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흙의 소리
이 동 희
길 <4>
광풍과 고뇌 그리고 그에 따른 혼란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양녕대군의 폐세자위 충녕대군의 세자책봉은 동시에 행해졌으며 두 달 뒤 왕은 세자에게 선위禪位를 하였기 때문이다. 6월과 8월의 일이었다.
8월 10일 왕세자 충녕대군은 왕으로 즉위를 하였다. 훗날 유일하게 대왕으로 호칭하게 된 제4대 세종대왕이다.
태종은 상왕으로 삼군도체찰사三軍都體察使에 이종무李從茂 임명, 대마도 정벌, 각도 거주 왜인倭人을 노비로 하는 등 군권을 놓지 않고 행사하였다. 22세의 나이로 아직은 나라를 이끌고 다스릴 재목으로서 또는 역량이 부족하다거나 미흡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전날 세자 책봉에 불만을 품고 정권과 병권을 장악하고 있던 정도전鄭道傳을 살해한 후 왕위에 올라 의정부議政府 의금부義禁府 삼군도총제부三軍都摠制府 등을 설치하는 등 18년 동안 강한 왕권통치를 하던 태종으로서 총명하고 충직하기만 한 신왕 세종을 도와준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어떻든 그로 인해 세종은 편안한 마음으로 문화정책을 펼치는 결과가 되었다. 달리 말하면 세종은 태종이 이룩한 왕권과 정치적 안정 기반을 이어받아 적극적으로 청책을 펼쳤던 것이다. 태종은 상왕으로 4년간 생존해 있었다.
세종은 집현전集賢殿을 설치하고 변계량卞季良 윤회尹淮 등에게 고려사 개수改修 지지地志 편술을 하도록 하였으며 주자소鑄字所를 두어 새 활자를 만들고 인쇄법을 개량하여 인쇄 능율을 올리었다. 집현전集賢殿 개설은 무엇보다 빛나는 업적이었다. 학문을 연구하고 예술을 꽃피우는 문화 용광로에 불을 당긴 것이다. 궁중의 학문연구 기관으로 조선 초기에 고려의 제도를 도습蹈襲한 보문각寶文閣 수문전修文殿과 집현전이 있었는데 세종이 즉위하면서 유명무실한 집현전을 확충하여 명망 있는 학사學士들을 편전便殿에 집합시키었다.
집현전 직제로 정1품(領殿事) 2명 정2품(大提學) 2명 종2품(提學) 2명과 정3품(副提學) 종3품(直提學) 정4품(直殿) 종4품(應敎) 정5품(校理) 정5품(副校理) 정6품(修撰) 종6품(副修撰) 정7품(博士) 정8품(著作) 정9품(正字) 각 1명을 두었는데 제학 이상은 겸직이었고 부제학 이하가 전임관 전임 학사였다. 인원은 몇 차례 늘렸고 1436년(세종 18)에는 20명으로 운영되었다.
수많은 뛰어난 학자들이 집현전을 통하여 배출되었고 불철주야 학자 양성과 학문연구에 온 힘을 쏟아 세종대왕은 찬란한 문화의 시대를 열고 세계 제일의 글자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결과를 잉태하였던 것이다.
집현전의 가장 획기적인 운영은 경연經筵이었다. 왕과 유신儒臣이 경서와 사서를 강론하는 자리였다. 국왕이 유교적 교양을 쌓도록 하여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왕은 밤 늦도록 경연을 떠나지 않았다. 서연書筵은 왕이 될 세자를 교육하는 것이었다. 겸관兼官인 집현전 학사들은 외교문서 작성도 하고 과거의 시험관으로도 참여하였다. 사관史官의 일을 맡기도 하고 중국 고제古制를 연구하고 편찬사업도 하였다. 세종은 전적典籍을 구입하거나 인쇄하여 집현전에 보관시키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문신들에게 휴가를 주어 독서당에서 공부하게 하는 특전도 베풀었다.
그렇게 하여 집현전은 조선의 학문적 기초를 닦는데 크게 공헌하였으며 많은 학자적 관료를 배출하여 이후의 정치 문화 예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하였다.
편찬사업으로 고려사高麗史 농사직설農事直說 오례의五禮儀 팔도지리지八道地理志 삼강행실三綱行實 치평요람治平要覽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석보상절釋譜詳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의방유취醫方類聚 그리고 훈민정음의 창제와 관련하여서는 운회언역韻會諺譯 용비어천가주해註解 훈민정음해례訓民正音解例 동국정운東國正韻 사서언해四書諺解 그 밖의 많은 서적을 편찬 간행하였다.
한국문화사상 황금기를 이루는 내용들이었다.
이 시기는 한국음악에 있어서 또한 가장 빛나는 업적을 남긴 때였다. 세종은 박연으로 하여금 음악의 정리를 하게 하였던 것이고, 유교정치에 있어서 중요시되는 것이 의례이며 국가의 유교적 의례인 오례五禮(吉禮 嘉禮 賓禮 軍禮 凶禮)에는 그에 합당한 음악이 따라야 했다. 세종의 음악적 업적을 아악의 부흥, 악기의 제작, 향악鄕樂의 창작, 정간보井間譜의 창안이라고 요약할 수 있는데 이것은 박연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간보는 동양 최초의 악보로 1행 32간을 우물 정井자 모양으로 칸을 질러 놓고 한 칸을 1박으로 쳐서 음가音價를 표시한 세계적 발명이다. 이는 서양의 오선보五線譜와 함께 유량악보有量樂譜이다.
우리 아악의 연총淵叢인 세종악보世宗樂譜의 압권이 아닐 수 없다.
작지만 문양이 이채로워 이규진(편고재 주인) 명품 청자를 생산했던 강진과 부안이 쇠퇴한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중에는 고려 말의 혼란한 정국이라든...
원주어리랑을 쓰다. 한얼이종선 (2024, 문양지에 먹, 34 × 34cm) 어리랑 어리랑 어러리요 어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신칼대신무 신칼대신무는 무속장단과 巫具를 활용한 재인의 춤으로, 장단과 움직임의 법도 있는 만남을 잘 보여주는 춤이다. 구한말 화성재인청에서 가르친 50여 가지의...
멍석 위에서 민속극에 뜻을 둔 이래 가장 절실했던 것은 둔한 몸을 가지고 직접 춤을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들 생활의 분신의 하나인 전통 민속극과 좀처럼 사귀어...
왜덕산(倭德山)의 비밀 피아를 나누지 않고 위령 바다사람들 심성 깃들어 왜군에도 그러해야 했던 섬과 바다의 민속 관념은 인류의 박애 정신 아닐까 교착상태 빠진 한·일 문...
갑진년 사월에 강원도 아리랑을 쓰다 오거서루주인 이종선 (2024, 한지에 먹,48 × 56cm) ...
2024 쿼드초이스_틂 (사진=서울문화재단 대학로극장 쿼드)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대학로극장 쿼드의 ‘쿼드초이스’가 다채...
지난 4일, 국립국악원은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KBS국악관현악단,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관현악단 118명으로 구성된 연합 관현악단 무대 ‘하나되어’를 국...
칠순을 넘어서는 길목에서 중견작가 김경혜(영남이공대 명예교수) 작가의 열번째 작품전이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10일간 대구시 중구 슈바빙 갤러리에서 열린다.전시되는총 50여 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 III ‘한국의 숨결’이 KBS국악관현악단 상임지휘자 박상후의 지휘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졌다. (사진=국립국악관현악단...
한상일(1955~) 대구시립국악단 예술감독 및 상임지휘자는 국악에 입문한 지 올해로 60여 년을 맞는다. 때 맞춰 지난 1월 25일 서울문화투데이 신문에서 선정하는 제15회 문화대...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3월 2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 2024 명연주자 시리즈 ‘공존(共存)’ 무대가 펼쳐졌다. ‘명연주자 시리...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지난 12일부터 22일, 국립정동극장은 대표 기획공연 사업 ’창작ing’의 두 번째 작품, 소리극 ‘두아:유월의 눈’을 무대에 올렸다. ‘두아:...
한국을 대표하는 음곡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라는 노래다. 각종 스포츠 대회나 정상회담 만찬회 등 공식 행사에서는 어김없이 연주되...
봄바람을 타고 13일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네번째이즘한글서예가전에서 출품한 30명의 작가 중 가장 젊은 신인작가라고 한얼 회장이 소개를 한 3분의 작가 중 이광호(43세)...
[국악신문 정수현 전문기자]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지난 7~8일 기획공연 ‘작곡가 시리즈 Ⅲ’을 선보였다. 작곡가 시리즈는 창작국악의 토대가 된 작곡가를 선정해 의미를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