌창(坐唱)을 잡가라 하며, 그 가운데 긴잡가는 느린 장단으로 된 십이잡가(十二雜歌)를 말한다.

 잡가 명창으로는 속칭 추조박(秋曺朴)이라는 조선 말의 3인을 꼽는다. 즉 기교에 뛰어난 추교신(秋敎信), 성대를 잘 타고난 조기준(曺基俊), 잡가로 이름이 높던 박춘경(朴春景)이다. 그 가운데서도 박춘경이 잡가를 많이 짓고 잘 불렀다 한다. 이들의 뒤를 이어 한인호(韓仁浩)·주수봉(朱壽奉)·최경식(崔景植)·박춘재(朴春載)와 같은 명창들이 나왔고, 다음으로는 이창배(李唱培)·김순태(金順泰)·최정식(崔貞植)·이진홍(李眞紅) 등이 활약하였는데 이들의 후배인 안복식(安福植:예명 安翡翠)·이경옥(李瓊玉:예명 墨桂月)·이윤란(李潤蘭:본명 李銀主) 등은 나중에 기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경기잡가에는 가사(歌詞)와 같이 긴 사설(辭說)을 도드리장단이나 세마치장단으로 짠 긴잡가와 사설시조형의 긴 사설을 빠른 장단으로 짠 휘모리잡가가 있다. 긴잡가 가운데 유산가(遊山歌)·적벽가(赤壁歌)·제비가[燕子歌]·소춘향가(小春香歌)·선유가(船遊歌)·집장가(執杖歌)·형장가(刑杖歌)·평양가(平壤歌)·십장가(十杖歌)·출인가(出引歌)·방물가(房物歌)·달거리[月令歌] 등을 십이잡가라 한다. 휘모리잡가의 사설이 사설시조에 보이는 서민적인 해학으로 가득 차 있는데 비하여, 긴잡가의 사설에는 판소리의 한 대목씩을 따서 극적인 장면을 노래하거나 서정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 많고 흔히 통절형식으로 되어 있다.


장단은 주로 굿거리·자진타령·세마치장단 등이 쓰이며, 5음음계의 평조선법(平調旋法)에 장·단 3도 진행이 많다. 민요의 종류로는 노랫가락·창부타령·아리랑·긴아리랑·이별가·청춘가·도라지타령·노들강변·사발가·베틀가·태평가·오봉산타령·오돌독·양류가·방아타령·자진방아타령·사설방아타령·양산도·군밤타령·풍년가·한강수타령·경복궁타령·개성난봉가·사설난봉가·매화타령·늴리리야·는실타령·건드렁타령·도화타령·사철가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은 무가(巫歌)이고, 아리랑·이별가·청춘가·도라지타령·태평가·양류가·늴리리야·군밤타령 등은 발생년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속요(俗謠)에 속한다. 양산도·방아타령·자진방아타령·한강수타령·경복궁타령 등은 선소리[立唱]에 속한다. 서도나 전라 민요에 비하여 맑고 깨끗하며, 경쾌하고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놀량·앞산타령과 같이 소리꾼들이 늘어서서 소고(小鼓)를 치고 춤을 추며 부르는 것을 선소리[立唱]라 하는데 대해, 잡가는 늘어앉아서 장고의 반주로 부르기 때문에 좌창(坐唱)이라 하기도 한다. 서도나 전라 민요에 비하여 맑고 깨끗하며, 경쾌하고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흥겹고 경쾌한 맛을 풍기고 있다. 창법에서도 급격히 떨거나 꺾거나 흘러내리는 음이 별로 많이 쓰이지 않고 있어, 명쾌한 맛을 풍기며 부드럽고 유창하며 서정적이다.

 


 

선율은 서도소리에 보이는 수심가(愁心歌) 토리에 가까우나 시김새가 서도소리보다 짙지 않고, 경기민요에 보이는 경토리[京調]가 섞여서 특이한 음조를 갖는다. 경기소리 가운데 양산도(楊山道)·방아타령·창부타령(倡夫打令)과 같은 경기민요나 곰보타령·병정타령과 같은 휘모리잡가가 흥겹고 구성진 느낌을 주는 것에 비하여 유산가·소춘향가와 같은 긴잡가는 차분하고 구수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색이다.

 

충청도 북부의 일부와 강원도 지방의 일부 민요들도 포함하고 있어, 중부지방 민요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전문적인 소리꾼들에 의해 불려진 통속민요와 그렇지 않은 토속민요가 있는데, <노랫가락>·<창부타령>·<방아타령>·<양산도>·<오봉산타령>·<사발가>·<군밤타령>·<흥타령―천안삼거리>·<강원도아리랑> 등의 통속민요가 잘 알려져 있다.

 

연주형태에 따라서는 좌창과 입창, 즉 앉아서 부르는 소리와 서서 부르는 소리로 나누어지는데, <노랫가락>·<오봉산타령>·<양유가> 등이 좌창에 속하고, <양산도>·<방아타령>·<경복궁타령> 등이 입창에 속한다. 좌창은 경기 긴 잡가식의 좌창과, 입창은 경기산타령과 같은 입창과 맥이 통한다.

 

일반적인 음악적 특징은 남도민요에 비해 한 글자에 여러 개의 음이 붙는 일자다음식의 선율이 많아, 가락의 굴곡이 유연하면서도 다채롭고 명쾌하다. 선법은 5음음계로 된 평조선법으로 장3도와 단3도의 음진행이 많고, 5음이 골고루 쓰이면서 주요음의 선율 골격은 완전4도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음조직은 같은 평조라고 하더라도 <창부타령>이나 <노랫가락>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서양음악식의 계명창법에 의한다면 솔·라·시·도·레로 불려지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한강수타령>이나 <경복궁타령>에서처럼 라·도·레·미·솔로 부를 수 있는 곡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