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명창과 명가곡, 심청가와 송만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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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과 명가곡, 심청가와 송만갑

  • 편집부
  • 등록 2021.01.1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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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과 명가곡, 심청가와 송만갑

기-<심청가>는 자고로 조선 땅에 전해오는 노래인가요?
송-아니지요. 심청이 난데를 황주 도화동(黃州桃花洞)이라 했으니 아마 짐작컨대 지금 중국 소주 항주(蘇州抗州) 근방인 듯싶고 임당수(臨唐水)라 했으니 양자강이나 아닌가 생각되지요. 어찌 되었건 고대 중국에서 전하여 내려오든 유명한 전설인 것만은 사실이외다.

 기-그러면 옛날 중국에 있든 심청이지 조선의 심청이는 아니군요?
송-하하! 그렇지요 그러나 그 뒤 오랜 동안을 두고 나려오는 사이에 중국의 모든 문물과 함께 일찍부터 심청은 이 강산의 심청이가 되어 버렸지요. 옛날 중국에 심청이 같은 효녀가 사실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논외로 하고라도 오늘에 와서 효녀 심청은 이 땅, 이 강산의 전형적 효녀로 되여 버렸습니다.

 기-심청가극의 문예적 가치를 어떻게 보십니까?
송-춘향의 굳은 절개와 같이 심청의 열렬한 효성은 천주만대를 두고두고 조선 여성들에게 위대한 교훈을 남겨 주리라고 믿습니다. 연연한 소녀인 자기의 목숨 을 받쳐서까지 눈 먼 아버지를 생각하시는 어린 심청의 마음은 영원토록 빛날 것이외다.

 기-심청가극을 하여 내려갈 때 어떤 대목에 가서 그 중 많이 힘을 들여서 부르십니까?
송-심청이 눈 먼 아버님을 속여서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 임당수 깊은 물로 사정없는 선원들의 손에 끌려 나가면서 이별하는 장면에서부터는 더 한층 힘을 들여서 목청 뽑아내게 됩니다.

 기-심청가극을 하는 때면 어느 대목에 이르러 듣는 사람들이 옷고름을 적셔가며 눈물을 흘리게 됩니까?
송-나는 본래부터 육자배기와 심청가를 전문으로 불러왔지만, 심청가에 있어서 궁중에 맹인연이 열려 심봉사 천만 뜻밖에 죽어간 자기 딸 심청이가 구중왕비의 몸이 되어있는 것을 알자 두 눈마저 뜨게 되어 어쩔 줄 모르고 기쁨에 넘쳐나는 눈물을 흘려가며 서로 그러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대개 마음 약한 여자들은 눈물을 흘려가며 흐느껴 우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기-중국에 건너가 황주 도화동과 임당수란 데를 구경해 본 일이 있습니까?

송-얼마 전 북경까지는 가 본 일이 있었지만, 아직 항주까지는 채 가보지 못했습니다.

삼천리 8권 12호 1936.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