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미스트롯2 최고 시청률 29.9%”, "눈물과 감동 가득 담긴, 크리스마스의 선물!”, "반전과 이변의 대서사시를 썼다”, "TV **원조 트롯 오디션 ‘미스트롯2”
어제 한 신문의 기사 제목이다. 이것만으로도 트로트의 열풍, ‘핵 돌풍급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더 많은 매체가 유사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전했다. 이미 모방송국은 ‘트로트의 민족’이란 타이틀로, 또 다른 방송국에서는 ‘트로트 파이터’로 정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 2월부터 5월까지 TV조선에서 방송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 성공에 따른 후속 프로그램인데, 이번 시청율이 지난 회를 능가했음을 상찬한 것이다.
필자는 ‘미스트롯2’를 지켜보면서 오디션 스타 탄생에서도 감동을 받았지만 의외로 많은 것을 생각하는 계기였다. 우리 국악계를 돌아보게 된 것인데, 우선 서바이벌 오디션 방식의 장점을 확인했다. 상대평가로 진출 여부를 판정받는 서바이벌식은 모두를 가슴 조이게 하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방식이다. 감동을 더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김연자씨가 18세 때인 1970년대 참가했다며 회고하는 ‘TBS가요경연대회’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또 하나는 품위와 논리를 갖춘 탄탄한 심사위원들의 존재이다. 이들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움과 인기있는 가수라는 자부심이 가득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수들은 베테랑의 감각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작곡가와 프로듀서 출신들은 음악적 논리로 경연자 하나하나에 맞춤형 평가를 해주는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우리 국악경연대회가 이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해야 할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국악을 익힌 이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부의 주장처럼 ‘꺾고 휘감는 창법’이 국악에서 간 것이란 주장을 주목해서가 아니라 우선 듣기에도 경기민요의 묘한 맛을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에 대해 국악계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네 번째는 기존의 기라성 같은 트롯 가수들조차도 입을 벌리게 하는 예능감을 지닌 이름 없는 가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악계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만일 이런 이들이 있었다면 국악계의 손실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이들이 트롯계로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기 이번에 얻은 큰 수확이 또 하나 따로 있다. 트롯 아리랑인 ‘엄마 아리랑’의 부상이다. 1990년 한돌 작곡의 서유석 노래 ‘홀로아리랑’과 2002년 월드컵대회 기념가 이경애 작사 조용필 작곡의 ‘꿈의 아리랑’ 이후는 그리 뚜렷한 창작 아리랑이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엄마아리랑’의 부상은 주목할만한 하기 때문이다.
18일 있었던 제1회 경연에서 홍지윤이 불렀다. ‘올 하트’를 받아 본선에 진출했다. 서정적인 가사에 넘실거리는 듯한 후렴의 선율과 리듬이 묘한 감흥을 주었다. 특히 후렴에서 "사랑 음~ 사랑 음~”이란 매력적인 부분이 진도아리랑의 후렴 "응~응~응~아라리가 낳네”를 연상시켜 바로 안겨들었다. 지난 4월 ‘2020 풍류 달빛공연’에서 국악신동 김태연이 불러 격찬을 받기도 한 곡인데, 원곡자는 역시 진도 출신 '미스트롯' 1대 진(眞) 송가인(조은심)이다.
엄마아리랑
엄마아리랑 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라리요
아들딸아 잘되거라 밤낮으로 기도한다
엄마 아리랑
사랑하는 내 아가야 보고싶다 우리 아가
천년만년 지지 않는 꽃이 피는구나
아 리 랑 아 리 랑
사랑 음 사랑 음 엄마 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라리요 쓰리쓰리랑 아라리요
우리 엄마 사랑은 아리랑 엄마 아리랑
엄마아리랑 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라리요
우리 엄마 무병장수 정성으로 기원하오
엄마 아리랑
사랑하는 내 어머니 보고싶소 울 어머니
서산마루 해가 지고 달이 뜨는구나
아 리 랑 아 리 랑
사랑 음 사랑 음 엄마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라리요 쓰리쓰리랑 아라리요
우리 엄마 사랑은 아리랑 엄마 아리랑
아 리 랑 아 리 랑
사랑 음 사랑 음
엄마 엄마
우리 어머니 아 리 랑
(에야디야 에헤라디야디야
에야디야 에헤라디야디야
에야디야 에헤라디야디야) 엄마 아리랑
지난해 11월 발매된 송가인의 첫 정규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자주 송가인의 진도아리랑을 듣고 감흥을 받은 윤명선이 작사/작곡을 했고, 박현빈의 ‘샤방샤방’을 쓴 작곡가 김지환과 김연자의 ‘아모르파티’를 쓴 작사가 이건우 등이 음반 프로듀싱에 참가해 완성시킨 곡이라고 한다.
송가인은 "(그동안) 느리고 슬픈 노래, 절절한 것들을 불렀다. 트로트가 접목된 신나는 곡을 불러보고 싶었다"며 타이틀 곡으로 취입했다고 한다. 국악 리듬의 슬픈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당연히 진도의 육자배기조 신명과 스승 강송대의 힘있는 성음을 닮은 송가인으로서는 구슬픈 보컬의 강점을 적절하게 발휘한 곡이다. 국악과 트로트가 만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요 ‘엄마 아리랑(SONG GA IN - Mom Arirang)’을 탄생시킨 것이다.
‘엄마 아리랑’은 송가인의 강점인 국악 정서를 극대화시킨 개인적 음악성으로 성가를 얻은 곡이다. 거기에는 당연히 배경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로 지정된 진도씻김굿 전수교육 조교이자 무속인인 어머니 송순단의 ‘엄마 덕’과 지난해 ‘내일은 미스트롯’이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의 존재와 그에 의한 본인의 성공이다. 그리고 각 시대의 이슈를 수용하는 아리랑의 소재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아리랑의 가치 "다양한 사회 맥락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창조” 되는 노래임을 ‘엄마 아리랑’이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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