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판소리 명창은 소리의 실천을 통하여 문화의 정수를 계승·창조함으로써 민중 측의 평가와 선택을 받아 민족문화 총체의 형성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판소리의 사설이나 그 음악적 특성 등을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판소리의 전승자요 연주자인 명창을 논하는 것도 판소리 연구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판소리는 구두전승예술이기 때문에 후계자에게 전수하고 죽으면 그 전수한 것 이외에는 각 명창에 대한 것은 모두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대단한 명창이었다는 말만 몇 가지 에피소드와 더불어 무슨 전설처럼 전해진다. 그래서 옛 명창을 논하기가 힘이 든다.
판소리를 할 때, 나아가서는 학문적 작업의 대상으로 삼으려 할 때, 지난날의 명창에 대한 검토는 매우 귀중한 자료로 부각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한 예술가의 생애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데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을 수 있겠다. 첫째 한 예술가의 삶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를 들 수 있고 둘째, 그 예술이 속하는 문화와의 단절을 중시해서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 등을 상정할 수 있다. 그런대로 가장 중요한 것은 후자의 경우일 것이다. 종래의 이력서식 생애를 가지고는 도저히 그 예술이나 그가 속한 문화를 설명할 도리가 없다.
이미 작고한 명창들의 생애사는 틀에 맞춰서 모든 것이 재구성되고 말았기 때문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월이 더 흘러가면 짜맞추기식 명창론이 더욱 심화되어 예술을 알기 위한 생애사는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될 가능성이 짙다. 이러한 문제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명창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명창 이일주(李一珠)는 충청도에서 출생하여 전라도에 터를 잡아 동초제 2대 전수자로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2호로 지정되어 있는 현존하는 소리꾼이다. 그의 판소리는 국창 이날치의 증손이라는 가계의 내력과 함께 특히 부친 이기중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그는 "동초 김연수바디”를 오정숙 명창으로부터 이어받아 전북을 동초제의 성지로 끌어올린 주역이기도 하다.
부친 이기중의 영향으로 판소리에 입문한 이일주는 당대를 대표했던 박초월, 김소희 문하를 사사하면서 명창들의 음악세계를 물려받음과 동시에 새로운 바디 탄생을 예고할 수 있었다. 그 후 동초제 여류명창 오정숙을 만나 5바탕에 적공함으로써 판소리계의 이목을 받아왔다. 타고난 목구성과 피나는 수련으로 성음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동초제 심청가로 전주대사습에 도전하여 1979년 영예의 장원 대통령상을 수상함으로써 자타가 공인하는 명창으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그 후 1982년 도문화상 수상과 함께 1984년에는 전라북도 최초의 무형문화재가 되었다. 1986년부터 전라북도립국악원 창악교수로 초빙되어 2001년까지 후진을 양성하였으며 그 결과 전국 최다 대통령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하였다.
한편 1990년 KBS 국악대상에 선정되었으며, 2006년 12월에는 목정문화상을 2007년 11월에는 동리대상을 수상하였다. 소리에 임하는 정열도 대단하여 1981년 심청가 완창발표회를 시작으로 1983년 춘향가, 1990년 수궁가, 1992년 흥보가 등을 국립극장에서 완창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신나라 레코드사의 초청으로 남도민요, 판소리 5바탕이 완창 취입되어 출반되고 있다.
이상에서 이일주의 생애 및 예술 활동과 예술 세계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현존하는 판소리 명창의 일대기를 조감할 때, 이일주에 대한 연구는 단편적인 생애사와 음반의 해설서의 단편적인 언급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판소리사적 위상에 걸맞은 이일주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본고는 이일주의 생애와 예술을 필자와의 대담을 통하여 실상의 명쾌한 접근을 이루었으며, 왜 이일주가 판소리사에서 새롭게 주목되어야 하는가를 자세히 살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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