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새책]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책]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image01ff.png

 

가장 높은 자살률 급증과 취업률 저하, 코로나19 시대 20대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집중 조명한 책

 

"트페미(트위터 사용자 페미니스트), 페페미(페이스북 사용자 페미니스트)를 논하지 않고 21세기 페미니즘을 말하지 말라.”

 

4세대 여성주의는 분명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들이 주축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보려는 노력은 얼마나 했을까. 젠더가 최대 의제가 된 시대, 1주에 한 권씩 페미니즘 서적이 나올 정도로 출판시장을 달궜지만 정작 청년여성의 문제를 콕 집어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2019년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20대 여성에 대해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이라는 왜곡된 보고서를 내놓기까지 했다.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역차별남성혐오에 전가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가 근본적 해결책을 내놓기는커녕 헛다리를 짚고 있는 가운데 2020년 한 해에만 대한민국 여성들은 줄 잇는 여혐사건에 연이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여성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하는 텔레그램 n번방을 26만명이 본 것으로 드러났고, 세계 최대 아동성착취물 다크웹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한 손정우가 배가 고파 달걀을 훔친 만큼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미국의 범죄인 인도요청은 기각됐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입을 굳게 다문 동안 그의 정치적 동지들인, 더불어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들과 관련된 성범죄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들이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은 UN이 학대에 노출된 여성과 여아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도록 권고 할 정도로 마녀사냥이 극성을 떤 페스트의 시기를 반복하는 듯했다. 지은이는 역사적 사실과 국경을 넘어선 동시대적 사건들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우리사회의 미소지니를 가늠해보기를 권유한다. 그동안 세상은 급격히 변화했는데 20세기 언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페미니즘을 여전히 강요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지적한다. 안전을 위한 생존투쟁이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다. 디지털문명이 흉기보다 더한 협박수단이 되고, 손 안의 세상이 범죄의 장이 돼버리는 세상에서 10, 20대 여성들은 온라인을 근거지로 자신들 나름의 저항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임기 여성을 국가의 자궁으로나 취급하면 할수록 도구화되길 거부한 여성들의 분노는 커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은이는 2012년 문화평론가 김에리라는 필명으로 뉴스통신사에 보슬아치’(보지 달린게 무슨 벼슬이냐는 뜻)라는 여혐언어를 중심으로 우리사회의 미소지니를 경고하는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당시 3편의 칼럼은 현 해외통신사 특파원인 어느 영국인이 운영한 사이트 코리아방에 영역되며 국내 외국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파장을 일으켰다. 그때 잠자고 있던 페미니즘을 깨웠다는 평가를 받은 지은이가 현시점 우리사회의 페미니즘을 조망한 책을 들고 다시 돌아온 것은 8년 전 예견이 어느새 현실이 돼버린 것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파괴적이고 분노로 가득한 비현실적 언행이 불온한 누군가에게는 여자들이 잘못했으니 내가 처단해도 돼라는 무차별적 범죄의도를 직간접적으로 조장하는 사회악이 될 수도 있다고 한 경고는 2016강남역 여혐 살인사건이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사회문제화 됐다.


작가는 말한다. 아날로그세대와 디지털세대의 간극이 너무 커서 때론 놀라곤 한다. 동시대를 나눔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두 세대 사이의 낀 세대X세대로 불렸던 1970년대생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인류 유일의 세대로서 두 세대를 잇는 가교역할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트위터로 페미니즘을 배웠다는 10, 20랟펨들은 단선적 시야를 벗어나 이 책을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었으면 한다. 수능을 마치고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내 온 수험생들에게는 페미니스트로서의 시각을 갖출 수 있는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계에서도 ‘20대여성현상에 대한 연구가 겨우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타세대와 계층들이 우리사회 젊은여성들을 이해할 수 있는 소개서로 널리 활용됐으면 한다.


지은이 김태은 기자 출신 작가. 본명으로는 저널, 필명으로는 비평 등을 써 왔다. 중앙일간지, 뉴스통신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김에리라는 이름으로 문화평론가 활동도 했다. 2012년 북유럽 답사기 연재 후 쓴 페미니즘 칼럼들로 보슬아치 논쟁을 일으키며 잠자고 있는 페미니즘을 깨웠다는 평을 들었다. 2019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태화관이 대한민국 주요 여성교육기관이 된 과정을 재발굴한 ‘3·1정신과 여성교육100등의 책을 썼다.


성신여대 국문과 92학번. 재학 중 성신문학상, 수정문학상을 수상하고 국제화정예요원 1기 장학생으로 뽑혔다. 연세대 대학원에서 수학하다가 도미, 언론계에 뛰어들었다. 스포츠서울USA를 거쳐 귀국 후에는 헤럴드경제, 머니투데이, 뉴시스에서 일했다. 머니투데이에서 국내 최초 인터넷이슈팀장을 맡아 온라인 사건 영역을 본격 취재 분야로 끌어들였다. 뉴스통신사 뉴시스의 문화전문기자이기도 했다. ‘김에리라는 필명으로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며 JTBC ‘시청자 의회등 방송에 출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